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이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에 뽑히지 않은 건 의문이다. ⓒ 성남FC

[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일단 제가 막겠습니다."

15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승격 준플레이오프(준PO) 아산무궁화와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은 후반 아산 정성민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무릎을 꿇었다. 아쉬운 한 판이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역시 성남은 김동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었다.

경기 전부터 성남의 고전은 예상됐다. 공격보다 수비가 강점인 성남이다. 그런데 4위다. 이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격진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다. 결국은 버티면서 한 방을 노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단 한 골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실점'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김동준의 활약이 절실했다.

김동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그는 "일단 내가 최선을 다해서 막겠다. 수비수들과 합심해 상대를 막다보면 한 골 정도는 공격진이 해줄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비록 어린 나이의 골키퍼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잘 알고 있었다.

운명의 준PO가 시작되고 나서 경기 양상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성남은 경기 초반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수비에 치중해야 했다. 아산의 공격진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게다가 빨랐다. 성남은 아산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만일 이대로 아산이 한 골을 넣는다면 성남의 운명은 그대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 때 빛을 발한 것은 역시 김동준이었다. 아산은 수없이 많은 슈팅을 날렸다. 골문으로 향하는 모든 슈팅은 김동준에게 걸렸다. 상대의 단독 찬스도 그는 선방으로 막아냈다. 아산의 공격수들은 수없이 골문 앞에서 머리를 감싸쥐어야 했다. 성남의 백 포 라인은 이날따라 불안했지만 김동준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김동준이 이날 경기만 반짝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평소대로 했을 뿐이다. 김동준 역시 경기 전 "늘 하던 대로 하겠다. 특별한 것은 없다"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그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동준이 성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성남은 김동준 덕분에 계속해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성민의 날카로운 헤더가 김동준을 무너뜨렸다. 김동준이 막지 못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날카로운 골이었다. 그는 한참을 서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아산은 공격을 퍼부었다. 그제서야 성남의 공격진은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지만 전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아산의 유효슈팅은 이어졌다. 김부관이 만들어낸 마지막 찬스는 아산의 추가골을 예감케 했다. 하지만 김동준은 끝까지 막았다. 비록 패배했지만 성남이 단 1실점만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은 김동준의 공이 컸다. 그렇다 하더라도 팀의 패배는 막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성남과 김동준의 2017 시즌은 이렇게 끝났다. 아쉬울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승격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남 팬들의 실망감도 클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성남에서 키워 성남을 위해 뛰고 있는 김동준이 어느덧 성남의 든든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