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창녕=조성룡 기자] "다 사정이 있어요."

제 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의 대진표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번 대회에는 초등부 14팀, 중등부 12팀, 고등부 16팀, 대학부 7팀이 출전해 우승컵을 다툰다. 각 부 마다 팀 수가 다른 점을 고려해 토너먼트 방식을 조절했다. 중등부와 고등부는 조별예선 후 8강전부터 시작한다. 반면 8개 팀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부는 풀 리그 방식을 채택했다.

그런데 초등부는 이상했다. 초등부의 출전 팀은 14개다. 팀 수를 고려한다면 8강 토너먼트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초등부는 조별예선 이후 4강전이 진행된다. 대신 리그가 두 개다. 14개 팀이 7개 씩 나뉘어 조별예선을 거친 후 토너먼트 일정에 돌입한다. 요약하자면 초등부에는 우승컵이 두 개라는 뜻이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초등부를 백로조와 따오기조로 나눴다.

언뜻 보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속사정이 있었다. 먼저 학생들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북돋기 위함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 대신 최대한 축구를 즐기는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우승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른 하나는 정책적 유도다. 한 여자축구 관계자는 초등부의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각 학교나 지역 고위직 관계자들이 여자축구부의 성적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쓴다. 상을 타오면 긍정적으로 팀을 바라보게 된다." 오히려 성적에 신경 쓴 결정이라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여자축구부의 해체를 막기 위해서는 그들이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여자축구의 안정적인 선수 수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반은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기반은 잘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여자축구선수 중에서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많다. 신규 팀 창단 분위기 조성보다 기존 팀 해체를 막기에도 쉽지 않다. 어찌보면 한국 여자축구의 씁쓸한 현실을 여왕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