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1995 바그닝요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아이가 우는듯한 제스처를 취했던 바그닝요, 알고보니 이별한 동료를 향한 장난이었다.

1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부천FC1995와 FC안양의 경기에서 부천이 강력한 공격진을 앞세워 안양을 6-2로 대파하고 3위 탈환에 성공했다. 부천의 외국인 선수 바그닝요는 이날 두 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해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바그닝요는 "초반부터 골이 들어가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면서 "정갑석 감독이 안양에 대한 분석을 굉장히 철저히 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긴 것 같다"고 짧은 경기 소감을 밝혔다.

흥이 많은 바그닝요다. 그는 골을 넣고 춤을 추는 등 쇼맨십을 마음껏 보여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골을 넣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닐손주니어와 나란히 서서 우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었다. 선수 자신이나 팀 동료가 자녀를 얻으면 흔히 하는 '아기 세리머니'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그닝요의 세리머니에는 장난스러운 의미가 담겨있었다. "얼마 전에 팀 동료인 정준현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일주일 내내 정준현을 쫓아 다니면서 놀렸다. 골을 넣고 나서 닐손주니어와 함께 정준현의 결별 슬픔을 놀린 것이다. 우는 제스처는 정준현의 우는 표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정준현은 전국적으로 자신의 결별 사실을 알린 셈이다.

정준현은 여자친구와 결별 이후 이른바 '멘붕'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닝요는 "정준현이 일주일 내내 노래만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놀리는데 딱히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슬퍼 보였다"고 덧붙였다. 아이까지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바그닝요는 정준현에게 "괜찮아"라고 웃었다.

바그닝요는 팀 동료와의 친화력이 좋다. 현재 팀에서 부주장을 맡기도 했고 김신을 향해서는 "내가 함께 뛰어본 공격수 중 제일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바그닝요가 정준현을 위해 이런 장난스러운 골 세리머니를 한 것도 그가 팀에서 얼마나 적응을 완벽히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바그닝요는 "나중에 정준현이 다시 좋은 이성을 만난다면 닐손주니어와 논의해 새로운 여자친구 탄생 축하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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