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어곡FC 조용기 감독 ⓒ 스포츠니어스
양산어곡FC 조용기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천안=김귀혁 기자] 양산어곡 조용기 감독은 천안의 라인업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24일 양산어곡FC는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천안시티FC를 상대로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2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양산어곡FC는 K5리그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축구팀으로 지난 10일 K4리그 FC세종과의 코리아컵 1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 2-1로 잡고 현재 2라운드에 진출해 있다. 이날 상대인 천안은 K리그2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 중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양산어곡 조용기 감독은 "우리가 직장인들이 주로 있는 동호인 축구팀 아닌가. 훈련을 거의 제대로 하지 못 했고 그 대신 전략적인 미팅을 많이 했다"면서 "코리아컵 1라운드에서도 그렇고 우리는 항상 우리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하지만 오늘은 현실적으로 모든 면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하여 냉정하게 내려서려고 한다. 역습을 콘셉트로 잡고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양산어곡은 비록 아마추어 팀이지만 전직 프로축구 선수 출신들도 많다. 성남일화와 울산현대, 상주상무 등을 거치고 국가대표에서도 두 경기를 소화한 한상운이 대표적이다. 김부관 역시 수원FC와 아산무궁화 등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축구를 업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각자 개인 일정 혹은 업무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조용기 감독도 "우리가 원정 경기를 치르다 보니 개인적인 일정이나 생업과 연결되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원정 경기에는 계속 어려움이 있다"면서 "반대로 젊은 선수들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덕분에 더 생동감 넘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산어곡은 경기 전날(23일) 버스를 타고 천안에 왔다.

동호인 팀이기 때문에 체력도 완전치 않을 수 있다. 이 말에 조 감독은 "운동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변수가 있다"면서 "코리아컵 1라운드에서도 언제 위기가 올지 보면서 교체 시점을 잡았다. 또 K5리그와 교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교체 타이밍을 잡기에 어려움이 있다. 코리아컵 1라운드에서도 전반 30분부터는 체력이 저하되더라.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양산어곡FC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대부분이 군 복무를 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며 동호인으로서 축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미프로 혹은 프로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이날 프로팀 천안시티와의 경기에 그 동기부여는 어느 때보다도 강할 수밖에 없다.

선수단 분위기를 묻자 조용기 감독은 "우리는 즐거운 분위기였다. 프로를 처음 상대하는 선수들이 많다"면서도 "그런데 운동장에 오니 긴장을 하는 것 같더라. 경기장에 들어오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많이 있지 않나. 대회 운영 면에서 접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다 보니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에도 긴장감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날 양산어곡이 승리를 거둘 경우 다음 상대는 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다. 심지어 평일에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생업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조용기 감독은 "선수들끼리는 만약에 오늘 이긴다면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는 느낌으로 생각하더라"라며 "꿈만 같은 얘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용기 감독은 이날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는 이상현과 안승화를 주목했다. 그는 "공격진에 네 명의 주축 선수가 빠졌다"면서 "경기는 극단적인 수비와 역습으로 준비했다. 이상헌이 빠른 발과 함께 돌파 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거기에서의 한 방을 노리고 있다. 안승화 역시 양발을 잘 사용하고 속도도 있어서 한 번만 걸린다면 좋은 장면이 일어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프로 천안의 라인업은 어마어마하다. 마상훈과 김대중이 중앙 수비를 구성하고 공격진에는 파울리뇨와 에리키, 김륜도가 선발 출전했다.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천안의 명단을 보자 조요익 감독은 "너무 진심이다. 사실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조금 힘들겠지만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말을 이어가면서도 조 감독은 천안의 라인업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