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임형철 기자] 처음으로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본 홍철이 경기 후 소감을 밝혔다.

홍철이 선발로 나선 수원삼성블루윙즈는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2라운드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수원은 후반 28분 타가트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종료 시각을 얼마 남기지 않은 후반 39분에 공민현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수원은 이날 패배로 3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수원은 전반 24분에 당한 민상기의 퇴장으로 어려운 경기를 풀어야 했다. 게다가 수적 열세에 놓이기 전부터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선수들 간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가 절실했다. 다급해진 이임생 감독의 선택은 홍철의 미드필더 기용이었다. 이날 왼쪽 윙백으로 전반전을 소화한 홍철은 후반 초반부터 왼쪽 윙어로 올라서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중앙으로 들어오며 긴 시간 '중앙 미드필더'에 가까운 포지션을 소화했다.

경기 후 이임생 감독은 홍철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에 관해 설명했다. 이 감독은 "홍철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해 좀 더 안쪽에서 경기를 뛰어주길 원했다. 바그닝요, 데얀, 한석희 등 공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라며 "그 흐름 속에 추가 골이 터졌다면 결과가 좋았을 거 같다"고 평가했다.

이임생 감독의 말대로 홍철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실제로 전반 내내 매끄러운 패스가 돌지 않던 수원의 공격은 홍철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 이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공격 자원들이 홍철의 볼 배급을 믿고 문전으로의 침투를 반복해 자연스럽게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과연 홍철은 이 경기 전까지 중앙 미드필더를 뛰어본 적이 있을까? 경기 후 홍철을 만나 물어보자 그는 "한 번도 없다. 중앙 미드필더는 내게 낯선 자리다"라며 "당장 기억하기로는 뛰어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중앙 미드필더로 굉장히 잘 뛴 거 같다. 이 경기로 내가 완성된 만능 자원임이 증명됐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홍철은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고 답했다. 홍철은 "여기서 경기를 뛰어보니 재밌더라. 볼을 주고 풀어 나오는 과정이 내가 선호하는 플레이와 딱 들어맞았다"라며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자신감이 생겼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역할이라면 모두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철은 수원을 위해서라면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상관이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감에 찼던 홍철은 주위에서 믹스드존을 빠져나오는 동료 선수들을 보더니 갑자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솔직히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의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할 거 같다"고 입을 열더니 겸손한 태도로 동료들에게 사과를 건네는 이유를 전했다.

홍철은 "내 스타일상 수비보다 공격에 더 중점을 두는 윙백이다. 사실 수비 가담을 동료 미드필더들에게 내버려 두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이실직고하며 "막상 내가 뛰어보니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겠더라. 나 때문에 축구화가 더 얼룩졌을 그동안의 동료들에게 모두 사과하고 싶다. 앞으로는 수비 가담을 더 열심히 하는 윙백이 되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수원은 성남전 패배로 같은 시각 상주 원정에서 패배한 대구와의 승점 차를 좁힐 기회를 놓쳤다. 6위 수원과 5위 대구의 승점 차는 여전히 4점 차로 유지됐다. 홍철은 "당장 모두가 하나 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대구 원정길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잘 준비해 오늘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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