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파크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최근 K리그는 대구FC를 필두로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나원큐 2019 K리그1 3라운드를 기준으로 총 유료 관중은 62,287명으로 지난해 37,309명보다 무려 약 25,000명가량이 증가했다. 특히 대구는 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시작으로 지난 울산 현대와의 경기까지 무려 홈 세 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대구의 연이은 매진 기록은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성적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새로운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의 건립이 한 몫 했다. 12,000명의 관중이 운집할 수 있는 DGB대구은행파크는 유럽식 축구전용구장으로 그라운드와 관중석 간 거리가 7m 밖에 되지 않아 팬들이 경기장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지붕 없는 전용구장? 팬들은 물음표

이렇게 대구가 구단 역사상 유래 없는 흥행을 이어나가자 다른 시민구단들도 대구를 롤 모델로 삼아 각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 K리그2의 광주FC는 지난 1월 새 축구전용구장 건설을 시작했다. 예정대로 완공이 되면 내년 시즌부터 축구전용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많은 광주 팬들이 “팬들이 오고 싶어 하는 경기장이 될 수 있을까”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광주 새 축구전용구장 조감도 ⓒ 광주광역시 제공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자리에 건설 중인 광주의 새 축구전용구장은 약 12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대구은행파크와 비교를 해보면 7,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으며 양 골문 뒤편에 3,000석의 가변 좌석을 설치하면 총 10,000명의 관중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붕이 없는데다가 육상 국제대회 개최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육상 트랙을 남겨놓은 채로 새 구장을 건립 중이다.

물론 팬들이 축구의 묘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을 건설하는 것은 좋은 취지다. 광주의 축구전용구장 부대시설로 클럽하우스 설립이 되면 목포축구센터에서 광주로 옮겨올 수 있어 운영비용 절약 및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 팬들의 방문이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지붕의 부재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대구의 흥행 이유, 지붕 있는 DGB대구은행파크

대구의 DGB대구은행파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경기장을 4면의 지붕이 둘러싸고 있어서였다. 이 지붕은 경기 관람을 방해하는 햇빛과 비를 차단함과 동시에 관중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 말해 축구 열기를 더 뜨겁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지붕을 덮게 되면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대구 역시 새 구장 건립에 사용한 515억 원 중 100억 가량을 지붕에 투입했다.

경남FC만 보더라도 축구전용구장 지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경남은 창원축구센터라 불리는 축구전용구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여름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거나 비바람이 몰아칠 때면 관중의 발걸음이 뚝 끊긴다. 창원축구센터의 지붕은 W석에만 설치되어 있어 기상이 좋지 않을 경우엔 다른 구역의 팬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 경남을 지휘했던 조광래 대표 역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창원축구센터의 지붕이었다.

광주 새 축구전용구장 조감도 ⓒ 광주광역시 제공

이처럼 팬들에게 경기 관람의 편의와 재미를 제공하는 지붕은 적합한 축구전용구장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현재 광주 팬 게시판을 살펴보면 많은 팬들이 “대구를 롤 모델로 삼아 건립 중인 축구전용구장에 지붕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 역시 대구와 마찬가지로 시민구단이기에 재정이 그렇게 탄탄하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지붕을 포함해 장기적인 축구전용구장 설립 계획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팬들을 위한 전용구장이 되야

올 시즌 K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 중 하나가 축구전용구장이다. 그리고 많은 구단들이 시야가 좋은 축구전용구장을 보유하기 위해 각자의 계획을 세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팬들을 위한 경기장이라는 전제 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성급하게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포항 스틸야드’라는 K리그에서 손꼽히는 축구전용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도 “축구전용구장은 팬들을 위한 경기장이 되어야 한다. 경기를 보다가 비바람을 그대로 맞게 되면 경기에 몰입할 수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의 절반 이상은 팬들이 만들어나간다. K리그의 흥행을 이끄는 것도 팬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축구전용구장 역시 팬들을 먼저 고려한 경기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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