ⓒ 아산무궁화 제공

[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아산무궁화 제종현이 K리그에 다시 돌아왔다.

6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아산무궁화와 광주FC의 경기에서 홈팀 아산은 끈끈한 축구를 보여주며 1위 광주를 상대로 잘 싸웠지만 후반 윌리안에게 환상적인 골을 허용하면서 0-1로 패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사실 제종현의 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제종현은 2013년 광주FC에 입단한 이후 군 복무를 위해 상주상무에서 뛴 두 시즌을 제외하고 쭉 광주에서 뛰었다. 하지만 그에게 2019 시즌은 제법 가혹했다. 광주와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 제종현은 K3리그로 향했다. 청주FC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K리그 재입성을 노렸다. 다행히 방황은 6개월 만에 끝났다. 의경 선수의 전역으로 팀을 개편 중인 아산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종현은 아산에 입단한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아산 이기현이 제법 활약하면서 제종현은 쉽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함께 팀에 들어온 최요셉도 기회를 잡고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제종현은 계속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10월에 들어서야 제종현은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주전 골키퍼 이기현이 훈련 중 부상을 당하면서 공백이 생긴 것이다. 제종현의 아산 데뷔전이자 K리그 복귀전이 정해졌다. 그리고 상대는 하필이면 광주였다.

제종현은 열심히 뛰었다. 특히 후반 8분은 제종현의 선방이 빛난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칭요의 절묘한 로빙 패스를 받아 김주공이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제종현이 절묘하게 뒷발로 막아냈다. 물론 후반 18분 그는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윌리안의 슈팅이 너무나도 훌륭했던 점을 감안해야 했다. 그리고 후반 38분 절묘하게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던 헤딩슛까지 막아냈다. 비록 1실점을 했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제종현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만 기다렸다"면서 "1실점을 하고 경기는 패배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광주라는 친정팀이자 상대팀을 만나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준비했다. 광주를 만난다는 사실이 오히려 내게는 독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이 점을 감안하면서 노력했다"라고 경기 후 소감을 밝혔다.

제종현은 광주에서 방출된 이후 K3리그에 갔다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시 K리그에 돌아왔다. "내가 K3리그에도 갔다왔다.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힘든 상황이 시작됐다"라고 회상한 그는 "솔직히 내가 안일하게 생각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는 더욱 냉정했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K3리그에 갔다온 것은 하나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K리그 7년차 골키퍼다. 하지만 이날 제종현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사랑했던 팀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제종현은 "상주에서 뛸 때를 제외하고 내가 사랑받던 팀을 상대하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서 "그런 만큼 이를 악물고 뛰었다. 광주와 광주의 팬들이 나를 떠나보낸 것을 아쉬워한다면 이번 경기는 성공한 경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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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현은 신들린 선방을 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은 아쉽게도 0-1로 패배했다. 제종현의 입장에서는 승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경기가 끝나고 기영옥 단장님과 박진섭 감독님 등이 내게 와서 '왜이리 친정팀을 상대로 열심히 하는가,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너 때문에 더욱 이 악물고 뛸 수 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뛴 제종현을 향해 친정팀 광주의 팬들은 야유보다 격려를 보냈다. 후반 시작 이후 광주의 서포터스는 제종현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그는 "생각보다 광주 팬들이 나를 많이 반겨주더라"면서 "광주에서 함께 있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았다. 광주가 승격했을 때도 함께 있었다. 잊지 않고 응원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제종현은 광주가 아닌 아산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그래도 나름 꽤 오래 K리그에서 뛴 골키퍼지만 아산 팬들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 농담을 던진 제종현은 마지막으로 "나는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산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내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려보고 싶다. 올 시즌 남은 다섯 경기에서 내게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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