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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금메달 꼭 따라…"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한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도 금메달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27일 열린 8강전에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두 번만 이기면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병역 혜택, 특히 세계 축구 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병역 혜택 여부 때문이다.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출전한 모든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 과거 2012 런던 올림픽,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축구 대표팀은 병역 혜택을 받은 바 있다.

병역 혜택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만 해당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동료 선수들이다. 특히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미필' 축구선수들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의 가족인 것처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잠재적 경쟁자다. 축구선수가 병역 의무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상주상무나 아산무궁화와 같은 군경 팀에 입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경 팀의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만일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미필' 선수가 군경 팀 입단에 실패한다면 그의 머리는 꽤나 아파진다. 경력을 무사히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사회복무요원 판정 후 K3리그 입단 밖에 없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상당히 유리하다. 군경 팀은 선수 선발 시 국가대표 출전 경력과 K리그 출전 경력을 점수에 상당히 반영한다. 대표팀 경기에 많이 출전할 수록 군경 팀 입단에 유리해진다. 게다가 대표팀에 출전할 정도면 K리그에서 뛴 경력도 상당하다. 수능으로 치자면 수능 만점자인 셈이다.

그 '수능 만점자'들이 현재의 아시안게임 대표팀이라 볼 수 있다. 그들이 군경 팀에 지원한다면 다른 K리그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병역 혜택을 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만큼 경쟁자들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군경 팀 입단 확률이 올라간다. 특히 군경 팀 합격 여부가 '애매하다'고 평가 받는 선수들은 더욱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간절하다. 자신이 뛰고 있지 않음에도.

한 선수는 "솔직히 아시안게임을 볼 때 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면서 "병역 혜택에 대한 부러움도 없으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병역 혜택을 받아야 나와 '미필' 동료들이 아산과 상주에 입단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좋다"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누군가는 대표팀의 금메달을 기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병역 혜택의 수단'으로 비춰지는 금메달 도전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간절하게 금메달을 응원하는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군경 팀 예비 자원'이었다. 마치 예비 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수험생의 심정이랄까. 자신의 앞에서 문이 닫힐까봐 그들은 아시안게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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