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이후 김영직 감독을 헹가래쳐 주는 포철고 선수단. 준우승팀으로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하지만 상당히 성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7월 23일을 기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제73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8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청룡기 선수권) 대망의 결승전에서 하늘은 '청룡 여의주'의 주인으로 광주 동성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고, 그 안에서 웃는 이와 눈물을 보이는 이가 결정됐지만 적어도 승부 이후에는 모두가 친구이며 동료인 것이다. 양 교 선수들은 말 그대로 '최선을 다 했다'.

우승 팀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만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포철고 선수들도 동성고 멤버들 못지않게 큰 박수를 받을 만했다. 특히, 포철고 학부모 및 코칭스태프의 대응이 상당히 훌륭했다. 우승팀이 실컷 기쁨을 누리도록 기다린 이후 감독/코치들에 대한 헹가래를 잊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에 주최측에서도 전광판에 준우승팀의 이름도 같이 표시해 주면서 최선을 다한 학생 선수들을 배려해 주기도 했다. 준우승팀 감독이 선수들을 향하여 헹가래를 받았던 것은 지난해 황금사자기 결승 이후 1년 만이기도 했다. 당시 준우승을 차지했던 마산용마고 선수단은 김성훈 감독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헹가래를 쳐 주었던 경험이 있었다.

포철고의 현재와 미래, 조일현-최예한은 누구인가?

김영직 감독 역시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시즌 전부터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으면서 어떻게 시즌을 치러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수준 높은 집중력을 보이면서 결승까지 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초반 리드를 허용하면서도 경기 중반까지 계속 동성고 마운드를 괴롭히면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 줄 만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포철고의 현재와 미래가 투-타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기억해 둘만했다.

감투상 수상 이후 김응룡 협회장과 함께 한 조일현. ⓒ스포츠니어스

올해 포철고 선수단 구성의 핵심은 1번 타자 조일현이었다. 강남중학교 졸업 이후 포항 유학을 선택하면서 1학년 때부터 실전에 나섰던 조일현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준수한 타격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포철고 선수들 중에서 가장 투지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회 내내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학 시절 투수를 했던 경험을 살려 마산용마고와의 4강전에서는 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서며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타석에서도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투-타에서 조일현의 좋은 활약이 있었기에 포철고가 35년 만에 청룡기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포철고의 '현재'로서 최선을 다 한 것이다. 결승전에서도 우측 폴대를 직접 맞추는 솔로 홈런 포함, 사이클링에서 3루타 하나 모자른 3안타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감투상 수상자로 선정이 될 만했다. 김영직 감독도 "정말로 머리가 좋은 선수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승전 직후 만난 조일현은 "아쉽지만, 만족한다. 사실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올 때만 해도 투수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타자가 더 잘 맞는다는 생각에 열심히 한 결과가 좋게 이어진 것 같다. 향후 어느 구단에서 나를 불러줄지 모르지만, 불러주시는 대로 감사히 입단하여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프로 입문 이후의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감투상 수상 이후 김응룡 협회장과 함께 한 조일현. ⓒ스포츠니어스

조일현이 포철고의 현재라면, 1학년 에이스 최예한은 포철고의 미래라고 할 만큼 배짱이 두둑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결승전 선발 투수로 1학년생이 나서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유래가 없었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초반에 약간 흔들렸던 것도 잠시, 이후 안정감을 찾으면서 96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는 동안 6이닝 5피안타 4실점하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동성고 타선의 짜임새를 감안해 본다면, 이 정도 성적 역시 가볍게 볼 수 없었다. 경기를 지켜 본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도 "예쁘게 잘 던진다. 식사 거르지 않고, 몸 잘 만들면 내년과 내 후년에는 정말로 크게 될 선수다. 투구 폼 자체를 건드릴 필요가 없을 만큼 군더더기가 없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예한은 경기 직후 "긴장됐지만, 내 공을 던지려고 애를 많이 썼다. 믿어주고 선발로 써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조금 더 잘 던질 수 있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 한 것에 만족한다. 다음에는 꼭 우승에 도전하겠다. 주위의 조언대로,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여 좋은 몸을 만드는 데 애를 쓰겠다."라며, 1학년생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3학년생들이 졸업하면 내년에도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겠지만, 최예한과 같은 1학년생들이 있음에 김영직 감독의 마음은 든든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포철고 결승 진출의 두 주역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다시 포항으로 떠났다. 대통령배 및 봉황대기에서는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의 건승도 함께 바란다.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