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시절의 김수안.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울산=곽힘찬 기자] 많은 사람들이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본래의 이름을 두고 개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뜻을 가진 이름으로 개명을 하면 복이 올 것이라고 믿어서다. 울산 현대의 김수안 역시 그랬다. 김수안은 축구 인생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김용진에서 지금의 김수안으로 개명했다.

울산 현대는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3차전에서 김수안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1-0으로 꺾고 무패 행진을 이어나갔다. 승리한 울산은 H조에서 2승 1무를 기록, 조 1위를 굳건히 하며 16강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ACL의 사나이’ 김수안?

이날 경기의 수훈 선수는 김수안이었다. 후반 교체 투입돼 종료 직전 극적인 헤더골을 터뜨리며 J리그 지난 시즌 우승팀 가와사키를 무너뜨렸다. 경기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김수안은 “경기에 많이 투입되는 선수가 아니라 교체로 들어가게 됐는데 사전에 미팅에서 준비한 움직임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내 득점으로 인해 우리 팀 전체가 행복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김수안은 ‘ACL의 사나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호주 브리즈번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리기도 했으며 지난 상하이 상강전에 출전해 헐크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가와사키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ACL에서 먼저 골 맛을 본 김수안은 K리그에서 아직 득점이 없다.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수안은 “ACL에서 많이 뛴다고 ACL이 더 편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 어느 경기든 많이 뛰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ACL이 토너먼트 대회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나를 준비 시켜주셨다”고 밝혔다.

“김도훈 감독은 나의 은인”

김수안은 그간 울산에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울산에 입단해 3년 동안 울산현대미포조선 돌고래, 강원FC, 충주 험멜 등을 전전하며 임대 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2017년 울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축구 선수는 뛰어야 한다. 종종 우리는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감독에게 반감을 갖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김수안은 그러지 않았다. 가와사키전에서 득점을 터뜨린 후 곧바로 김도훈 감독에게 달려가 꼭 안겼다.

“사실 지난 2017년 울산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김수안은 “그런데 감독님이 나의 절실함을 알아주시고 울산에 임대복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 어떻게 보면 오갈 곳 없는 나를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지금까지 울산 소속으로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은 김수안에게 은인이었다.

그래서 김수안은 김도훈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는 “항상 어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준비를 해왔다. 어떻게든 뛰고 싶었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오늘 그 절실함이 통했다”면서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김용진에서 김수안으로

새로운 축구인생을 위해 2017년 울산에 복귀하면서 개명까지 했던 김수안이다. 그는 “힘들게 울산에 복귀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축구인생을 시작하고 싶어서 개명했다”면서 “내가 직접 작명소를 찾아갔다. 한자로 빼어날 수, 언덕 안을 뜻한다”고 밝혔다.

김수안은 겸손한 선수였다. 그는 주전급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가 아닌 교체로 투입되는 것에 대해 “공격으로 뛰든 수비로 뛰든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는 자체가 즐겁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절실함과 헌신을 강조한 김수안의 말에서 그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알 수 있었다. 울산의 끈끈한 조직력과 올 시즌 무패 행진은 김수안과 같은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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