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은 김대의 '감독'의 모습은 낯설었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감독 데뷔전에서 진땀을 뺐다. 하지만 '약속의 땅'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김대의가 수원FC의 지휘봉을 잡았다. 첫 감독 도전이다. 아직 우리에게 '감독 김대의'는 낯설다. 비록 은퇴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감독 김대의보다는 '선수 김대의'가 더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K리그에서 꽤 훌륭한 커리어를 소유한 전설적인 선수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 성남 일화에 입단해 4시즌을 뛰었고 이후 수원으로 이적해 7시즌을 뛰었다. 총 308경기에 출장해 51골 41도움을 기록했다. 2002년에는 K리그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 생활은 선수 시절에 비해 화려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 코치를 거쳐 매탄고(수원 U-18) 감독, 고려대 코치가 지도자 경력의 전부였다.

그런 김대의가 수원FC의 지휘봉을 잡았다. 수원FC가 의외의 선택을 했다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넉살 좋게 웃으며 "현재 K리그에 젊은 감독들을 향한 문이 좁은 편이다. 그리고 구단에서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나도 그런 부분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던 선임이라는 뜻이다.

녹록치 않은 상대, 하지만 근거 있었던 자신감

하지만 첫 데뷔전부터 녹록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부천FC1995다. 수원FC와 부천의 현재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수원FC는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고 부천은 한창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이 한창이다. 초보 감독의 데뷔전 치고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데뷔전 상대가 부천이다. 쉽지 않겠다"는 말을 건네니 오히려 "내게 부천은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다 이유가 있었다.

과거 선수 김대의에게 부천종합운동장은 유독 힘을 내게 하는 곳이었다. 당시 그는 부천SK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부천SK가 제주도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까지 그는 부천을 상대로 18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항상 여기에 오면 뭔가 잘된다는 기분이 든다"라고 회상했다.

그가 2002년 8월 28일의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는다. 그는 "성남 시절 이리네가 스루 패스를 찔러줄 때 내가 빠졌다가 파고 들어가며 골을 넣은 것이 가장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전반 6분 만에 이리네의 도움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성남은 혈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계속해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감독이 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의 부천은 과거의 그 부천SK가 아니다. 게다가 김대의의 팀 역시 성남 일화나 수원 삼성이 아니다. 예전의 기억을 이어가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큰 틀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다. 집중력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아무래도 코칭 스태프의 교체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안정감을 주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과거 인연이 깊었던 부천종합운동장에서 감독 데뷔전이라니, 묘하다.

올 시즌 김 감독에게는 단 두 경기가 주어졌다. 무언가를 크게 바랄 수는 없는 시간이다. 그는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히 두 경기를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금까지 선수들의 모습에서 안일함이 많이 보였다"고 지적한 김 감독은 "프로에는 나름 공 잘 찬다는 선수들이 모인다. 거기에서 오는 안일함이 부진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명확히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호되게 치른 신고식의 끝은 달콤했다

김 감독의 데뷔전은 역시 녹록치 않았다.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천이었다. 간절한 부천을 상대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팀의 주축 공격수 이승현이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를 나가기도 했다. 선수 시절 부천은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부천도 많이 달라졌다.

심지어 수원FC는 경기 도중 두 명이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후 레이어도 부상으로 쓰러졌다. 교체 카드를 이미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김 감독의 선택은 레이어를 다시 뛰게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부천의 파상 공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진땀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신고식 하나 제대로 치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천은 김 감독에게 '약속의 땅'이 맞았다. 후반 43분 수원FC의 역습이 제대로 먹혔다. 모재현의 땅볼 크로스가 송수영에게 이어졌고 그는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얼싸안고 득점을 기뻐했다. 결국 이 한 골로 수원FC는 1-0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의 데뷔전 승리였다.

"남들은 이제 끝이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경기 후 만난 김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래도 긴장감은 아직 완벽히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로 목을 축이며 마음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취재진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자리에 앉은 그는 "집중력을 강조했던 것이 유효했다. 감독이 바뀌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안정감을 찾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았기 때문에 승리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장도 아직은 낯설다 ⓒ 스포츠니어스

굉장히 힘든 감독 신고식이었다. 감독 데뷔전에서 부상으로 교체 카드를 소진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교체 카드를 생각지도 않게 썼다"며 멋쩍게 웃은 그는 "마지막에 레이어가 부상을 당했지만 아예 못뛰는 것은 아니었다. 헤더만 하지 못했다. 포지션 변경을 통해 계속해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초보 감독의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약속의 땅에서 감독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부천종합운동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하나 더 남겼다. 이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러게요"라고 활짝 웃은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이곳에서 공격 포인트도 많이 올렸다. 선수 때의 기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라고 말했다. 정말 기뻐보였다.

그는 이제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오늘 기쁨은 오늘로 끝내고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 경기는 올 시즌의 마지막 경기다.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남들은 이제 끝나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원FC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 앞에는 많은 숙제가 놓여있다. 강등 이후 제대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수원FC다. 다시 한 번 승격의 영광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김 감독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적어도 미래를 위한 원동력은 얻었던 김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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