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인천 유나이티드 vs 대구FC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인천=조성룡 기자] 이기려는 간절함과 투지가 가득한 한 판이었다. 전투와도 같은 경기였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구FC의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10위 인천과 11위 대구가 만났다. 두 팀의 승점 차이는 고작 1점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 10위와 11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 팀은 편안하게 내년 K리그 클래식 시즌을 준비하면 되지만 다른 한 팀은 생존을 건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 시즌이 꽤 남았지만 두 팀은 그래서 이겨야했다. 이 경기를 이기면 당분간은 편할 수 있었다. 10위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여유를 제공한다. 이는 이 경기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는 그 간절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것은 분명 축구다. 공이 굴러다니는 스포츠다. 그런데 이날 만큼은 공보다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갔다. 전반전부터 처절할 정도로 양 팀 선수들은 맞붙었다. 헤딩 경합을 하며 날아오른 선수들이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쳤고 깊은 태클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들처럼 아낌없이 몸을 던졌다.

혈투였다. 피만 흘리지 않았을 뿐 그라운드는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양 팀의 의료진들도 바쁘게 뛰어다녔다. 위생병처럼 최전방과 최후방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평소 저돌적인 '미추홀 파이터' 이윤표도 상대의 거친 태클에 고통스러워했다. 최전방에서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에게 태클을 했고 최후방에서 상대 수비수가 공격수에게 태클을 당했다.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대구 한희훈과 인천 김동석은 경기가 끝난 것처럼 드러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치열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양 팀의 전반전 결과는 0-0이었다. 아무리 전쟁같아도 이것은 축구였다.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길 수 없었다. 후반전에는 득점을 만들어야하는 것이 모두의 숙제였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변수가 생겼다. 그라운드에서 둔탁한 파열음이 거세게 울려퍼졌다. 경기장 2층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김동석의 축구화 스터드와 김진혁의 정강이 보호대가 충돌한 것이다. 두 선수는 충격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고형진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반칙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김동석에게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퇴장 이후 확실히 흐름은 변했다.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공략하던 인천이 수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5-3-1 포메이션이었다. 반면 대구의 공격이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전이 인천의 흐름이었다면 후반전은 대구의 흐름이었다. 마치 야구의 공수 교대처럼 명확한 모습을 보이는 양 팀이었다.

하지만 레드 카드도 선수들의 투혼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여전히 경기는 치열했다. 계속해서 선수들은 땅바닥을 뒹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인천 문선민은 교체 투입 이후 몇 차례 뒤에서 들어오는 태클에 무릎을 부여잡았다. 한 그라운드 안에 두 명이 동시에 누워있는 모습을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었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모두가 아쉬운 결과였다. 양 팀의 순위도 그대로였고 승점 차도 1점에서 더 벌어지지도 더 좁혀지지도 않았다. 양 팀의 다음 맞대결은 10월 1일, 공교롭게도 스플릿 전 마지막 라운드다. 두 팀의 첫 번째 전투는 무승부라는 결과로 끝났다. 하지만 이들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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