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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대전시티즌 고종수 감독이 황인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인범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당시 주축 선수였다. 이후 벤투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돼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군 복무 기간 중 금메달을 따 조기 전역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유러 빅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급성장했다. 황인범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그는 요즘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대전으로 복귀해서도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고종수 감독 입장에서 황인범은 남 같지 않은 제자다. 고종수 감독은 어린 나이에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월드컵에도 나가 ‘앙팡테리블’이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황인범은 마치 자신의 예전 모습과도 참 많이 닮았다. 거기에 기술적으로 공을 차는 스타일까지도 비슷하다. 황인범이 조기전역을 한 뒤 함께 생활한지 오래 지나지는 않았지만 고종수 감독은 황인범을 무척이나 아낀다.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고종수 감독은 황인범을 칭찬하면서도 갈 길이 더 멀다고 했다. 고종수 감독은 “황인범이 좋은 걸 가진 선수라는 건 다 안다. 그런데 더 많은 장점을 살려야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피지컬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을 더 정교하게 차야한다.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야 한다. 더 익어야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세한 걸 코치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이 어려운 부분을 깨달아야 한다”며 “나도 많이는 모르지만 내 나름대로의 선에서 조언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황인범은 올해 23세다. 어린 나이에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고종수 감독에게 자신의 23세 시절 이야기를 물었다. 그랬더니 고종수 감독은 잠깐 계산을 하고는 “그때 월드컵에 갔다가 돌아와 경기에 나서던 시절이 23세였다. 1998년이나 1999년쯤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던 그 전설의 선수가 전성기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 치고는 대단히 겸손했다. 23세의 고종수는 정말 어마어마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그 시절을 크게 부풀려 설명하지 않았다. 누구나 다 고종수가 최고라고 여기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긴 설명은 필요없었다.

고종수 감독은 “그때 나보다 지금 인범이가 더 잘한다”고 웃었다. “훗날 고종수를 넘을 수 있을지 몰라도 23세 황인범이 23세 고종수를 넘기에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러면 앞으로 현역 시절 나를 빨리 넘어섰으면 좋겠다”고 겸손해했다. 고종수 감독은 “인범이가 워낙 성실한 선수다. 자기가 부족한 건 누구보다도 자기가 잘 안다. 그런 건 누가 밖에서 이야기해준다고 바뀌지 않는다. 워낙 성실하고 똑똑한 선수이니 눈에 띄게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를 금방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종수 감독은 그러면서 황인범이 좀 더 창의적이고 정신적으로도 강한 선수가 되길 바랐다. 그는 “이제 경기를 할 때마다 짜증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상대는 황인범의 실력을 아니 거칠게 맨투맨 마크를 한다”면서 “경기 내내 막 잡아당기고 신경을 긁을 텐데 그런 걸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고종수 감독이 현역 시절 느껴왔던 것이다. 또 그는 “성실한 선수지만 운동장에서는 당돌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틀에 박힌 플레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플레이도 나온다”고 당부했다.

고종수 감독은 “성실한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서도 겸손한 걸 성실함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운동장에서까지 착한 선수가 되면 곤란하다. 운동장에서는 발라당 까진 선수가 되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그런 부분을 더 잘 이해해 준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있으니 선수가 경기장에서 좀 까져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이해해 줄 것이다. 난 선수가 이렇게 경기장 안에서는 발라당 까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선수 고종수는 경기장에서 많이 까졌었느냐”고 물으니 고종수 감독에게서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난 너무 발라당 까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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