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뛴 선수의 모습이 아니다. 선수들과 몸 풀고 온 감독대행의 모습이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감독대행님 사전 인터뷰 하셔야 하는데…"

K리그 경기가 있는 날 모든 구단의 감독들은 사전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감독과 기자가 만나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을 때 감독들은 라커룸에 홀로 앉아 전략 등을 고민한다. 이 때 자연스럽게 기자들을 만난다. 하지만 언제나 라커룸을 비우는 사람이 있다. 바로 대전 김종현 감독대행이다.

7일 FC안양과 대전의 경기가 열리기 전 안양종합운동장에서도 김 감독대행은 여전히 라커룸을 비웠다. 인터뷰가 하기 싫어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러 나간 것이다. 그라운드에는 어느 코치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 감독대행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자들은 항상 구단 직원에게 사전 인터뷰를 부탁한다. 돌아오는 답은 "10분만 더 하고 하자"다.

비록 감독대행의 자리지만 어쨌든 선수단을 책임지는 자리다. 감독과도 마찬가지다.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보다 라커룸에서 전략을 짜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대행은 그라운드로 나간다. 어떤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그래서 훈련을 막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예상 외의 답이 돌아왔다. "같이 뛰면 제가 너무 행복해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땀 흘리는 것이 너무 좋아요. 평소 훈련할 때도 선수들과 같이 뛰어요. 미니 게임도 참가해요.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다보니 재미있어요. 같이 웃으면서 땀 흘리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해요. 할 때는 또 열심히 하죠. 젊은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같이 뛸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복이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웃고 있었다.

은퇴를 했음에도 그는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며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경기가 답답하면 대신 뛰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질문에 또다시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올해 후반기에 선수 등록도 할 뻔 했어요." 풀타임은 소화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뛰며 팀에 보탬이 될 것 같아 사무국에서도 고려를 했다는 후문이다.

"몸 관리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수 등록을 고민했을 때도 사무국장님이 한 번 해보라고 권유를 하기도 했어요. 저도 제 자신을 체크해보니 약 20분 정도는 뛸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지금은 감독대행의 자리에 있으니까 힘들지만 내년에 다시 코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플레잉코치 자리를 한 번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요?" 레전드의 귀환이라니, 대전 팬들이 설렐 수 있는 말이다.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대전 선수단의 분위기는 밝다. 다시 승리가 가물가물한 상황이지만 그는 같이 뛰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믿는다. 지난 9월 16일 경남전 승리 이후 3경기 연속 무승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오히려 씩 웃으며 격려했다. "너희들 잘 하는 거 이제 너희들도 알잖아. 이제 결과만 한 번 같이 만들어보자."

이번 안양과의 경기에서 대전은 0-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추격이 급한 상황에서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의 분위기는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좋습니다. 시기 상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지는 못합니다. 결국에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관건이죠. 이번 경기는 아쉽지만 홈에서는 절대 질 생각 없습니다. 승리를 통해 반등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잘 극복하겠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전은 깊은 수렁에 빠져 더 이상 올라올 곳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대전은 더욱 힘을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 감독대행의 독특한 '형님 리더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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