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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곽힘찬 기자] 골키퍼 조현우가 대구FC의 FA컵 우승을 이끌면서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대구FC는 울산 현대를 3-0으로 완파, 합계 5-1로 창단 첫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구단 창단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대구였지만 이번 FA컵 우승으로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직행을 확정짓게 됐다. 조현우는 “대구 스타디움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렇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게 되어 너무 기쁘다. 오늘은 FA컵만 생각을 하고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겠다”면서 우승에 대한 소감을 드러냈다.

2018년 FA컵 우승팀 대구는 단 한 번도 상위 스플릿에 진출한 적이 없는 팀이다. 이들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K리그2에 속해있었고 기업 구단이 아닌 시민 구단이라 K리그 내에서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매 시즌 잔류를 위해 생존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는 대구가 올 시즌 리그 7위를 달성하고 FA컵을 우승하며 ACL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조현우와 대구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대구는 이제 내년 시즌 ACL 무대에서 광저우 헝다, 맬버른 빅토리 등의 팀들과 맞대결을 펼친다. 특히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저우 헝다는 수차례 중국 슈퍼리그 우승2 2ㅋ과 ACL 우승컵을 차지한 적이 있는 강팀이다. 그리고 대구는 공교롭게도 새로운 홈구장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광저우 헝다와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광저우와 맞대결? 굉장히 설렌다”

시상식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조현우는 이 사실을 전해 들었다. “굉장히 설렌다”는 조현우는 “어떤 팀이랑 붙든 우리는 항상 이렇게 준비한대로 경기를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본다. 지금 선수들은 자신감을 엄청나게 얻은 상태라 아마 내년에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구는 FA컵 결승 2차전을 마지막으로 이제 정들었던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 새로운 축구전용구장 ‘포레스트 아레나’로 향한다. “마음이 허전하다”는 조현우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대구 스타디움은 조현우가 프로 데뷔전을 치렀던 곳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프로 첫 경기를 치렀던 조현우는 6년 후 FA컵 우승을 차지하고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게 됐다. 조현우는 “굉장히 정이 많이 든 그라운드이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역사를 쓰고 있다. 선수들은 새로운 경기장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 한 해는 굉장히 의미 있었다”

조현우는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올 시즌 초 대구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끊임없이 선방쇼를 펼치며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월드컵에서 능력을 보여준 조현우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승선해 한국의 2연속 금메달을 이끌며 병역혜택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대구 금의환향한 조현우는 K리그 베스트 골키퍼 및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현우는 2018년을 두고 “올 한해는 굉장히 나에게 의미 있는 한 해다. 은퇴할 때까지 평행 잊지 못할 2018년이 될 것 같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바쁘게 달려온 만큼 힘든 것도 있었다. 이날 FA컵 결승 2차전의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조현우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대(大)자로 누워 잠시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현우는 “좀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 1년 내내 경기를 하면서 잘 쉬지도 못했다. 그런데 뭔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다리가 풀린 것 같다. 그냥 좀 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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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조현우는 오는 2019년 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바라보고 있다. 조현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항상 늘 변함없이 100%이상 준비를 할 것이다. 이제 바로 울산에서 소집이 있는데 김승규, 김진현과의 경쟁을 통해서 내가 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2013년 대구에 입단한 조현우는 경기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대구의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대구의 강등과 승격, 역사적인 FA컵 우승을 함께하면서 이젠 그가 없는 대구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조현우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과거 대구의 골문을 지켰던 ‘민철신’ 백민철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았던 조현우는 어느새 대구를 넘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월드클래스’ 골키퍼로 거듭났다. 그리고 자신의 축구 인생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프로 6년 차 조현우는 그렇게 2018년을 환상적으로 마무리했다.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