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통천 퍼포먼스 ⓒ 스포츠니어스
인천 통천 퍼포먼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조성룡 기자] 처음이지만 추억에 젖을 수 밖에 없는 퍼포먼스였다.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23/24(이하 ACL) 조별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카야FC 일로일로(필리핀)의 경기에서 홈팀 인천이 무고사의 두 골과 에르난데스, 음포쿠의 연속골에 힘입어 카야를 4-0으로 대파했다. 인천은 2연승으로 ACL G조 1위를 지켰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인천의 첫 ACL 본선 홈 경기였다. 비록 공휴일이지만 평일 저녁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8천명이 넘는 관중들이 몰렸다. 인천 서포터스도 특별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선수단이 입장하는 순간 응원석에는 대형 통천이 펼쳐졌다.

이 통천에는 'COME ON ASIA'라는 문구와 함께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한자로 '인천연합'이라는 글귀도 적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만화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로 일본 J리그에서 볼 법한 통천이 인천의 ACL 첫 홈 경기에서 나왔다는 건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통천은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담았다. 통천에 등장한 캐릭터는 만화 '짱'의 주인공 '현상태'다.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연재했던 '짱'은 당시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장수 만화기도 하다. '최고'라는 뜻을 가진 '짱'이라는 은어가 이 만화로 인해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도 할 정도였다.

만화 '짱'의 주무대가 바로 인천이다. 그림을 그린 임재원 작가는 인천유나이티드의 유소년 팀이 있는 대건고등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짱'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조직이 '인천연합'이다. 인천유나이티드를 한문으로 표기한다면 인천연합이기에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통천에도 '인천연합'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것이다.

갑자기 엉뚱한 만화가 등장해 당황스러운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에 처음 진출한 인천 팬들은 인천을 상징했던 대표 캐릭터를 들고 나오는 센스를 발휘했다. '인천은 강하다'라는 이미지는 무고사 뿐만 아니라 '짱'의 현상태에게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짱'을 아는 세대의 사람들은 오히려 감격에 젖었다. 특히 <스포츠니어스>의 김현회 대표가 그렇다. 그는 "짱을 보며 자란 90년대 청소년들은 인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라면서 "그 이후 실제로 수학여행에 가 운봉공고 애들을 마주치는 순간 인천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도시라고 확신했다"라면서 옛 추억 회상에 들어갔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