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목동야구장=김현희 기자]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무더운 여름철에도 진행되는 가운데, '제73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8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청룡기 선수권)' 대회 역시 계속됐다. 시즌 왕중왕을 가리는 마지막 대회이기도 한 9일째 8강전 경기에서 광주동성고와 장충고가 승리하며, 4강이 겨루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두 경기 모두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는 명승부로 진행됐다.
제1경기 : 광주 동성고등학교 10-8 서울 신일고등학교
8회 초, 전광판 스코어가 8-2로 표시될 때까지만 해도 신일고의 완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광주동성고의 뜨거운 기운이 8회를 강타하면서 극적인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신일고는 3회 초 공격서 3번 문보경의 솔로 홈런(대회 12호)으로 한 점을 앞서 간 이후 5회에도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얻어냈다. 동성고가 6회에 이명기의 동점타로 경기에 균형을 맞추자 신일고 역시 7회에 5번 박진의 3점 홈런(대회 13호)을 바탕으로 대거 4득점,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8회에도 2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두 점을 추가,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나는 듯 싶었다. 더구나 마운드에는 신일의 에이스 김이환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약속의 8회'가 다가오자 동성고 타선이 폭발했다. 5번 김기훈의 우전 적시타를 신호탄으로 6번 김현창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점수 차이를 좁혔고, 여기에 상대 수비 에러까지 나오면서 단숨에 3득점, 한 회에만 8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광경에 신일고 마운드도 오래 버티지 못했고, 결국 9회에 무득점에 머물며 4강을 눈앞에서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일고는 이 날 경기에서 중심 타자들이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다가 올 대통령배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게 했다. 마운드에서는 동성고의 마지막 투수로 나온 김영현이 1과 2/3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이면서 승리 투수로 기록, 팀의 4강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제2경기 : 서울 장충고등학교 11-8 경기 야탑고등학교(11회 연장)
두 번째 경기 역시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며,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치열한 승부 속에서 에이스 송명기와 2학년생 박주홍이 이끄는 장충고가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전국무대 4강에 올랐다. 장충고는 1회부터 3번 박주홍이 우측 담장을 크게 넘기는 투런 홈런을 기록,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8번 최성훈도 주자 둘을 불러 들이는 좌전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점수 차이를 벌렸다. 그러자 야탑고도 상대 선발 이석제를 끌어 내리는 2학년생 안인산의 적시타로 추격을 시작, 2회에도 상대 수비 에러로 한 점을 추가하면서 내내 장충고를 괴롭혔다. 장충고 역시 김현수의 적시타로 다시 점수를 벌이는 등 장충고가 앞서 나가면 야탑고가 추격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그리고 맞이한 9회 말, 7-4로 장충고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그 때 야탑고의 집중력이 발휘됐다. 3번 김태원의 적시타를 신호탄으로 또 다시 2학년생 안인산이 동점을 만드는 2루타를 기록, 기어이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가는 데 성공했다.
양 팀은 10회 연장 승부치기에서도 한 점씩을 주고 받으면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다 11회 초 장충고 공격 때 경기 내내 안타가 없었던 2학년생 김병휘가 결정적인 2타점 우전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8번 최성훈도 쐐기타를 기록, 11점째를 만들어냈다. 야탑고는 11회 말 마지막 승부치기에서 만회에 나섰지만, 김성진과 안인산, 박민 등 4~6번 타자들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면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장충의 수호신 송명기의 역투가 빛났다. 송명기는 비록 9회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6이닝 3피안타 4실점(3자책) 11탈삼진 역투로 1승을 추가했다. 투구수 규정에 따라 송명기는 준결승/결승전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광주동성고 타선 전원 : 8회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데에 누구 하나의 역할도 소홀함이 없었다. 투-타를 겸업하며 팀을 이끄는 김기훈(KIA 1차 지명)이 선제 적시타를 쏘아 올리면서 점수를 내자, 김현창, 최지강, 지강혁, 이명기 등도 힘을 냈다. 테이블 세터로 나선 고승완-최지강 듀오, 그리고 6번 타자로 나선 김현창은 멀티 히트도 같이 기록했다. 또한, 선발 포수로 나선 김시앙을 제외하고 선발 타자들이 전원 안타를 기록하면서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동성고는 지난해 황금사자기에 이어 올해 청룡기에서도 4강에 오르며, 탄탄한 팀워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장충고 에이스 송명기-2학년 박주홍 듀오 : 사실상 두 이가 모교 장충고의 4강행을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에이스 송명기는 6회부터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11탈삼진을 솎아내는 역투 속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9회에 동점타를 허용했지만, 마지막 12회에는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면서 야탑고 타선을 삼자 범퇴로 막는 모습을 보여줬다. 150km에 이르는 속구가 일품일 만큼, 당초 서울 지역 1차 지명 후보로도 손꼽혔다. 이변이 없다면, 2차 지명회의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
2학년생 박주홍은 지난해 서울시 추계리그부터 거포로서의 본능을 드러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시 홈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월드 파워 쇼케이스 국내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올해 주말리그에서는 고교야구에서 보기 힘들다는 만루 홈런까지 기록, 그를 바라보는 프로 스카우트 팀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기도 했다. 8강전에서는 1회에 이어 8회에도 홈런포를 기록, 한 경기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이 두 개의 홈런으로 박주홍은 대회 홈런왕을 거의 확정지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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