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합천=조성룡 기자] 여자축구의 전설은 새내기 지도자가 되어 또다른 역사를 꿈꾸고 있었다.

2003년 대한민국 여자 국가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남자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경사였다. 그리고 그 멤버들 중에는 김유미가 있었다. 그녀는 2003 여자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든든한 대들보였다. 지소연 등 현재 기라성 같은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던 언니였다.

2015 시즌 은퇴 하며 우리를 떠났던 김유미는 어느새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화천정보산업고(화천정산고) 감독으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곳에서 코치 생활을 한 그녀는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부담스러운 자리다. '성적을 내야한다'는 중압감이 있을 수 있는 자리가 감독이다.

올해 화천정산고는 순항하고 있다. 지난 여왕기 대회에서 화천정산고는 준우승을 거뒀다. 우승의 문턱 앞에서 좌절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강호라는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기라성 같은 여자축구 명문 학교를 제압했다. 합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제 17회 전국 여자축구선수권대회는 올 시즌 마지막 대회다. 이번에는 준우승 아닌 우승을 위해 축구화 끈을 조이고 있다.

경기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승을 강요하는 것보다 스스로 갈망하도록 유도한다. "사실 올 시즌 첫 대회에서 예선탈락은 아니지만 상당히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덨다. 그래서 선수들이 여왕기 때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상당했다. 준우승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우승을 하기까지 정말 많이 연습하더라.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여왕기 준우승이 운이 아닌 실력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다."

화천정산고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연령별 대표팀에 점차 많은 화천정산고 선수들이 승선하고 있다. 김 감독의 노하우는 따로 없었다. 그저 '적응'을 강조했을 뿐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라고 웃은 그녀는 "선수들이 어느 팀, 어느 지도자 밑에 가도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것은 소속팀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 화천정산고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원동력 같다."

대신 열정을 쏟는다. 김 감독은 "내가 나이는 비교적 많지만 선수 생활을 오래 하다가 은퇴해서 이제 지도자 새내기인 셈이다"라고 웃은 그녀는 "새내기 답게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노하우는 시간이 더 지나야 쌓일 것 같다. 지금은 덤비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훈련 시간 때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옷만 똑같았다면 영락 없는 선배 선수다.

선수 시절의 승부욕은 여전하다. "지도자라면 매 대회 목표는 역시 우승 아니겠는가"라고 미소 지은 김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꿈을 묻자 "열심히 좋은 선수를 잘 길러내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여자 국가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내 제자였으면 하는 욕심을 감히 내보고 싶다. 화천정산고라는 팀이 좋아지고 있어서 주변의 기대도 올라가고 있다. 나와 선수들에게 부담보다 자신감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라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대한민국 여자 국가대표팀을 든든하게 이끌며 사상 첫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을 만들어낸 영웅 '선수 김유미'는 더 이상 없다. 이제는 제자를 양성하며 또다른 역사를 만들고자 도전하는 '감독 김유미'가 있을 뿐이다. 화천정산고에서 그녀의 키워드는 '성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제자들이 잘 성장하는 것처럼 나도 이 화천정산고에서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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