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호 구단주는 비가 오는 날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19일 FC안양과 아산무궁화의 경기가 열리는 안양종합운동장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까지 안양종합운동장에 비가 온다는 것은 큰 불편함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가변석 때문이다. 올 시즌 FC안양은 가변석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지붕이 없는 곳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취재 장비를 쉽게 펼쳐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릴 때 속칭 'VIP'들은 귀신 같이 지붕이 있는 좌석을 찾곤 한다. 구단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의전이고 VIP들 또한 자연스럽게 지붕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순간 궁금해졌다. 가변석으로 인해 사실상 지붕이 없어진 안양에서 VIP들이 비가 올 때 향하는 곳은 어딜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너무나도 손쉽게 발견하고 말았다. 다름아닌 안양시장인 최대호 구단주가 앉아있던 곳은 일반 관중들과 똑같은 가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비를 입고 우산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한창 경기에 집중하고 있던 최 구단주에게 다가갔다. 구단주, 아니 1958년생 중년 '아저씨'는 우산과 우비에 의지해 비를 피하고 있었다. 굳이 가변석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묻자 "선수들이 고생하고 있지 않는가"라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비를 맞고 뛰고 있다. 나만 편하게 지붕 있는 곳에 앉아서 응원할 수는 없다. 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진정한 응원 아닌가. 구단주이자 한 사람 시민의 마음으로 여기에서 보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모습은 구단주도 시민도 아닌 그저 축구팬 같아 보였다. 최 구단주 또한 "그것도 맞다"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그는 새로 생긴 안양의 가변석 자랑을 시작했다. "참 예쁘다. 물론 약간 아쉬운 것이 있어 100점은 주기 어렵고 8~90점은 충분히 줄 수 있다"라고 가변석에 대해 언급한 최 구단주는 "이렇게 선수들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관람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서포터스는 선수들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낼 수 있고 선수들은 더 좋은 플레이를 관중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 참 좋다"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안양은 이 가변석을 위해 시즌 초반 '고난의 행군'을 해야했다. 연속 10경기를 원정 다녔다. 이는 선수단도 힘든 일이었지만 최 구단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안양의 원정경기 대부분을 따라 다니며 응원했다. "나도 원정 다니는 게 참 쉽지 않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응원 갔다왔다"라는 최 구단주는 "나도 선수단도 힘든 시간이었다. 인내하는 마음으로 많이 기도했다"라고 미소 지었다.

그 와중에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여전히 최 구단주는 우비와 우산을 뒤집어 쓰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 구단주가 온 몸으로 느꼈으니 조만간 가변석에 지붕 비슷한 것이라도 설치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변석에 지붕을 설치하게 되면 기존 관람석 2층의 시야를 가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최 구단주는 힘주어 말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오고 있지만 성적이 조금만 더 받쳐준다면 기존 관람석도 꽉 찰 것이다."

그러면서 최 구단주는 한 마디 던졌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데 비 오는 축구의 낭만도 한 번 즐기는 게 또다른 추억 아니겠는가?" 그는 껄껄 웃으면서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한 가지 바람을 드러냈다. "언젠가는 우리 안양에도 가변석이 아닌 축구전용구장이 생기기를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안양 시민들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면 참 좋을 것 같다. 나도 시장이자 한 사람의 안양시민, 그리고 축구팬으로 기대하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