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 제공

강원FC 조태룡 대표의 비위사실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계를 추구하는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조태룡 대표의 비리 행위를 낱낱이 고발하려 한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디 한국 스포츠계에서 이런 ‘괴물’이 ‘영웅’ 대접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그의 사과문은 거짓말이었다.

2018년 5월 한 매체는 단독 보도를 통해 "강원FC 고위 간부가 구단 경기장 광고료로 지급받은 항공권을 개인이 사용했다는 주장과 정황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2017년 3월 강원에 홈 경기장 전광판 광고료 명목으로 외국계 항공사가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 2매(총 1,000만원 상당)를 지급했다. 이후 강원 고위 간부 A씨가 이 항공권을 관중 경품 제공 또는 구단 자산 귀속이 아닌 개인적으로 가족들과 외국을 나가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A씨는 조태룡 대표이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이사의 비위 행위는 겉잡을 수 없이 폭로됐다. 인턴에 대한 갑질과 사적 업무 지시 등 여러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스포츠니어스>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사건은 얼마 전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화제로 등장할 만큼 꽤 중요한 사안이었다.

조 대표의 사과, '서비스 광고 아까워서 썼다'

항공권 사용과 함께 인턴 문제 등 여러 논란이 지속되자 조 대표이사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항공권에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외국 항공사의 서비스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케팅대행사를 통해 수령한 항공 바우처를 사은품으로 인지했다"라면서 "단지 폐기하기 아깝다는 생각에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사과문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해당 항공사의 '서비스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수령한 항공 바우처'를 '사은품'으로 인지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폐기하기 아깝다는 생각에 사용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만일 그의 사과문이 모두 사실이라면 조 대표이사는 항공권 사용에 관해 자신의 업무 미숙만 비판받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그는 사과문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광고대행업체 통해 서비스 광고 사은품 받았을 뿐?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강원은 한 광고대행업체와 5년 간 마케팅 제휴 계약을 맺었다. 해당 업체가 계약 기간 동안 스폰서 유치를 위한 업무 일체를 대행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팀 명칭 사용권(네이밍 라이츠)을 포함해 강원이 가지고 있는 모든 광고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대신 이 업체는 스폰서를 유치할 경우 50%의 수수료를 받았다. <스포츠니어스>는 해당 계약서를 입수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니어스>는 이 광고대행업체가 항공사와 작성한 광고계약서 또한 입수했다. 광고계약서가 작성됐다는 것은 이 광고가 서로의 신의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광고가 아니라 서로의 법률 관계까지 명확히 한 엄연한 정식 광고 계약임을 알 수 있었다. 해당 계약서에는 광고 시설, 광고물의 표시 및 표출 기간 등 세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게 정말 '서비스 광고' 계약서일까 ⓒ해당 광고 계약서

해당 계약서에는 광고료로 500만원 상당의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 2매를 책정했다. 약 1천만원 상당의 현물 계약인 셈이다. 2015년 강원과 광고대행업체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현물에 관한 규정도 있었다. 현금 스폰서 계약 수주와 똑같았다. '판매 대금을 현물로 대체해 받을 경우 현물 총 수량의 50%를 강원에 지급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업체는 한 장의 왕복 항공권을 강원에 제공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서비스 광고' 계약서일까 ⓒ해당 광고 계약서

그런데 왕복 항공권 두 장은 모두 조 대표이사의 손에 들려 있었다. 분명 광고 계약은 강원 구단이 아닌 항공사와 대행업체 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현물 역시 대행업체가 받았다. 그렇다면 대행업체에서 강원으로 현물이 제공되는 과정에서 두 장이 모두 강원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대행업체가 자신의 수익을 포기했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는 광고 계약서를 검토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주식회사 엠투에이치'였고 이 회사의 수장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던 사람이었다.

이게 정말 '서비스 광고' 계약서일까 ⓒ해당 광고 계약서

다시 한 번 그의 말을 되새겨보자. 조 대표이사는 "서비스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항공 바우처를 수령했고 사은품으로 인지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항공사 광고는 서비스 광고가 아니었다. 그리고 항공 바우처를 제공한 대행업체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었다. 계약서에는 조태룡 본인 명의로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사은품으로 인지했다는 주장이 급격히 약해진다. 오히려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조 대표이사의 성격 상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 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해 "이런 경우 강원 구단에 대해서는 횡령, 엠투에이치에 대해서는 배임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스포츠니어스>에 의견을 밝혔다.

유효기간 만료 때문에 정말 아까워서?

이와 함께 조 대표이사는 사과문에 자신이 항공권을 사용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그는 "단지 폐기하기 아깝다는 생각에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광고료 명목으로 받은 항공권은 유효 기간이 설정된 항공권이었다는 뜻이다. 해석하자면 강원이 항공사로부터 현물로 받은 항공권은 유효 기간이 설정되어 있었고 조 대표이사는 유효 기간 만료가 임박해 폐기하기 아깝다는 생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포츠니어스>가 입수한 광고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 항공권은 이용 기간이 설정되어 있었다. 2017년 3월 11일부터 2017년 12월 15일(항공권 발권일 기준)까지였다. 게다가 복수의 구단 직원들은 "조 대표이사가 연말에 가족들과 휴가를 떠났다"라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이와 관련해 취재한 결과 조 대표이사는 12월 경 항공권을 이용해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까워서 썼다"는 그의 말은 설득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는 이를 뒤집는 문서를 발견했다. 조 대표이사의 가족이 해당 항공사와 항공권 예매를 위해 주고 받은 이메일의 일부를 입수했다. 메일의 발신인은 조영희(前 바른정당 대변인)였다. 조 대표이사의 아내다. 그녀는 메일에 '첨부 바우처(무료 항공권)로 성인 2인 서울-파리 항공 예약 문의 드립니다. 출국일은 9월 27일, 귀국은 10월 7일입니다'라고 적었다. 수신인은 해당 항공사였다. 그리고 메일 발송일은 9월 1일이었다.

이게 정말 '서비스 광고' 계약서일까 ⓒ해당 광고 계약서

하지만 조 대표이사의 가족은 해당 기간에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추석 일정과 겹쳐 무료 항공권 지원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몇 차례의 일정과 행선지 조정 과정을 거쳐 결국 12월 경 항공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애초 이들은 연말이 아닌 9월에 항공권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심지어 11월 4일 출국 일정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날은 강원이 FC서울과의 홈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그들은 '다소 특별한 여행'이라며 예약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이게 정말 '서비스 광고' 계약서일까 ⓒ해당 광고 계약서

결국 조 대표이사가 "폐기하기 아깝다는 생각으로 사용했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물론 유효 기간이 3개월 이상 남은 항공권이 폐기에 가까워졌다고 보는 것은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그 때도 강원의 시즌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얼마든지 해당 항공권을 구단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시간은 충분했다. 2017 시즌 강원의 마지막 홈 경기는 11월 19일(FC서울전)이었다.

사과문에서 조 대표이사는 "사려 깊지 못한 부적절한 처신이었음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면서 "구단과 팬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책임을 통감하는 동시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과문 안에서도 거짓말은 존재했다. 과연 이것이 정말로 진심 어린 사과일까.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맡긴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