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영(왼쪽), 박하정(오른쪽)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합천=곽힘찬 기자] 골키퍼가 수비수에게 소리를 친다.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골키퍼와 수비수의 생김새가 비슷하다. ‘쌍둥이인가?’라고 생각을 하면서 프로필을 확인했더니 생일이 똑같다. 쌍둥이가 한 경기에서 함께 뛰는 광경을 보는 것은 결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한 흔하지 않은 광경을 제 17회 여자축구 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합천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경기 오산정보고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박하영과 골키퍼 박하정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00년 9월 6일 생으로 시간을 두고 태어난 쌍둥이다. 쌍둥이답게 뛰어난 호흡을 자랑하는 두 선수는 지난 24일 인천 디자인고를 맞아 오산정보고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이들을 보자마자 순간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하정이 “수비수가 언니에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어떻게 함께 그라운드 위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었을까? 박하정은 “언니가 먼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아버지께서 쌍둥이니까 그냥 같이 해보라고 하셔서 덩달아 하게 됐다. 그게 함께 축구를 하게 된 계기다”라고 말했다.

보통 골키퍼와 수비수는 서로 소통이 많은 포지션이다. 그래서 호흡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선수는 “쌍둥이라 경기 중에도 마음이 잘 통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호흡이 좋았다. 종종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각자 서로의 뜻을 알아볼 때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축구선수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동생인 박하정은 “언니가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해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매의 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이들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인터뷰하는 내내 수줍어하는 모습을 드러낸 두 선수였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서로를 향해 던지는 말 한마디에는 쌍둥이 자매의 깊은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지금은 오산정보고 소속으로 같이 뛰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한다. 선수단 버스로 돌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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