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인천=조성룡 기자]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제주유나이티드로 떠난 남준재가 친정팀을 처음으로 상대했다. 분위기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인천유나이티드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양 팀은 사력을 다했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며 0-0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 씩 나눠갖는데 그쳤다. 강등권 탈출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두 팀 모두 웃지 못한 셈이다.

지난 7월 4일 인천과 제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인천의 남준재와 제주의 김호남이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는 양 팀 팬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팀에서 사랑받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과정이 조금씩 밝혀졌다. 김호남은 억울한 처지였고 남준재는 트레이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인천 팬들의 배신감이 더욱 컸다. 그리고 두 선수는 처음으로 친정팀을 만났다.

이날 남준재는 제주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호남도 마찬가지였다. 양 팀의 감독은 남준재와 김호남의 트레이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경기장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인천 팬들은 김호남을 향한 응원 걸개를 내걸었다. 이것 하나 만으로도 이날 경기의 분위기가 어떨 것인지 충분히 짐작케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뜨거웠다. 11위와 12위의 맞대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준재가 공을 잡자 야유가 쏟아졌다. 무서울 정도의 야유였다. 남준재 응원가를 만들 정도로 그를 사랑했던 인천 팬들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더욱 무서울 수 밖에 없었다. 김호남에게는 환호가 쏟아졌다. 김호남이 코너킥을 준비하러 가면서 응원을 유도하자 경기장 안에 큰 함성이 터졌다.

남준재는 나름대로 자신의 몫을 다 했다. 측면을 공략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인천 김진야를 공략했다. 남준재와 김진야가 맞부딪칠 수록 경기장은 달아올랐다. 남준재에게는 더 큰 야유가, 김진야에게는 더 큰 환호가 쏟아졌다. 후반 9분 안현범과 교체되기 전까지 남준재는 인천의 골망을 공략했다. 공격 포인트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이라이트는 경기 종료 후였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남준재는 인천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서포터스 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더 큰 야유가 쏟아졌다. '연고이전+야반도주=남패 준재'라는 문구로 제주와 남준재를 동시에 자극하는 걸개도 등장했다. 그 와중에도 남준재는 인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물론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7,600여명의 인천 팬들은 이날 남준재를 향해 '안티 콜'을 하지는 않았다. 열 마디 말 대신 육중한 야유 만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선수를 떠나보냈기에 인천 팬들이 단순히 선수의 이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준재에게는 욕설과 안티 콜보다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야유로 응답했다. 남준재도 남준재지만 그에게 싸늘히 식은 팬들의 마음을 체감한 인천의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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