묀헨글라드바흐와 펼쳐진 4라운드 대결, 해당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넣는 등 기존 강호들을 떨게 만드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 라이프치히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 | 김재학 기자] 올 시즌 유럽 주요 리그의 순위표를 살펴보면 선두권에 예상치 못한 팀들이 몇몇 존재한다.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2승2무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6위를 달리고있는 RB 라이프치히 역시 그런 팀 중 한 팀이다.

유럽 축구 지배하려는 레드불의 야심

그러나 라이프치히의 속사정을 자세히 알아보면 여타 승급팀의 돌풍과는 조금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승급팀들이 으레 그렇듯 1부리그 팀들이 예상치 못하는 전력으로 깜짝돌풍을 일으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지만 라이프치히는 팀이 창단된 2009년부터 이미 전 유럽의 주목을 받은 '앙팡테러블'이었다.

라이프치히 구단의 명목 상 최대 주주이자 모기업인 레드불은 2000년대 초반 축구판에 뛰어들기로 한 이후 향후 수 십년간 진행될 방향을 미리 계획한 후 그에 따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레드불 산하 축구팀들을 설립한 후 그를 바탕으로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레드불이 인수하거나 창단한 구단은 세계 각 대륙에 총 다섯 팀인데, 각각의 역할이 명확히 다르다. 레드불 가나와 레드불 브라질 구단은 구단명을 통해 알 수 있듯 각각 아프리카와 브라질에 있는 구단인데, 해당 지역의 유망주들을 끌어모아 1차적으로 성장시키는 구단으로써 존재 의의를 가지고 있다.

라이프치히의 선두권 경쟁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라이프치히 공식 트위터

유기적 보완제로 작용하는 5개 구단

그렇게 성장한 유망주들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이적하게 되는데,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 한 팀으로 군림하며 유망주들에게 이전에 소속돼있던 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구단에 있던 선수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이적한 알랑이나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케빈 캄플, 현재 팀의 미래로 기대받고 있는 나비 케이타 등이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렇게 성장시킨 유망주들을 활용해 마이스터 샬레(분데스리가의 우승 트로피)와 빅이어(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는 것이 레드불의 핵심 프로젝트다. 현재 구단 소속 선수들을 보면 다수가 레드불 내의 엘리트 코스에 따라 성장한 후 팀에 영입된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이렇게 전성기를 라이프치히에서 보낸 후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이적하는 팀이 뉴욕 레드불스 구단이다. 은퇴 후 자녀들의 교육 및 선수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복지가 가장 발전된 국가인 미국에 위치한 이 구단까지 도합 5개의 구단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각각의 상호보완제로 작용한다.

이미 예정된 라이프리치의 선두권 경쟁

결국 라이프치히의 올 시즌 선전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부터 예정된 하나의 계획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닌 것이다. 실제 이번 시즌 맞붙었던 팀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들이 분데스리가 데뷔시즌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각각 호펜하임, 도르트문트, 함부르크, 묀헨글라드바흐 등 분데스리가에서 잔뼈가 굵은 강팀들을 상대로 무패로 승점 8점을 기록한 라이프치히의 1차 목표인 리가 잔류는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라이프치히를 두고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축구계 전체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는 주제다. 독일 프로축구협회에서 정한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거나 때론 범법행위를 저지르며 분데스리가 타 팀팬들로 하여금 "Nein zu RB Leipzig(No to RB Leipzig)"를 외치게끔 한다. 그러나 이런 구설수 역시 프로젝트를 이용해 브랜드를 홍보하려는 레드불 입장에서는 마냥 싫지않은 입장이다.

라이프치히의 최종 목표는 분데스리가 내의 1강인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체제를 끊고 리가의 새로운 강호로 등극하는 것이다. 진행된 프로젝트는 이제 겨우 절반을 넘어섰지만 그들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는 뭇 많은 분데스리가 강호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시즌이 끝날 때 즈음 라이프치히의 순위는 어쩌면 지난 시즌 동화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간 레스터 시티의 그것과 비슷할 수 있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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