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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곽힘찬 기자] 독특한 이름의 대구FC 선수 정치인. 많은 팬들은 그를 경기력보다는 특이한 이름으로 인해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통해 9천 명이 넘는 관중들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자신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12라운드 경기에서 대구FC는 세징야와 에드가의 득점에 힘입어 인천 유나이티드를 2-1로 격파하고 리그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정치인은 세징야의 선제골을 도우며 프로 데뷔 후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후반 초반 에드가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땐 많은 팬들이 정치인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를 마친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정치인의 얼굴은 비교적 밝았다. 근 1년 만에 선발로 출전해 활약하며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아쉬움을 털어내서였을까. 정치인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계속 2군에서 훈련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와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 무엇보다 팀에 보탬이 됐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밝혔다.

사실 정치인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지난 2018년 4월 15일과 4월 28일은 정치인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당시 강원FC와의 경기에서 3년 만에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그는 후반 32분 거친 태클을 시도하다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보름 뒤 2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또 퇴장을 당했다. 이렇게 기쁨과 악몽을 모두 경험했던 정치인은 약 1년 후 다시 돌아온 선발 출전을 앞두고 당시의 기억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은 “형들이 아침에 나를 많이 놀리더라. 오늘도 퇴장당하면 이제 네가 네 발로 걸어서 팀을 나가라고 했다. 나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정말 의식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다. 그래도 잘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당시 퇴장을 당한 후 정치인은 "전방에서 공을 빼앗긴 뒤 화가 나 태클을 시도했다. 안 그래도 형들이 힘들어할 텐데 내가 드리블을 하다가 공을 빼앗겨 형들이 더 힘들어지는 게 화가 나 파울로 끊으려다가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전반 초반부터 강하게 측면을 치고 올라가며 인천 수비진을 당황하게 했고 전반 8분엔 세징야의 선제골까지 도우며 제 몫을 다했다. 경기를 마친 후 안드레 감독은 정치인의 활약을 두고 “전술적인 부분을 모두 이행했다. 정말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움을 기록한 뒤 정치인은 프로 데뷔 첫 득점까지 기록할 뻔 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강하게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자신의 ‘인생 경기’를 펼쳤다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은 “내가 한 것은 없다. 세징야가 떠먹여줬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인천전에서 정치인이 뛴 자리는 현재 입대한 김진혁의 자리이자 에드가의 자리이기도 했다. 김진혁은 입대 전 4월에만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부상으로 이탈했던 에드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4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이날 그 자리에서 뛴 정치인은 욕심이 났다. 그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김)진혁이 형보다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늘 공격 포인트를 올렸으니 아마 진혁이 형이 잘했다고 얘기해줄 것 같다”고 밝혔다.

훈련소에 있을 김진혁에게 어떻게 얘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치인은 “진혁이 형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있다. 근데 여자 이름으로 쓰고 있다”면서 “입대 전에 나에게 치킨을 사줬는데 그게 당연히 편지를 쓰라는 의미가 아니겠나”고 웃었다.

지난 2018년은 정치인에게 있어 기쁨과 악몽이 모두 교차했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좋은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정치인이다.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의 입장에서 조바심이 날 법 하지만 2군 동료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정치인은 대구의 상승세와 함께 자신 역시 기량이 급성장할 수 있도록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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