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얼마 전, '스포츠니어스'의 김현회 대표는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7가지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공개했다. 중국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자국의 축구를 발전 시키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들의 실력이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를 7가지 들었다. 하지만, 평소 중국 슈퍼리그(CSL) 경기를 즐겨보고 태평역 차이나타운에 가서 산동 루넝 팬과 양꼬치에 칭따오 맥주 한 잔 기울이던 내 입장에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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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4억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김현회 대표의 글이 공개되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까지 벌써 약 300명이 태어났다. 그만큼 인구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현재 아직까지도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은 수십 년 전부터 갖고 있던 잠재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고, 다른 국가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국의 축구는 다른 국가의 무시를 쉽게 받는다.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축구를 못하지만, 성장하고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국가다. 지금까지 중국은 월드컵 본선에 딱 한 번 나갔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한 덕분에 어부지리로 나갔다고 하지만, 수많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 주어진 본선행 티켓은 4장이었다. 당시 이란과 같은 강호를 제치고 본선 티켓을 딴 중국 역시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월드컵에 출전한 것이다. 비록 첫 출전은 3패로 마감했지만 이 때부터 중국은 축구, 그리고 월드컵에서 잘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13년 태국에게 1-5로 대패하고, 홍콩과 월드컵 예선에서 0-0으로 비기기도 했지만 그들의 꿈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진지하게, '스포츠니어스'에 놓여진 내 책상을 걸고 중국이 축구를 더 잘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려고 한다. 물론, 김현회 대표가 흑룡강성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로 회식 시켜줬다고 이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1. 한 자녀 정책은 이미 끝났다

중국은 1979년 1자녀 정책을 확정하고 1980년대부터 국가에서 인구 억제 정책을 실시했다. 알다시피 '한 자녀 정책'이다. 인구가 급증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각 가정마다 한 명의 아이만 낳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모가 자식을 황제처럼 대접한다고 해서 '소황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대부분의 소황제들은 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했는데, 이 세대를 '빠링호우(八零後)', '지우링호우(九零後)'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소황제처럼 대접 받으며 자라난 탓에 각종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게다가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국가 정책에 충실히 따라 정말로 한 명만 낳은 것은 아니다.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에 의해 소황제만큼 문제가 된 것이 바로 '무호적자'였다. 법이 허용하지 않는 둘째 이후의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 이들은 교육이나 복지 등 사회적 혜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많은 문제들을 유발시켰다.

그런데, 2013년 중국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일부 완화시킨다. 부모 중 한 명이 독자일 경우 둘째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2자녀 정책을 2014년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금 부모가 되는 세대는 공교롭게도 '소황제'라 불렸던 '빠링호우'나 '지우링호우'다. 따라서 호적에 올라있는 정상적인 중국인들은 자녀를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 받은 셈이다. 한 자녀 정책은 2014년에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한 자녀 정책이 중국 축구의 발전을 저해한다면, 우리나라 축구도 중국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 맞다. 현재 한국 축구의 중심을 이루는 세대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외치던 시절 태어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성용, 백승호, 박지성 등은 심지어 외아들이다. 중국 만큼이나 아들을 선호하고 귀하게 여겼던 한국의 특성 상 그들 역시 소황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귀하게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나라 축구의 중심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3형제 집안에서 태어나 "대표팀도 올해는 상어 지느러미 먹었는데 중국요리 회식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편의점 데려가서 죠스바 먹이려고 했던 김현회 대표가 진정한 소황제다.

중국이 아직도 축구를 잘 못하는 이유는 14억 명 중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을 뽑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오히려 지금 어딘가에서는 메시보다 호날두보다 축구를 잘 할 선수가 사천성 어딘가에서 마파두부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고, 티벳과 중국을 연결하는 칭쨩 철도 공사에 갔다가 풍경이 좋아서 눌러 앉아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호적자'라는 것이다. 무호적의 대부분은 지금 2~30대의 청년들이다. 중국에서 행정적으로 '사람 취급'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발굴해내고, 축구선수로 만들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중국이 무호적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부터 중국을 지금보다 또 다른 상대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홍콩과도 0-0으로 비겼다. 공은 어차피 둥근 것 아니겠는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 "공부해서 뭐하러 의사를 해? 공이나 차지"

중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좋은 한 마디다. 중국에서 의사의 연봉은 1,100만 원에 불과하다. 중국에 패키지 관광을 가면 꼭 병원을 들르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고 여기서 나이 지긋한 의사들이 손목을 잡고 진맥해준다. 나 역시 패키지 관광에 따라갔다가 손목을 잡히고는 "누구랑 그렇게 술을 먹길래 간이 안좋냐"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3주 동안 금주 중이었던 나는 씩 웃으며 병원이 권하는 약을 정중히 거절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의사가 한국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기에 이런 촌극이 빚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CSL의 평균 연봉은 약 3억 원에 달한다. 심지어 현재도 계속 몸값은 상승하는 중이다. 이제 K리그 각 구단들은 펑샤오팅이나 리웨이펑과 같이 중국 대표팀 출신의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브라질 특급 공격수 못지 않은 돈을 퍼부어야 한다. 물론 이 연봉에는 실력에 맞지 않게 거품이 끼어있고, 중국 선수들의 도전 정신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CSL 선수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종목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넓은 인재 풀이 존재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 CSL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종목은 없다. 운동에 재능이 있는 어린이들이 일단 축구부터 시작하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넓은 인재 풀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실력 좋은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단순히 인구가 많다고 축구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스포츠에 대한 인프라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지금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3. "해외에 나가라" 대신 "우리가 판을 만들게"

과거에는 해외 리그에 도전하는 중국 선수들이 많았다. 이적료 1파운드라는 기록을 세우며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EPL) 셰필드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하오하이동, 2002년 월드컵의 활약을 바탕으로 에버튼에서 4년 동안 활약했던 리 티에(허베이 종지 감독) 등 적지 않은 선수가 해외에서 꿈을 키웠다. K리그에도 펑샤오팅과 황보원(이상 광저우 헝다)이 있었고, 얼마 전에는 부천FC1995에 중국 동포 난송이 입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해외파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전 25명 엔트리 중 해외파는 19세 공격수 장유닝(네덜란드 비테세) 한 명뿐이다. 많은 연봉을 받는 CSL에서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지만, CSL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선수들이 굳이 물어물어 해외 리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 '해리 포터' 좋아하는 나도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한국에 있으면 굳이 오사카에 가서 국부 유출 안하고 내수 경제 활성화에 힘쓰겠다.

프로가 돈을 추구하고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도전 정신이 약한 것 역시 분명 지적 받는 일이다. 하지만 자국 리그가 세계적인 리그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서 해외 진출을 하지 않는다고 '도전 정신이 약하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표팀 선수 전원이 국내파로 구성되어 있는 잉글랜드에게 '도전 정신이 약한 선수들'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 유수 리그와 경쟁하고 있는 CSL,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중국 축구를 보며 오히려 연구할 필요가 있다.

4. 중국 유망주는 꿈 꾸는 스케일이 다르다

나의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다. 당시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 이를 보며 나는 한국의 대표적인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꿈을 키웠고, '아폴로 박사'로 유명했던 故 조경철 박사가 쓴 '아폴로 박사의 별자리 이야기'를 탐독했다. 그 때는 전혀 몰랐다. 천문학자가 되려면 수학을 엄청나게 잘해야 했다. 전형적인 문과생인 내게 천문학자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이를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요즘 중국은 외국인 공격수들로 가득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이 이름값에 걸맞게 CSL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물론 부상이나 태업으로 '본전 생각'나게 하는 공격수들도 있다. 이 공격수들은 CSL에서 선진 축구의 기술과 경험을 선수들과 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공격수가 기근 현상에 빠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레이(상하이 상강)나 가오린(광저우 헝다) 같은 선수들은 외국인 공격수가 즐비한 CSL에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중국 공격수의 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그들이 중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중국인 공격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린 아이들, 그리고 축구 유망주들은 최용수, 황선홍을 보면서 공격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중국의 어린 아이들과 축구 유망주들은 헐크(상하이 상강), 펠레(산둥 루넝)를 보면서 공격수의 꿈을 키운다. 이 어린 아이들이 "내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외국인들이 공격수에 있으니 나는 미드필더를 해야겠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유명 구단 출신의 코치들이 직접 지도하고 있는 중국의 축구 학교를 찾을 것이다. 큰 꿈을 품고 제대로 된 조련을 받은 유망주들은 장차 한국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중국은 홍콩과도 0-0으로 비겼다. 공은 어차피 둥근 것 아니겠는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5. 중국은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중국이 그저 축구에 대한 투자를 국내에서만 한다고 하면 큰 오산이다. 중국은 해외에서도 '통 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단 하루 만에 중국 기업들이 구단 3개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AC밀란, EPL의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 그리고 프랑스의 AJ옥셰르를 8월 5일에 몽땅 가져갔다. 지난 2014년 이후 중국 자본이 인수하거나 투자한 해외 유명 구단은 총 14개에 달한다. 이 중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인 구단은 12개다. 우리나라 자본 중에서는 벨기에 2부리그 팀 AFC 투비즈 하나 갖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중국 언론에서는 투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스포츠 시장이 초고속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축구 구단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양질의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니 시선이 해외로 갔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중국의 유망주를 해당 구단으로 보내기 수월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착실하게 훈련을 받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유망주들이 중국 축구의 자산이 될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6.'축구 굴기'는 시진핑이 시작하지 않았다

'축구 굴기'는 시진핑 주석이 주도한 것이 맞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생일에 벌어진 태국전에서 1-5 대패를 당해 화가 나 "축구를 일으키라"고 해서 벌어진 것도 아니다. 실질적인 중국의 '축구굴기'는 시진핑의 집권 전에 시작했다. 톨게이트 비용 4천 원 아끼려고 동태찌개 대신 김치찌개를 먹는 영세 업체 '스포츠니어스'도 김현회 대표가 "내일부터 우리는 연예 기사를 쓰자"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거늘, 중국이 아무리 권력이 주석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상식 밖의 일은 하지 않는다.

2007년 상하이 션화의 통 큰 투자에 자극을 받은 광저우 헝다, 베이징 궈안 등 이른바 '세븐 시스터즈(CSL의 7개 공룡 구단)'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CSL의 '축구굴기'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하이 션화는 2012년 아넬카와 드록바를 영입하며 외국인 영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진핑의 집권은 2013년이었다. 시기적으로 CSL의 투자가 먼저였다. 일부는 CSL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시진핑 집권 전 정치적 입지를 다져놓기 위해 먼저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중국의 정치를 알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중국의 주석 자리는 아무리 유력자라도 확실하게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없다. 막후에서 치열한 정치 투쟁과 협상이 주석 취임 전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중국 축구에 대한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는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바로 CSL의 경제적 가치가 점점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티아오둥리가 CSL 중계권을 1조 4000억 원에 사들이고, 스카이스포츠 역시 CSL 중계권을 3년 간 확보하는 등 CSL의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높게 평가된다. 비록 일부 거품이 껴있어도 말이다. 중국 정부는 축구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주석의 지지와 함께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개입해 본격적으로 '함께 키워보자'고 나선 것이다.

나는 축구 부흥을 누가 주도하는가는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플랜과 비전을 가지고' 축구 부흥을 이끌 것인가다. 중국은 현실성 없지만 '월드컵 우승'이라는 확실한 비전을 정부가 제시했고, 이에 맞춰서 구단과 협회, 축구인들이 일사불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월드컵 등 굵직하고 중요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주도했던 것은 축구인이 아니라 기업인이었지 않았는가?

김현회 대표의 말처럼 시진핑의 색채를 지우고 싶은 차기 지도자가 "시진핑의 유물인 축구를 내다버리라"고 할 수도 있다. 우즈베키스탄 독재자의 딸이 운영하던 분요드코르가 그녀의 관심에서 멀어진 뒤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아무리 시진핑의 차차기 지도자여도 시진핑 정권에서 구축한 인프라는 없애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중국에 설립되고 있는 축구 학교는 CSL 구단이 주도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운영되고 있는 CSL과 축구 학교들은 경제적 논리에 움직일 것이다. CSL에 막대한 투자가 시작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인프라와 전폭적인 지원의 혜택을 받은 유망주들이 중국 축구의 중심이 될 때, 우리는 진심으로 중국 축구의 존재를 걱정하게 될 것이다. 미리 우리도 대비를 해야한다.

7.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전폭적인 지원

중국 국민들은 축구에 뜨겁게 열광한다. 그래서 성적에 일희일비한다. 승리하면 누구보다 기뻐하고, 패배하면 누구보다 슬퍼하고 화를 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한 한국에게 국민들은 공항에서 엿을 던지는 정도로 끝났지만, 중국 국민들은 버스를 막고 감독 퇴진, 선수단 해산을 요구한다. 비뚤어진 팬심이지만 열정 하나 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게다가 정부와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수는 축구만 하면 되는 수준을 넘어서 '뭐 이 정도까지…' 싶을 정도로 아낌없이 지원한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할 시 받게되는 선수들의 보너스 역시 어마어마하다.

아직도 중국 축구의 발전은 더디다. 그래서 중국 국민들은 축구를 볼 때 마다 한 번 씩은 속이 터질 것이다. 그래도 중국 국민들은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 영국이 가지고 있던 '축구 종주국'의 칭호를 가져갈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열망은 결국 중국 축구가 발전하게 되는 지름길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종목은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 축구 역시 그 기대에 조금씩 부응하고 있다. 다만 발전 속도가 문제일 뿐이다.

더 이상 정신력과 열정, 애국심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한국 하키, 핸드볼 등 열악한 환경에서 성적을 내던 '신화창조'가 허망하게 깨져버린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이 좋은 예다. 선행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만 스포츠는 발전할 수 있고, 또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중국의 물질 만능주의는 비판 받아야 하고, 따라가서는 안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리그와 유소년에 투자해야 한다'는 중국의 태도는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국가대표팀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고, 리그의 흥행과 유소년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중국 축구의 발전을 이끈다는 것을 이들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중국 축구를 비웃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슬슬 내 자리도 고민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