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프로스포츠의 생명은 기록이다. 매 경기의 기록이 쌓여 역사가 되고 선수와 구단에는 평가의 잣대가 된다. 따라서 그 정확성과 투명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확성이 떨어지면 해당 스포츠의 신뢰성 자체가 떨어지게 되며 투명하지 못하면 팬들의 흥미를 떨어트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프로축구연맹이 이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7시즌 들어 새로 단장한 K리그 대문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리그 개막을 앞두고 공식 웹사이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접근성과 가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디자인이 깔끔해졌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추가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티켓 예매가 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K리그 경기의 티켓 예매는 각 구단의 공식 사이트 혹은 판매 대행사 사이트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매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리그의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장 구매를 해도 상관이 없지만, 편의를 위해 예매를 선호하는 팬에게는 오히려 불편이 가중되었던 구조였다.

연맹은 지난 몇 년간 팬들의 반응을 참고해서 이번 시즌 개막을 목표로 공식 웹사이트에 대한 전면적인 컨셉 변경에 착수했다.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실시간 대응성’이었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축구를 즐기는 방식도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경기장에 가지 못한 팬들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경기의 소식을 직접 찾아봤다면 요즘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유럽의 상위 인기 리그, 일본 J리그 등은 이미 이러한 점을 공식적인 시스템으로 갖추어놓은 상태다.

지난 시즌까지의 K리그 공식 웹사이트는 이런 실시간 데이터에 취약한 구조였다. 경기 일정 및 각 구단의 소식과 경기의 기본적인 상황 정도를 살펴볼 수 있는 정도가 전부였다. 연맹 관계자는 “라이트 팬까지 고려해서 K리그의 모든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새 웹사이트를 소개했다. 이어 “경기장에서 득점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5분 안에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실시간 대응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기록이 사라졌다

사이트 개편에 대한 팬들의 전체적인 반응 또한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한결같이 나오는 지적이 있었다. ‘과거 기록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연맹은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각종 기록을 데이터센터라는 한 메뉴로 정리했다. 데이터센터는 올 시즌 K리그의 팀 순위와 개인 기록 순위 등 가장 기초적인 기록들과 감독별 승무패, 선수 검색 등 세부적인 기록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개편 전 사이트에는 있었던 과거 경기의 기록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K리그 공식 웹사이트에서 지난 시즌까지의 기록은 오로지 스코어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과거의 기록은 대진과 결과 정도가 전부다. 해당 경기에서의 출전 선수, 각종 경기기록, 관중 수와 같은 세부적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현재 웹 사이트의 구조상으로는 과거 경기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맞다”며 “사이트의 컨셉이 완전히 바뀌면서 해당 시스템에 대한 개발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16시즌까지의 경기 기록은 영영 확인할 수 없는 걸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을 전망이다. 관계자는 “새 사이트로 변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버그와 각종 돌발 상황에 대한 오류를 잡는 데 중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마니아 팬을 위한 과거 시즌에 대한 경기기록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스템의 구축 완료 시점이 불분명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팬들에게 2016시즌까지의 기록은 기약 없는 ‘봉인’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방향은 긍정적

이번 개편은 K리그 공식 웹사이트 역사상 가장 큰 혁신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인 블로그조차 스마트폰을 위한 모바일 버전이 제공될 때, K리그의 ‘공식’ 얼굴은 몇 년 전만 해도 이 모바일 버전이 없어 PC 페이지로 보이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시아 최고 축구리그라고 자부하는 K리그의 디지털 경쟁력은 분명 현저하게 부족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이 점을 인식하고 환골탈태에 나서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난 10일에는 웹사이트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식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하며 스마트폰 대응력도 높이고 있다.

현재 K리그 공식 웹사이트에서 지난 시즌까지의 기록은 오로지 스코어만 확인할 수 있다

시스템만큼은 어느 리그에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옆 나라 일본 J.리그의 공식 웹 사이트에서는 구단의 연도별 관중 현황, 경기장ㆍ날씨ㆍ상황별 승패 등 팬 입장에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까지 참고해서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사이트를 운영해나가겠다”는 연맹 관계자의 말처럼 이왕 바꾸는 김에 실력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또한 최고인 K리그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런 정보도 볼 수 있었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