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그랜드하얏트호텔=전영민 기자] 폭우 속 유벤투스 선수들을 보기 위해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찾았던 수백 명의 팬들은 많은 아쉬움을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유벤투스는 26일 20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K리그와 친선전을 치른다. 유벤투스가 방한한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당시 유벤투스는 한국 축구대표팀과의 친선전을 위해 방한했다. 이번에는 K리그 팬들의 투표로 선정된 11명의 선수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회가 선발한 9명의 선수로 구성된 팀K리그와 맞대결을 치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최근 유벤투스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유벤투스는 불과 이틀 전인 24일 중국 난징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인터밀란과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맞대결을 펼쳤다. 이후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벤투스 선수단은 잠시 후인 20시 팀K리그와 친선전을 치른다.

팀K리그와의 친선전에 앞서 유벤투스는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방문했다. 이날 15시부터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유벤투스 선수들과 한국팬들이 만나는 팬미팅과 팬사인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벤투스 선수들은 약속 시간을 훌쩍 넘긴 17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15시였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은 15시에 인천국제공항에 있었다. 15시에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어야 할 유벤투스 선수단은 15시 12분이 되어서야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17시가 될 무렵에야 호텔에 도착했다.

당초 팬미팅과 팬사인회는 15시 30분부터 17시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행사 주최 측은 행사 하루 전인 25일 23시경 갑작스런 일정 변경을 통보했다. 폭우로 인한 선수단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도착 시간 문제가 염려되어 행사 시작 시간을 15시30분에서 15시로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과 유벤투스는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물론 상황이 불가피했던 측면은 있었다. 당초 유벤투스는 이날 오전 중국을 출발해 오후 12시 30분에서 12시 45분 사이 입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비행편이 연착돼 유벤투스 선수단이 탄 전세기는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선수들이 예정 도착 시간인 15시를 훌쩍 넘긴 16시가 되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팬미팅 사회자인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와 신아영 아나운서가 나섰다. 알베르토 몬디와 신아영 아나운서는 거듭 선수들이 호텔로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더불어 두 사람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꺼내며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알베르토와 신아영 아나운서의 임기응변만이 빛났다.

17시가 되어도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자 행사장 한편에서는 주최 측과 유벤투스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정확한 내용 파악은 불가능했지만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팬들 역시 지쳐가고 있었다. 행사 현장에는 유벤투스 선수들을 보기 위해 휴가와 반차 등을 내고 팬미팅 현장을 찾은 팬들도 있었다. 군복을 입고 있는 한 팬의 모습 역시 눈에 띄었다.

17시 19분 유벤투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사회자 알베르토가 팬들 앞에 나섰다. 알베르토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싶다. 유벤투스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 너무나 사과드리고 싶다. 유벤투스 구단 역시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유벤투스 부회장이 팬미팅 현장에 직접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곧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17시 43분 유벤투스 전설 부폰을 비롯해 다니엘레 루가니, 보이치에흐 슈쳉츠니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약 세 선수는 약 10여 분간 팬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뒤이어 마티아스 데 리트,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포함한 네 명의 선수가 행사장에 등장했다. 이후 네 선수는 약 5분간 팬들의 질문을 받은 뒤 현장을 떠났다.

너무나 허탈한 순간이었다. 당초 계획되어 있던 팬사인회는 열리지조차 못했다. 2시간 40분을 지각해 현장에 도착한 유벤투스 선수들은 간단한 질문만을 받은 뒤 현장을 떠났다. 결국 폭우 속 먼 발걸음을 한 팬들은 아쉬움을 삼킨 채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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