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은은 데뷔전을 치른 뒤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대구=곽힘찬 기자] K리그1 데뷔전을 치른 또 하나의 골키퍼가 탄생했다. 비록 팀이 1-3으로 패배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르긴 했지만 수없이 많은 선방을 해내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최영은’ 이제 막 대구FC의 팬이 되었거나 다른 팀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에겐 생소할 법한 이름이다. 지난해 말 대구에 입단한 이후 줄곧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뛸 수 없었다. 최영은의 자리엔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 조현우가 퇴장으로 인한 징계 및 2018 팔렘방-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차출되면서 기회가 찾아오게 됐다.

이날 데뷔전 상대는 K리그1 최강팀 전북이었다. 대구는 막강한 전북의 공격진 앞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영은은 “결과가 너무 아쉽다. 선수들 모두가 미친 듯이 열심히 뛰었는데 세트피스 상황에서 무너지며 패배했다”는 최영은은 계속 “아쉽다”를 연발했다. 어떤 선수든 데뷔전을 앞두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영은은 설렘이 더 컸다고 한다. “어차피 상대는 최강으로 평가받는 전북이고 공이 많이 날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즐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는 최영은은 이날 경기가 나름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영은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조현우가 차출됨에 따라 당분간 대구의 골문을 계속 지켜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됐다. 갑자기 찾아온 데뷔전에 이어 앞으로 조현우를 대신해 일시적으로 ‘넘버원’ 골키퍼의 역할을 해야 하는 최영은은 “책임감도 크고 부담감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려야 성장할 수 있다. 조현우를 대신해 대구만을 위해 활약해서 대구가 잔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사실 최영은은 조현우를 보면서 성장한 선수다. 과거 성균관대학교 축구부 시절 성인 국가대표팀 훈련 파트너로 차출된 바 있는 최영은은 파주 NFC에서 조현우를 처음 만났다. 최영은은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조현우가 내가 고생한다고 밥을 사주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대구에 와서도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최영은의 데뷔전 모습. 이날 최영은은 전북을 상대로 세 골을 허용했다. ⓒ프로축구연맹

최영은은 조현우의 플레이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는 조현우와 룸메이트”고는 말한 최영은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기 때문에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 오늘도 전북전을 앞두고 긴장하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즐기면서 플레이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 중에 조현우가 나를 향해 응원의 박수를 쳐주는 것도 봤다. 그 응원이 힘이 돼서 데뷔전을 나쁘지 않게 치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은에게 대구는 애정이 깊은 팀이다. 대구가 유일하게 그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인연이 있던 조현우의 도움이 컸다. 최영은은 “대구는 K리그1에 소속된 팀이고 조현우가 뛰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구행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대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갈 곳이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조현우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본격적으로 K리그1 무대에 뛰어든 최영은은 ‘제 2의 조현우’가 되고 싶은 선수다.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조현우의 모습은 최영은을 매료시켰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무실점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조현우처럼 팬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최영은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국가대표팀 훈련 파트너에서 이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어엿한 1군 선수로 성장한 최영은은 선배 조현우를 바라보면서 매일 성장해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롤 모델이 누구냐고 묻자 최영은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조현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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