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천안=조성룡 기자] 전남드래곤즈 이유현의 투혼은 대표팀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1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서울이랜드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아찔한 장면이 벌어졌다. 사건은 후반 9분 경 발생했다. 갑자기 모든 관중이 탄식했다. 서울이랜드 서경주가 강하게 올린 크로스에 전남 이유현이 맞은 것이다. 복부 쪽을 맞은 이유현은 그라운드에 쓰러지더니 주먹으로 바닥을 쾅쾅 쳤다. 그 때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었다. "아…" 아무리 이유현이 대부분 관중의 '상대 팀'이었지만 그 고통은 남자만, 아니 어느 정도는 모두가 짐작하기 때문이었다. 이유현은 그렇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이유현은 끝까지 뛰었다. 선발로 출전한 이유현은 그 사고(?) 이후에도 종횡무진 경기장을 누볐다. 전반전에 미드필더로 뛰고 후반전에는 측면에서 활약하는 등 열심히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전남은 브루노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1-0으로 승리, 연패를 끊어내고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전남 이유현은 연신 "힘들어 죽겠다"를 연발했다. 조심스럽게 "괜찮은가"라고 물어보니 그는 "경기 때문에 힘들어서 그렇다"라고 인상을 찡그렸다. 다시 한 번 "체력 말고 급소 괜찮은가"라고 물어보니 그의 미간은 더욱 좁아졌다. "지금도 진짜 아파 죽겠다. 절대 괜찮지 않다. 그 때 서경주가 올리는 크로스를 막으려고 다리를 벌렸다가 이 사단이 나버렸다."

알고보니 이유현은 통증을 참고 뛴 것이었다. 그는 "맞은 이후에도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서 "경기 뛰다보면 계속 욱신거린다. 그런데 계속 뛸 수 밖에 없지 않나. 사실 경기 뛰다보면 집중해야 하니 통증을 순간적으로 잊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력이 저하되면 다시 통증이 온다"라고 토로했다. 사실 이유현은 이런 경험이 많다고. "수비수라는 포지션 특성 상 이런 봉변을 당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어쨌든 전남 이유현은 투혼을 발휘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물론 이유현은 "훈련 때 연습했던 장면과 내가 원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하다"라고 말했지만 전남은 연패를 끊어냈다. 그 역시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 팀이 이겼기 때문에 만족한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대한민국은 U-20 월드컵 대표팀의 준우승으로 뜨거웠다. 불과 2년 전 이유현은 U-20 대표팀의 일원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다. 전남의 승리를 온 몸으로 막아낸 이유현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 재승선을 꿈꾼다. 그는 "일단 소속팀에서 잘해야 한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U-20 대표팀의 이야기가 나오자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U-20 선수들이 정말 잘하더라. 나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내가 원래 일찍 자는 습관이 들어서 경기 때도 일찍 자려고 했는데 도저히 잠이 안오더라. 경기를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모든 경기를 챙겨봤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올림픽도 가고 싶고 월드컵도 가고 싶어지더라. 메이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꿈이 생겼다. 그들이 내게 동기부여를 줬다."

하지만 이유현이 다시 대표팀에서 활짝 웃으려면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 전남은 아쉬운 모습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마지막으로 이유현은 "현재 팀의 성적이 좋지 않고 경기력 또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이제부터 다시 차근차근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더욱 노력해서 다음 경기도 승리해 2연승을 만들고 전남을 다시 끌어 올리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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