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도지사가 답해야 할 차례다. 강원FC의 민간인 사찰을 그저 정치적 공세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강원도

강원FC 조태룡 대표의 비위사실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계를 추구하는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조태룡 대표의 비리 행위를 낱낱이 고발하려 한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디 한국 스포츠계에서 이런 ‘괴물’이 ‘영웅’ 대접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달 5일 자유한국당 정창수 도지사 후보 측이 강원FC의 민간인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강원FC 구단주인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도지사 후보를 향한 정치적인 공세였다. 정창수 후보 측은 강원FC가 직원들을 동원해 도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무차별적으로 수집·조사했다”며 관련 양식과 수집한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문건이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5월30일부터 작성됐고 춘천. 원주. 강릉 도내 빅3 지역 등에서 이뤄졌다”면서 “스폰서 및 협찬 확보를 위한 자료라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공세로만 비춰졌을 뿐 이후 다시 시들해졌다. 최문순 도지사 후보는 재임에 성공한 뒤 강원FC 조태룡 대표와 계약 기간인 내년 3월까지 함께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야당에서 제기한 문제는 결국 이렇게 선거가 끝난 뒤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 문제는 정치적인 쟁점화를 떠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니어스>는 당시 도민 사찰에 동원된 강원FC 구단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사찰 문건도 입수했다. 정치적 쟁점을 떠나 도민 사찰은 범죄 행위다. 사찰 문건은 충격적이다.

강원FC는 2016년 1월 노조를 설립했지만 이 노조는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강원FC

노조 설립과 구단의 방해

도민 사찰을 이야기하기 전에 강원FC 노조부터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강원FC 프런트는 2016년 1월 노동조합을 구성했다. 강원도에 자문을 구했고 공무원 노조의 협조까지 받아 설립한 정당한 노조였다. 그리고 3개월 뒤인 2016년 4월 조태룡 대표가 구단에 부임하게 됐다. 그런데 조태룡 대표 부임 이후 대대적인 인사 이동 조치가 이뤄졌는데 공교롭게도 노조 가입자 중 상당수가 마케팅팀으로 옮겨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수단 운영팀원도 생전 해본 적 없는 마케팅 부서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이들 위에는 넥센 시절부터 조태룡 대표의 충신이었던 정인욱 팀장이 담당자로 내려왔다. 과거 <스포츠니어스>에서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 “문서 하나 작성하지 못하는 수행 비서가 초고속 승진해 본부장까지 올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바로 그 본부장이 정인욱이다.

노조 측에서는 한국 노총에 문의해 “2년 이상 장기 근속자는 계약직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받고 선수단 영양 관리사와 클럽하우스 관리인, 선수단 버스기사 등도 노조로 받아들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무려 19명이 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다. 하지만 구단 사무국장과 대표의 회유, 협박이 이어지면서 노조는 금방 힘을 잃었다. 당시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A씨는 “한 명씩 찾아와 ‘노조 활동을 못하겠다’고 했다”면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면 누군가 노골적으로 ‘자녀가 두 명 있지 않느냐. 알아서 잘 판단하시라’고 했다는 말을 해왔다. 클럽하우스를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는 누군가로부터 ‘나이 드셔서 그거 하셔서 뭐하느냐. 알아서 판단하시라’는 말을 듣고 ‘노조를 못하겠다’고 말하셨다”고 전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누군가’는 B씨의 주장대로라면 사무국장과 조태룡 대표였다.

노조위원장 A씨를 비롯해 노조를 지킨 이들은 마케팅팀에서 점점 더 이상한 지시를 받기 시작했다. 바로 도민 사찰이었다. 강릉 시내 업체를 돌면서 업체 상황을 파악하고 업주의 개인적인 정보까지 문건으로 보고하라는 지시였다. 2016년 8월부터 사찰에 동원됐던 B씨는 “인턴 사원 및 마케팅 담당자 등 9명 정도가 도민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매일 사찰 양식을 주면서 업체를 돌게 했다. 지역내 상점을 돌면서 업주들의 정치적 성향은 물론 딸내미가 누구고 담배는 몇 갑을 피우고 학교는 어디를 나왔고 주량은 어느 정도인지까지도 조사하도록 시켰다”면서 “물론 업주한테 이런 정보를 수집한다고 양해를 구한 적은 없다. 몰래 확인하고 체크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사찰 양식에 기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석 달간 약 3백여 곳의 업체를 사찰했다. 9명의 직원이 다 합치면 총 3천여 군데의 업체 개인 정보를 수집한 셈이다. 입수한 문건은 충격적이었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업주의 정치성향을 수집하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업주 자녀들의 나이 및 소속 학교는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체크해야 했다. 흡연량과 음주량도 사찰 대상이었다. 심지어 음주 습관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정보를 수집했다. 술의 종류 뿐 아니라 음주시 이성을 선호하는지, 대화를 선호하는지, 노래방을 좋아하는지까지도 사찰 내용에 포함됐다.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해당 업주는 강릉 출신에 1남 1녀를 두고 여당을 지지하는 불교신자였다. 하루에 담배를 반 갑 정도 피우고 소주를 한 명 정도 마셨다. 강원FC에는 관심이 있고 식사와 음주시에는 싱겁게 먹는다는 아주 사소한 내용까지 기재돼 있었다. 단순히 정치적 성향을 사찰해 쟁점화 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강원FC는 2016년 1월 노조를 설립했지만 이 노조는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강원FC

정치 성향과 술자리 성향까지 알아내는 법

사찰에 가담한 직원 B씨는 이 과정에서 구단에 항의를 한 적이 있다. “마케팅을 위한 미팅이면 업주들이 우리한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정도만 수집해도 된다. 그런데 업주들의 정치 성향을 묻고 딸내미는 뭘하는지 음주시 이성을 선호하는지 노래방을 가는지까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당시 이 항의 내용은 조태룡 대표의 최측근인 정인욱 본부장에게 전달됐다. 항의하는 B씨에게 정인욱 본부장은 “조태룡 대표가 시킨 거니 잔말 말고 하라. 거부하면 뒷일은 책임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강릉 지역이 알고 보면 굉장히 좁다.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가게에 두 번 세 번 가서 아주 사소한 개인정보까지 빼오는 게 너무 불편했다”면서 “지금도 그 분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구했다.

마케팅을 빙자한 도민 사찰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정인욱 본부장이 마케팅팀 직원들에게 매뉴얼까지 지시했다. 업체를 찾아 업주의 결혼 여부를 물을 때는 “사장님이 굉장히 젊어 보이시는데 결혼은 하셨느냐. 나는 아직 결혼을 못했다”는 식으로 친근하게 접근하라는 매뉴얼을 내렸다. 정인욱 본부장은 질문 매뉴얼을 더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A씨는 “정인욱 본부장은 업주들에게 정치적 성향을 물을 때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박근혜 대통령 잘하고 있나요?’라고 슬쩍 던지라고 했다. 그러면 ‘아 박근혜 만한 사람 없지’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있다. 일단 그 대답을 들으면 여당으로 분류해 놓고 한 번에 사찰을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세 번, 네 번 방문해 재차 확인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남자 업주가 있으면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데 시원한 물 한잔 달라’고 하면서 ‘어제 노래방에 가 아가씨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사장님도 노래방 좋아하시냐’고 먼저 장벽을 허물고 툭 던지면 호기심을 보이는 업주들이 있다. 업주가 노래방을 좋아하는지, 대화를 선호하는 바를 좋아하는지, 술을 마시면 육체적인 만남을 선호하는지는 그런 식으로 정보를 모았다. 툭 던진 내용 같지만 사실은 의도적으로 그 내용이 다 정리돼 문건으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게 사찰을 해 정리한 문건을 파일로 만들어 스크랩해 놓은 철을 정인욱 본부장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취합해 조태룡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구단을 떠나야 했던 이유

하지만 노조를 지킨 이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아졌다. 노조를 지킨 C씨는 “팀장 역할을 하던 부장이 인턴 영업사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며 아침 9시에 출근하자마자 업체를 방문해 퇴근시까지 사무실 근처도 오지 못하고 영업을 돌았다”고 했다. C씨의 폭로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는 “조태룡 대표가 새로 뽑은 인턴들은 기존 창고로 쓰던 2층 사무실에 자리 잡게 했고 기존 직원들은 1층을 사용 중이었다”면서 “신규로 뽑힌 2층 인턴들에게는 기존 직원과 말을 섞지 말라는 지시도 내려졌다”고 전했다. 결국 회유와 반협박에 의해 노조는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끝까지 노조를 지킨 이들은 사찰을 강요 당하며 버텨왔다. 19명으로 시작한 노조는 이렇게 5명으로 줄어 있었다.

이들에게는 어느 순간 “아침에 출근하면 출근 보고를 문자로 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 A씨는 이 지시를 꾸준히 수행하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노조에서 탈퇴한 총무팀 직원에게 물었더니 “우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핍박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노조에 남은 이들에게만 내려진 지시였다. 조태룡 대표는 한 직원에게 “우리 구단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 세 명을 지목하라”고 물었고 이 직원은 질문의 의도를 알고 노조를 결성한 세 명의 이름을 대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A씨는 “이 사실을 듣고 조태룡 대표에게 항의하니 ‘나는 질문을 한 것이지 답변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빠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결국 도민 사찰에까지 동원되며 구단에 남고 노조를 지켰던 이들은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사직서를 써야 했다. 최후의 5인도 그렇게 모두 구단을 떠났다. 2016년 1월 정당하게 시작된 노조 활동은 채 1년을 가지 못하고 그해 12월 끝이 났다. 남은 건 지역 업체 업주들의 정치적 성향과 유흥 습관 등을 정리한 사찰 문건 뿐이었다. A씨는 “당시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정말 어렵게 사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구단을 떠난 이들 중에는 강원의 창단 당시부터 팀과 함께 했던 이들도 있다. 그들은 결국 다시 스포츠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강원도에서 생수 대리점을 함께 운영 중이다. B씨는 “40대가 다 되가는 애들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왜 구단을 나와 이렇게 생수 대리점에서 일을 하고 있겠느냐”며 한탄했다. 이 대리점에는 전직 강원FC 직원이 넷이나 있다.

강원FC는 2016년 1월 노조를 설립했지만 이 노조는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강원FC

최문순 측 “정치적 공세로 대응할 가치 없다”

민간인 사찰은 엄연한 불법이다. 더군다나 마케팅에 필요하다면서 업주들의 아주 사소한 개인 정보를 빼내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취재 도중 입수한 사찰 자료를 바탕으로 강릉시 한 업체 업주에게 물었다. “혹시 사찰 당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 정치적인 성향은 물론 사적인 정보가 다 담겨 있다”고 묻자 대뜸 화부터 냈다. 그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강원 구단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고 찾아와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이런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분노를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FC 조태룡 대표는 “구단에서 고객 맞춤형 마케팅 활동을 위해 거래처 상담 시 알게 된 사항을 내부자료로 보관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도민 사찰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사찰을 했던 직원들까지도 결국 반발하다가 보복성 인사 이동을 당하고 이제는 축구계를 떠났다. B씨는 이런 말을 했다. “목적은 우리의 복직이 아니다. 다만 저런 사람(조태룡 대표)이 축구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사찰을 지시한 조태룡 대표는 구단에 남아 있고 최문순 도지사는 그런 조태룡 대표에게 신임을 보냈다. 강원FC의 사찰은 지역 소상공인 등뿐 아니라 언론인, 공무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까지 대상이었다. 정치적인 쟁점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 자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도민 사찰과 함께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참고로 최문순 도지사는 이에 대해 “도민 사찰건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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