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에 참가한 아산 민상기(오른쪽에서 세 번째)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그랜드힐튼호텔=명재영 기자] 전역이 임박한 아산 주장 민상기가 아산과 수원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018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민상기는 이날 K리그2 MVP 후보에 올라 동료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본 시상식에 앞서 열린 취재진과 만남에서 민상기는 “사실 시즌 MVP 후보에 오른 것을 보고 부끄러웠다”며 “이 자리에 올라올 선수들이 많았지만 주장이라는 명분으로 감독님과 구단이 추천해주셔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년 5월 11일에 경찰청에 입대한 민상기는 내년 1월 전역해 원소속팀인 수원삼성으로 복귀하게 된다. 전역일이 불과 60일도 남지 않은 ‘말년 병장’이다. K리그2 시즌을 마친 후 평범한 의경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역 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입대 전 두 시즌 동안 큰 부상을 당해서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고 최근 수원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기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민상기는 “입대 전에 큰 부상을 계속 당하면서 몸 상태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행히 입대 전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왔고 군 복무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서 축구를 넓게 보는 시야를 갖게 된 것 같다. 지금 안타까운 건 수원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함께 나누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개인적으로 많이 발전하고 몸 상태가 올라온 만큼 팀에 복귀해서 보탬이 되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도 미래지만 아산 생활도 순탄치는 않았다. 특히 아산은 올해 신규 선수 충원이 끊기면서 K리그2 우승에 따른 자동 승격이 취소되고 내년 시즌의 기본적인 운영마저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민상기는 이에 대해 “시즌 중간부터 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해 선수들끼리 쉬쉬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들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과가 나온 것을 군인 신분인 저희가 되돌릴 수 없고 따라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좋은 대책이 나와 후임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 군 복무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상식이 열린 이 날 수원은 5대 이임생 감독의 취임 소식을 발표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수원에서 코치를 지낸 이임생 감독은 2009년 말 입단한 민상기와 짧게나마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민상기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이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 재회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대되고 설렌다”고 전했다.

내년 시즌부터 푸른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는 민상기의 합류는 수원 입장에서도 엄청난 호재다. 올해 극심한 수비 불안으로 큰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상기는 “기본적으로 모두 좋은 선수들”이라며 “아무래도 팀 분위기가 위축되고 성적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조급해하고 쫓기는 모습들이 나온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정말 많이 배웠기 때문에 고향인 수원으로 돌아와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민상기는 두 시즌 동안 조건 없는 응원을 보내준 아산 팬들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선수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걸 처음 경험했다. 어떻게 보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선수들이지만 선수들 한 명 한 명 소중히 여겨주셔서 올해 아산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같은 팀은 아니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서로 응원하는 관계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도 아산과 팬들을 끝까지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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