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무는 오늘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대구=곽힘찬 기자] ‘약빤 선방쇼’를 펼친 포항스틸러스 강현무가 경기 종료 후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밤 11시 30분)에도 열심히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이다.

1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8 K리그1 대구FC-포항스틸러스전이 끝난 뒤 강현무는 곧바로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어딘가로 향했다. 이날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끈 강현무의 모습은 경기 후에도 한참 동안 볼 수 없었다. 이유는 ‘도핑 테스트’ 때문이었다.

K리그는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도핑 테스트를 진행한다. 프로축구연맹과는 무관하게 KADA에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도핑 테스트 경기를 지정한다. KADA에서 전체 K리그 경기의 30~40%를 무작위로 선정해 경기장을 방문한다. 연맹에서는 어떤 경기가 도핑 테스트 대상이 되는지 알지 못하고 구단 측에서도 알 수가 없다.

KADA 측에서는 경기 전 미리 1번부터 18번까지 번호표를 작성한다. 선수 등번호와는 무관하게 무작위로 선수를 1번부터 18번까지 배열해 준비한 뒤 경기가 끝나면 추첨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기 감독관이 참관을 하는 경우도 있고 KADA 측에서 아예 추첨을 하기도 한다. 연맹과 구단은 이 과정을 따로 통보받지 않는다.

무작위로 선정된 선수는 경기 후 곧바로 소변을 채취해 제출하고 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 컨트롤센터에서 분석된다. 수분 배출이 많아 소변을 받기까지 한참을 걸리는 경우도 많다. 대구-포항전은 KADA가 사전에 지정한 경기였고 무작위로 선정하는 선수로 공교롭게도 이날 활약이 가장 뛰어났던 강현무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유력했지만 결국 낙마하고 만 강현무는 이날 상대 5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며 무실점 승리를 지켜냈다. 하필이면 이날 ‘약빤 선방쇼’를 펼친 그가 경기 후 도핑 테스트를 받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강현무가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연이 겹쳤을 뿐이다.

그렇다면 KADA 측에서는 혹시 도핑이 의심되는 활약을 펼친 선수를 표적 조사하기도 할까.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KBO리그에서는 도핑이 의심가는 선수를 지목해 도핑 테스트를 하기도 했지만 K리그에서는 그런 표적 조사는 없다”면서 “공교롭게도 활약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강현무가 도핑 테스트를 받은 건 우연이었다”고 웃었다.

K리그는 KADA 방침에 따라 2009년부터 도핑 테스트를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에는 K리그 클래식 및 챌린지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대상에 오른 23개 구단 예순여덟 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밤 11시 30분 현재 강현무는 도핑 테스트를 받느라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도핑 테스트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한 여름 경기로 탈수 증상이 극심한 터라 도핑 테스트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현무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의아해하던 순간 대구 구단 관계자가 “강현무가 지금 도핑 테스트에 실패했다. 앞으로 한 시간가량 더 소요될 것 같다”고 알렸다. 아시안게임 엔트리 탈락과 이날 경기 활약 등 강현무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결국 기자가 철수할 때까지 강현무는 도핑실에서 '소변'을 기다려야 했다.

관계자들 역시 하염 없이 강현무의 소변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결국 강현무를 만나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기자에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강현무한테서 아직까지 입질이 안 왔대요." 이들은 '약빤 활약'을 펼친 강현무가 소변을 봐야 퇴근할 수 있다. 그가 빨리 소변을 볼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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