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에 말컹을 추억할 것인가. 지금 말컹을 즐길 것인가. ⓒ 경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위기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사실 작은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경남FC 이야기다.

최근 상승세를 탔던 경남이 주춤하고 있다. 다섯 경기 무패 행진을 기록하다 연패를 당했다. 상대가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였던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연패와 함께 말컹의 침묵도 함께 찾아왔다. 올 시즌 K리그1을 뒤흔든 경남과 말컹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둘이 함께 조용해졌다.

시즌 초반 말컹은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과 동시에 퇴장을 당하더니 징계 복귀 후에도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개막 초반 K리그1의 이슈는 모두 말컹의 차지였다. 이야깃거리를 만들 줄 알았고 축구도 잘했다. 4경기 동안 6골을 퍼부으며 경남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말컹이 잘하니 경남도 덩달아 흐름을 탔다.

말컹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신체적인 장점과 센스다. 196cm의 장신을 활용해 제공권을 장악한다. 여기에 파워와 스피드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축구 센스가 독특하다. 농구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한 선수는 말컹을 향해 "어떻게 축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단순히 신체적 장점만 있다면 말컹은 그저 조금 특출난 외국인 장신 공격수였다.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센스였다. 김종부 감독의 지도가 곁들여지니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K리그2(챌린지)를 정복하고 K리그1 무대에 나섰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개막 초반 말컹보다 뛰어난 공격수는 K리그1에서 찾기 힘들었다.

K리그1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그가 K리그1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K리그2에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K리그2는 상위 리그보다 훨씬 투박하다. 그리고 거칠다.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반면 K리그1은 그보다 압박이 덜하다. 말컹에게 자유로움이 더 생긴 셈이었다. 따라서 말컹은 빈 공간을 기민하게 찾아 움직이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K리그1 수비수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곧바로 말컹을 연구했다. 전북 김민재가 보여준 모습은 말컹을 완전히 파악했다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이후 포항 또한 마찬가지였다. 포항의 수비수들은 말컹이 어느 방향으로 돌아 나가는지도 알고 있었다. 완전히 묶인 말컹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말컹은 다이어트도 필요한 몸 상태였다.

그동안 팀의 득점을 책임졌던 말컹이 풀리지 않는다. 그러자 팀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답답해진다. 그러니 엉뚱하게 다시 말컹에게 공이 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말컹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보내는 셈이다. 하지만 큰 소득을 얻기는 어렵다. 상대는 완전히 말컹을 파악했고, 말컹은 민첩성과 스피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무언가를 바라기는 어렵다.

'말컹 없는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김종부 감독이 말컹에게 질책성 명단 제외 등의 강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상 김 감독은 선수들을 믿음과 신뢰로 이끌었다. 말컹 역시 꾸준히 경기 출전을 시키면서 단점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수를 키우는데 능한 김 감독의 조련이 있다면 말컹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가능성 또한 높다.

문제는 지금이다. 물론 갓 승격한 팀의 현재 성적은 매우 휼륭하다. 3위다. 하지만 반짝 돌풍에 그칠 수도 있다. 경남과 같은 팀은 흐름과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도 경남은 위기 때마다 좋은 분위기를 원동력 삼아 이를 넘겼다. 연패에서 벗어나 반등하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는 '말컹 없는 시나리오' 또한 필요하다.

네게바와 쿠니모토의 활약 또한 경남에 필수적이다 ⓒ 경남FC 제공

한 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네게바나 쿠니모토 등 좋은 자원들이 경남에 건재하다는 것이다. 지난 포항전에서도 이들은 분전하며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남이 K리그1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여주려면 두 선수 역시 말컹에 준하는 위협적인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기대감이 생긴다.

김종부 감독의 말에 해답 있지 않을까?

김종부 감독의 기본은 '공격'이다. 항상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그와 함께 김 감독의 축구에서 말컹이 핵심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말컹이 경남에 있는 동안 김 감독은 계속해서 그를 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말컹이 없거나 또는 말컹의 비중을 줄이는 등의 플랜B 또한 김 감독이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연패를 당하는 동안 경남은 말컹을 활용하지 못했다. 단지 의존했다. 승격 팀 경남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말컹 없어도 승리를 거둔 제주 유나이티드전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경남은 승승장구했다. 연패라는 것도 2017년 7월 10일 이후 약 9개월 만에 경험하는 일이다. 이 낯선 상황을 김 감독과 경남은 헤쳐나가야 한다.

아마도 김 감독의 말 속에 정답이 있을 것이다. 김 감독은 평소에 조직력을 상당히 강조했다. 좋은 자원을 영입하지 못하는 도민구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력을 중요시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조직력이 다시 필요할 때다. 지난 시즌 경남은 말컹의 활약만큼 탄탄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사실 말컹은 그저 거들 뿐이었다.

지금까지 경남은 시즌 초반 말컹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K리그1은 냉혹한 세계다. 약점이 드러나면 바로 상대가 물어 뜯는다. 약점을 감추려면 더 강력한 무기를 들고와야 한다. 경남의 입장에서 그 강력한 무기는 아마 조직력이지 않을까. 김 감독의 머릿속은 지금도 쉼없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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