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골을 기록한 이현일이 동료와 포옹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성남FC 이현일은 양쪽 발목이 다 성하지 않다. 그리고 이 부상으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프로 2년차의 어린 선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리고 13일 오랜 만에 얻은 기회에서 믿기지 않은 두 골을 뽑아냈다. 절박한 상황에서 터진 골이었고 골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궤적이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그에게 있던 1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EB 하나은행 K리그2 2018 광주FC와의 경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경기였다. 비록 팀은 2-2로 비겼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현일이었다.

7개월 부상 공백 후 복귀했지만…

지난 시즌 성남에 입단해 14경기에 나서며 제법 인정받던 이현일은 올 시즌에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왼쪽 발목 연골에 문제가 생긴 그는 지난 1월 뼈에 구멍을 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무려 7개월 동안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성남이 K리그2에서 잘 나갈 때도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재활만 했다. 그렇게 지난 8월 힘겹게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물론 아직까지 수술 후유증은 남아 있다. 이현일은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아 계속 치료를 받고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가고 있다”면서 “통증이 다 사라지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경기에 나서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선수라면 당연히 참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월 부상을 털고 복귀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반대쪽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현일은 “병원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재활에만 매달리는 게 낫겠다고 했지만 2주 정도 치료를 받으니 공을 찰 만은 해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 쪽 발목 다 상태가 좋지는 않은데 경기를 소화하는데 있어서 큰 지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왼쪽 발목을 크게 다친 그는 오른쪽 발목에도 통증을 느끼고 있지만 ‘뛸 만은 해’ 참고 뛰는 중이다. 그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 아프다고 누워 있을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현일은 7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린 뒤 복귀해 첫 경기인 부천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에게 선발 출장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았다. 정성민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고 거기에 김도엽도 팀에 합류한 뒤 꾸준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 부상을 털고 돌아와 또 다른 부상을 입은 이현일은 즉시전력감이 아니었다. 그는 백업 명단에만 줄곧 이름을 올렸고 교체로 간간이 기회를 잡았다. 이현일을 이렇게 말했다. “불안감이 너무 심했다. 내가 복귀하기 전까지 우리 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복귀할 때 몸 상태도 정말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오른쪽 발목을 다치면서 자신감은 더 떨어졌다.”

이현일이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골을 기록했다. ⓒ프로축구연맹

이현일의 잊을 수 없는 ‘인생 경기’

그런 이현일에게 오랜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남기일 감독은 광주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현일을 선발로 낙점했다. 광주 뒷공간 공략을 위해 이현일 카드를 내민 것이었다. 그리고 이현일은 믿기지 않은 대활약을 펼쳤다. 두 시즌 동안 K리그에서 네 골을 넣은 게 전부인 이 공격수는 이날 두 골을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이현일은 전반 21분 기가 막힌 골을 뽑아냈다. 페널티박스에서 김민혁이 헤딩으로 떨궈준 공을 공을 이현일이 그대로 시저스킥으로 연결하며 광주 골문을 갈랐다. 이 공은 제종현이 꼼짝할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광주가 두 골을 연이어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하자 다시 한 번 이현일이 팀을 구해냈다. 전반 42분 측면에서 주현우가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이현일이 머리로 받아 넣으며 다시 한 번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믿을 수 없는 이현일의 두 번째 골이었다. 이후 더 이상 골이 터지지 않아 경기는 2-2로 막을 내렸다. 이현일의 ‘인생 경기’도 이렇게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현일은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는 감격에 겨운 듯 이렇게 말했다. “두 골을 넣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스트라이커는 늘 골을 생각해야 하는데 한 경기에 두 골을…. 내가…. 나한테는 너무 간절했다. 골로 보여줘야 하는 포지션인데 여태까지는 골이 너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두 골을 넣었다. 오랜 만에 경기에 뛰는 만큼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뛰려고 했는데 골까지 넣게 됐다. 믿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양 쪽 발목이 다 아픈 그가 신체적인 고통과 심리적인 고통을 참아내며 얻어낸 결과였다. 특히나 그가 시저스킥으로 기록한 첫 골은 K리그 한 시즌을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명장면이었다. 이현일은 “형들에게 페널티 박스 안에 있을 테니 크로스를 올려 달라고 했고 형들이 나를 믿어줬다”면서 “공이 내가 시저스킥을 하기 딱 좋은 위치로 왔다. 연습할 때 늘 상상했던 장면이라 자연스럽게 동작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현일은 이날 두 골을 기록하며 올 시즌 3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난 시즌 기록한 세 골을 더해 K리그 통산 6호골을 뽑아냈다.

이현일이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골을 기록했다. ⓒ프로축구연맹

“나로 인해 즐거우셨으면”

경기 후 만난 이현일은 감격에 겨운 표정이었다. 그에게 있어 올 시즌 부상으로 얻은 시련은 많은 가르침을 줬다. “참 프로라는 게 자리 잡는 것도 쉽지 않다는 알게 됐다. 부상을 당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혼자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니 정말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감독님이 기회를 주실 때까지 묵묵히 열심히 준비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 기다렸는데 언젠가 찾아오리라고 믿었던 그 기회가 바로 오늘이었다.” 이현일은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도 감격에 겨운 듯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이제 K리그2 정규리그는 딱 네 경기가 남았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이현일은 이제 이 네 경기에서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한다.

“승격을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다. 우리 플레이만 다 하면 꼭 승격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나는 올 시즌 큰 욕심은 없었는데 오늘 경기로 인해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경기력으로 더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면서 그에게 올 시즌 남은 네 경기의 목표를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몇 골을 넣어 승격에 기여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현일은 좀 남달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오셔서 우리 경기를 보시며 나로 인해 즐거우셨으면 한다.” 이현일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한 동안 감격했다. 그리고는 자리를 뜨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은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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