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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심판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보완책이 나오고 있는데도 악평이 멈추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올해의 축구계 핫 이슈는 단연 심판이다. 심판 논란이 없었던 적이 없지만, 올해는 시즌 초부터 시즌 말까지 칭찬이 아닌 비판으로 심판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시작은 지난 3월 19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였다. 후반 19분에 있었던 서울의 페널티킥 선언이 문제였다. 서울의 이상호가 올린 크로스가 광주 수비수 박동진의 등에 맞았는데 당시 심판진은 이를 핸들링 반칙으로 판단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박동진은 심판진의 오류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결국 광주는 실점하고 말았다. 이후 흐름이 서울에 완전히 넘어가면서 광주는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판정은 경기를 중계하던 송종국 해설위원이 단번에 오심이라고 확신할 정도로 심판이 제대로 봤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경기 이후 축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도 할 수 있지만 거듭되는 실책에서 나온 대형 사고를 용납할 이는 없었다. 결국 프로축구연맹은 이 사건을 계기로 VAR(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7월 1일 자로 K리그 클래식에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우려와 기대 속에 VAR이 K리그 클래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행 초기 다소 엉성한 모습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VAR에 대한 호평이 조금씩 우려를 덮었다. 핵심은 억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카메라로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VAR은 그야말로 축구에 혁신적인 존재였다. 심판의 눈을 피한 난폭 행위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었고 애매한 오프사이드 판정도 VAR를 통해 바로 잡을 수 있었다.

VAR 최대 논란이 벌어졌던 전북현대전의 대구 안드레 감독대행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구단 당사자들과 팬들 또한 VAR이 사소한 오류를 내더라도 시스템의 목적과 시행 초기임을 고려하여 너그럽게 이해해주었다. 시간이 지나 완전히 뿌리를 내리면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K리그 클래식은 단 3경기만을 남겨두면서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다. 큰 틀이 정해진 상황에서 일부 팀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판국이다. 1년 농사의 수확을 앞둔 때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예민하고 중요한 시간이다. 매 시즌 말미에 심판 판정에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던 점을 생각하면 VAR이 더욱 강조된다.

심판들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매 판정에 신중하다. 결정적인 장면이 나올 때 VAR 모니터가 있는 본부석 인근 그라운드 중앙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늘었다. VAR 심판이 있는 차량 내에서도 각별히 매 상황을 체크하고 심판진에게 알린다.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점점 심판진에 대한 신뢰는 낮아지고 있다. 당연한 판정도 VAR에 의존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VAR 들여다볼 거면 심판이 왜 필요 있나”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여기에 더해 “마음만 먹으면 VAR로 합법을 가장해 경기를 뒤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무서운 비판도 이따금씩 보인다.

또한 VAR 자체가 심판의 판정을 번복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보니 실제로 판정이 번복되면 심판의 실책이 대번에 드러나면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심판이 본인의 시선 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을 놓친 뒤 VAR로 판정이 이뤄지면 경기장 내의 팬들은 그 순간부터 심판을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VAR 자체의 모호한 판정도 논란거리다. 9월 24일 전북현대-대구FC 및 FC서울-포항스틸러스, 10월 22일 강원FC-전북현대, 10월 25일 부산아이파크-수원삼성(FA컵) 등 VAR이 오히려 판정 논란을 키운 경기들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최근의 논란을 보면 VAR이 더 무서운 제도인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불미스러운 일로 심판의 권위와 명예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행보가 이어진다면 K리그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내년부터는 K리그 챌린지도 VAR이 도입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은 결국 하나다. 심판들이 판정을 정확하게 내리면 된다. 교과서 답안이지만 이것만큼 심판과 VAR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애초에 VAR이 판정의 보조 수단으로 도입된 만큼 의존도를 줄이고 판단을 ‘똑바로’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만큼은 제대로 판정해야 한다는 것이 팬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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