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화천=홍성빈 인턴기자] 문경대 선수로 뛰고 있는 안현희의 아버지는 축구 심판이다. 과연 가족이 심판으로 있다면 항의할 수 있을까?

화천에서 열린 2019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대학부 경기에서 경북 문경대학교는 서울 한양여자대학교를 1-0으로 꺾었다. 사실 의외의 결과였다. 한양여대는 대학여자축구 전통강호로 평가받는 팀이었다. 문경대에 대해 알아보려 해도 대표 선수 한명 없었을뿐더러 사소한 정보 하나 얻기 어려웠다. 경기 후 문경대의 김대원 감독을 직접 만나 정보를 구해보기로 했다.

김대원 감독은 "문경대는 선수들이 축구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진로도 잡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팀이다"라며 "선수들이 유야교육과, 호텔조리과, 군사학과 등 다양한 학과에서 자격증을 취득해 축구가 잘 안 됐을 때 취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자격증 취득에 관해 묻던 중 나름 재밌는 자격증을 가진 선수를 알게 됐다. 중앙 수비를 보고 있던 안현희다. 그녀는 축구 심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바로 만나본 안현희는 "아빠가 1급 축구 심판이시다"라며 "그 연유로 나도 축구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라고 밝혔다. 축구 역시 아빠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아빠가 진행하는 경기를 구경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여자축구부 감독님을 만나게 된 인연으로 축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현희는 한양여대와의 경기에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후방에서 수비를 단단하게 지켜줬다. 이날 경기에 대해 "강팀을 상대해서 긴장됐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다"라며 "초반엔 위험한 상황도 있었던지라 불안했는데 팀원들이 다 같이 열심히 뛰어줘서 편했고, 한 골 넣었을 때 책임 있게 막아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골을 내준 한양여대는 강하게 공격에 임하며 밀어부쳤지만 문경대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안현희 역시 끝까지 문경대의 수비라인을 지켰다. 안현희는 "경기를 뛰다보니 컨디션이 좋아졌다. 시합 오기 전에 몸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도 했다"라며 "동계훈련 때 체력훈련을 강하게 했다. 그리고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가 다시 체력을 끌어올리려 했는데 몸이 안좋아져서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오늘 뛰어보니 그 과정이 빛을 발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안현희는 지난해 겪은 고비를 고백했다. 그녀는 "운동이 하기 싫었다. 지난 동계훈련 전에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다.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방황하던 그녀를 붙들어준 건 역시 아빠였다. "아빠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 힘들때 집도 나가고, 연락도 끊고 그랬다. 그렇게 아빠를 많이 속 썩였다"라며 "운동을 그만 두려고 했을때 아빠가 '아빠 힘들었던 점 생각해줘'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시 잡게 됐다고 밝혔다.

아빠가 심판이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궁금해서 물었다. 안현희는 먼저 "단점이라기보다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며 "경기 전에 심판분들이 '안 선배 딸이네? 지켜볼게'라고 말씀들을 하셔서 경기장에 긴장이 많이 됐다. 하지만 아빠가 축구를 잘 아시다 보니 코칭을 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장점도 크다"라고 밝혔다.

아빠가 심판이고 본인 역시 심판 자격을 취득한 입장에서 경기 중 심판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현희는 "한 번 심판에게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아빠에게 혼이 났다"라며 "'너도 심판 자격증이 있는데 왜 그러냐, 밖에서 안 좋게 보인다'라고 하셔서 그 이후 항의를 하지 않게 됐고 오히려 동료 선수들이 항의할 때 말리곤 한다"라고 말했다.

문경대는 창단 2년 차의 팀이다. 신생팀이던 작년의 성적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올해 첫 대회에서 강팀을 잡았다. 출발이 좋다. 안현희는 "다음 대덕대학교와의 게임에서도 이기고 싶다. 목표는 예선을 통과하고 8강, 4강 한 계단 한 계단 씩 차차 나아가고 싶다"라며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해서 돌아가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앞서 만나본 김대원 감독은 안현희를 두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안현희는 "뷰티, 화장에 관심이 많다"라고 밝혔는데 어쩐지 그녀의 땀 젖은 얼굴에는 화장기가 있었다. 안현희는 "오늘은 간단하게 비비하고 립스틱만 한 정도"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venantius19@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