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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화천=홍성빈 인턴기자] 위덕대에 유독 눈에 띄는 수비수가 있었다. 170cm가 넘는 큰 키에 공을 다루는 능력이 있었고 전방으로 꽂아주는 킥력도 좋았다. 무릎에 잔뜩 감긴 테이핑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역시 사연이 있었다. 그녀를 만나보기로 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2019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대학부 경기 경북 위덕대학교와 강원도립학교의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위덕대는 후반 15분 정우영과 후반 26분 권다은의 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일궈냈다.

경기 초반 강원도립대의 짜임새 좋은 압박과 발 빠른 공격수들의 전진에도 불구하고 위덕대가 역전승을 이뤄낼 수 있던 바탕에는 중앙 수비수 김지애의 투혼이 있었다. 위덕대의 홍상현 감독은 "김지애가 수비수로서 신체조건이 좋고 킥력도 워낙 좋다. 세트피스 등 전술적으로도 중요하게 쓰는 선수"라고 그녀를 설명했다.

이날 김지애가 상대한 강원도립대는 사실 그녀의 이전 소속팀이기도 했다. 작년 강원도립대 소속으로 뛰던 시기에 큰 부상을 당했다. 김지애는 "작년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7월에 무릎 내측 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 원래 수술을 잘 하지 않는 부위인데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수술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수술 이후 김지애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고민을 했다. 그녀의 재능을 안타깝게 지켜본 지인들은 만류했다. "주변에서 축구를 계속하라고 했다. 내가 잘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만두기에 너무 아깝다고들 하더라"라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편입을 결심했다. 그래서 오게 된 곳이 이곳 위덕대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적인 셈이다. 친정팀을 상대하는 기분은 어땠을까. 김지애는 "(친정팀이라) 더 지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부딪혔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김지애는 강원도립대 선수들을 강하게 다뤘다. 몸싸움도 거칠게 하며 충돌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원도립대 선수들이 다 후배들인데 오히려 서로 열심히 하자며 격려해줬다"라고 전했다.

김지애는 이날 무릎에 테이핑을 잔뜩 하고 나왔다. 김지애는 지난해 W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실업무대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좌절을 맛봤다. 김지애는 "작년 실업팀을 가야 할 시기에 큰 부상을 당했다"라며 "무릎을 크게 다쳐서 결국 수술을 하게 되어 드래프트에 실패했다"라고 전했다.

그녀의 재기를 이끈 건 역시 축구를 향한 애정이었다. 김지애는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생각해도 그만두기 너무 아까웠다"라며 "수술 후 지난 동계 훈련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다시 축구를 하게 돼서 좋았다"라고 밝혔다. 관절, 특히 무릎 부상은 축구선수들에게 치명적이다. 선수 생활 내내 고질적으로 괴롭히기도 한다. 이에 대해 "다시 운동을 시작할 때는 무서웠다. 또 다칠 것 같았다"라며 "아직 아프긴 하다. 듣기로는 은퇴할 때까지 통증이 따라올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뛸 때는 아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지애는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그녀는 "고3 때 진학을 앞두고 다쳤고 작년에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다쳤다. 중요한 시기마다 다쳐서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다"라며 "올해 다치지 않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고 나서 드래프트에 다시 도전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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