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고 정혜원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합천=곽힘찬 기자] 지난 26일 경남 합천에서 열린 제 17회 전국 여자축구 선수권대회 제주여고와 서울 동산정산고의 경기.

“저 선수 진짜 잘 막는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선수는 제주여고의 골키퍼 정혜원이었다. 쉴 새 없이 몸을 날려 상대의 슈팅을 막아냈고 동료들을 향해 소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제주여고의 아쉬운 0-2 패배. 비록 제주여고가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정혜원이 보여준 경기력은 모두의 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고향이 제주도인 정혜원은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는 선수다. 일반적으로 제주도 출신 선수들은 처음부터 제주도에서만 뛰거나 아예 제주도를 떠난다. 하지만 정혜원은 제주도를 떠났다가 다시 제주도로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충남인터넷고에 있었다”라는 정혜원은 “뛰고 싶어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 후 과감하게 ‘명문’ 충남인터넷고 입학을 선택했지만 정혜원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힘들어하는 딸을 향해 돌아오라고 권유했지만 정혜원은 계속 도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정혜원은 어느 순간 ‘축구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후보 선수로만 고등학교 3년을 보내기 싫었던 정혜원은 그렇게 충남인터넷고 생활을 접고 선발로 뛰기 위해 다시 제주도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는 제주여고 소속으로 참가한 첫 대회였다. 비록 3전 전패로 탈락했지만 정혜원은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정혜원은 얼마 전 경북 문경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골키퍼가 부족한 문경대가 정혜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정혜원은 “코치님 제자분으로부터 레슨을 받으며 꾸준하게 훈련 중이다. 조만간 문경대 입학 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정혜원의 최종 목표는 WK리그 진출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WK리그’라는 단어는 생각해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누구보다 간절하게 그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의 꿈을 찾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제주도 소녀의 색다른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친 정혜원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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