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제혁 ⓒ 성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한창 K리그 챌린지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 중인 성남FC, 최근 고민은 22세 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심제혁이다.

최근 성남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골 잘 넣는 박성호나 흘로홉스키가 아니다. 미드필드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안상현도 아니다. 다름 아닌 올 시즌 FC서울에서 성남으로 임대 이적한 심제혁이다. 성남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심제혁을 향한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남 팬들은 "도대체 왜 그러냐"고 울상이고 서울 팬들은 "왜 안터지냐"고 속상해한다.

그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실제로 심제혁의 플레이를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그의 모습을 보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서 박경훈 감독에게 심제혁에 대해 물어봤다. 그리고 그에게서 심제혁을 향한 애정 어린 쓴소리를 아낌없이 들을 수 있었다.

박경훈의 일침, "과거에 갇혀 사는 것 같다"

박 감독에게 "심제혁의 모습이 상당히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한숨을 푹 쉬며 "안다"라고 말했다. 사실 박 감독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공격에서 득점 찬스를 만들고 골을 만드는 것이다. 득점 찬스는 어느 정도 만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나도 벤치에서 본다. 중요한 슈팅을 허공으로 날리고 적극성이 부족한 게 보인다. 심제혁은 마지막 한 방이 부족하다"라고 인정했다.

세간의 비판에 대해 박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 성남FC 제공

그는 심제혁의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심제혁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굉장히 뛰어난 선수였던 것으로 내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FC서울이 야심차게 그를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성남에서도 그런 좋은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에 임대로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쉬운 모습이 많다."

왜 심제혁은 과거의 명성을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것일까? 박 감독의 의견은 "옛날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심제혁 자기 자신에 대한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 옛날에 자신이 잘했던 시절에 대한 생각에 지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좋은 선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와 상대하는 선수들 역시 체력이 좋아지고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가 다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박 감독은 딱 한 마디를 던졌다. "축구에 더 미쳐야 한다." 심제혁이 조금 더 축구에 몰입해야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잠재력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잠재력 하나 가지고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에 미쳐야 한다."

심제혁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 근성

박 감독은 유럽의 유소년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바로 아약스의 'TIPS' 시스템이다. 네덜란드 어에서 테크닉(Techniek), 전술 이해력(Inzicht), 인성(Persoonliijheid), 스피드(Snelheid)의 머리 글자를 딴 단어다. '유망주 천국' 아약스에서는 유망주를 육성하고 평가할 때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심제혁은 이 TIPS에 나름대로 부합하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칭찬을 하면서도 박 감독은 "하지만 TIPS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근성'이었다. "나는 근성이 없는 선수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하고 땀을 흘려야 한다. 유망주의 잠재성은 TIPS 만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좋은 선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근성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어야 한다."

결국 심제혁에게 근성이 부족하다는 소리였다. 아끼는 제자를 향해 박 감독은 쓴소리를 이어갔다. "심제혁은 근성이 부족하다. 경기에 지면 '졌구나'하고 끝나서는 안된다. 분해야 한다. 골 찬스를 놓쳤을 때 화나야 한다. '아쉽다'하고 그냥 돌아서면 안된다. 자신이 중요한 득점 기회를 놓쳤으면 슈팅 연습을 더 하고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심제혁은 그러지 않는다."

이와 함께 박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확연히 다르다. 감독 등 지도자들이 모든 것을 일일이 잡아줄 수 없다. 프로에서 코칭 스태프는 도와주는 사람의 역할이다. 거기까지다. 여러가지 코칭을 해주지만 결국은 선수 자신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게 관건이다. 자기 자신이 발전을 위해 심도있게 노력해야 한다."

세간의 비판에 대해 박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 성남FC 제공

박 감독이 이렇게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심제혁을 아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남의 승격을 위해서 심제혁은 꼭 필요한 존재기 때문이다. 최근 박 감독은 심제혁을 측면 수비수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심제혁을 계속해서 기용하고 있지만 그가 팀 안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감독이 아닌 선수 자신이 각성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강등이 불러온 고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 감독은 심제혁을 꾸준하게 기용하고 있다. 그가 부진하거나 근성이 부족하다면 엔트리 제외 등으로 자극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성남의 유망주 풀이 생각보다 빈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구단이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아쉬웠다"라고 밝혔다.

좀 더 정확한 이유는 '강등' 때문이었다. K리그에는 유망주 육성을 위한 제도가 있다. '23세 룰', 또는 '22세 룰'이다. K리그 클래식의 경우 23세 이하 선수 2명이 출전 선수 명단에 등록되어야 하고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선발로 출전되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교체 카드 등에서 페널티가 부여된다.

문제는 K리그 챌린지의 기준이 23세가 아닌 22세라는 것이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 있던 성남은 강등을 당해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뛰고 있다. "23세 자원은 꽤 풍부하지만 22세 자원이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 박 감독의 말이다. "솔직히 지난해 성남이 강등 당할 것이라고 누가 예측했겠나. 갑자기 연령이 1년 내려가니까 가용 자원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임대로 데려온 심제혁이 22세 이하 자원 중에서는 가장 낫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심제혁은 성남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리 측면 공격수라고 하지만 공격수가 21경기에 출전해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결과다. 원소속팀 FC서울도, 야심차게 임대로 그를 데려온 성남도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경기 출전을 통해 경기력이 발전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팀에 확실한 보탬이 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2017 시즌은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하지만 성남은 승격 플레이오프와 그 이후까지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심제혁의 잠재력이 이 짧은 시간 동안 극적으로 폭발한다면 성남은 박성호와 흘로홉스키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력한 공격 옵션을 갖추는 셈이다. 박 감독은 심제혁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끼워 맞춰지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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