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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부천FC 김륜도가 아내에게 첫째 딸 출산 일을 하루 이틀만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천FC는 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19 원정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부천은 닐손주니어가 전반 12분 선취골을 기록한 뒤 전반 19분 김륜도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보태며 달아났다. 후반 18분 임동혁이 한 골을 더 만회하며 경기는 부천의 3-0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만난 김륜도는 “우리가 올 시즌 준비한 경기 중에 오늘 경기가 준비한대로 가장 잘 된 것 같다”면서 “승리와 경기력 모두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김륜도는 전반 19분 말론이 우측 측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강력한 크로스를 시도하자 정확한 점프 헤더로 마무리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18경기에 나서 벌써 6골 2도움째다.

올 시즌 팀내 최다 득점자인 김륜도는 2014년 부천FC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3시즌 동안 리그 통산 100경기에 출전하며 6골 5도움을 기록했다. 2017년 부천FC와의 계약이 종료 된 이후 군 복무를 위해 아산무궁화에 입대했고 2019년 2월 17일 전역 후 다시 부천FC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륜도에게 부천은 고향 같은 곳이다.

김륜도는 이날 헤딩골 비결에 대해 “훈련 때부터 말론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늘 투톱으로 나서게 됐는데 우리 둘 다 키가 크다. 말론이 측면에 서게 되면 나에게 높게 올려달라고 했고 내가 측면에 있을 때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높이 올려주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딱 그 플레이가 나왔다”고 전했다. 김륜도와 말론은 둘 다 187cm의 장신이다.

2015년 부천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했던 김륜도는 이날 6호골을 기록하며 개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깼다. 그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내조를 잘하는 아내 덕분”이라면서 “내가 아산무궁화 소속이던 지난 해 12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제대를 올 2월에 했는데 제대 전에 마음이 급해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1년 정도 결혼 준비를 했는데 내가 부대 안에 있어 아내가 결혼 준비를 도맡아 했다. 그런데도 불평불만 없이 잘 견뎌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팔불출’의 면모를 보였다.

김륜도는 “그때가 아니면 결혼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서둘렀다. 결혼한 뒤 아내가 너무 잘 챙겨줘 마음 놓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면서 “11월에 우리 아이가 태어난다. 현재 임신 6개월이다. 속도위반은 아니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륜도는 “가장이 되면서 몸 관리나 훈련에도 더 신중해졌다. 이제 아빠가 되니 더 열심히 해야한다. 동료들에게도 ‘분유값 벌어야 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늘 말한다. 한 가족을 책임져야 해 무의식적으로라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와 그의 아내는 황금 돼지해를 맞아 찾아온 소중한 아이의 태명을 ‘금덩이’라고 지었다. ‘금덩이’가 세상과 만날 예정일은 오는 11월 9일이다. 하필 딱 그날은 올 시즌 부천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김륜도는 “아내에게 하루 이틀만 더 늦게 출산을 해달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면서 “그래야 내가 출산할 때 옆에서 아내를 챙길 수 있다”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부천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그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 제대하는 김륜도를 부천으로 이끈 건 송선호 감독이었다. 김륜도는 부천에서 2016년 시즌을 마친 뒤 계약 만료와 함께 아산에 입대했다. 다른 선수들은 제대 후 복귀할 팀이 있었지만 김륜도는 제대 후에도 기다리고 있는 팀이 없었다. 하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사이 부천에 부임한 송선호 감독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14년 부천에 입단한 뒤 최진한 감독과 함께 코치 생활을 했던 송선호 감독은 아산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도 김륜도와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송선호 감독이 부천에 부임해 러브콜을 보내자 김륜도는 곧바로 부천으로 돌아왔다. 그와 송선호 감독의 인연은 이렇게 질기다. 김륜도는 “송선호 감독은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분이다. 신인 시절에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경기 출장 기회도 많이 주셨다”면서 “군 생활을 하며 원소속팀이 없어 늘 불안했는데 감독님이 부천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나는 정말 간절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륜도는 ‘금덩이’를 만날 때까지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을까. 딱 시즌이 끝나면 만날 ‘금덩이’를 위해 그는 올 시즌 목표를 공격 포인트 18개로 정했다. 그는 “내 등번호가 18번이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10골 8도움을 올리자는 목표를 정했다”면서 “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시즌 절반이 지난 현재 6골 2도움을 기록했으니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금덩이’를 만날 때 꼭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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