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리영직 ⓒ 스포츠니어스
FC안양 리영직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귀혁 기자] FC안양 리영직이 첫 한국 생활 각오를 전했다.

23일 FC안양은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2라운드 시흥시민축구단과의 경기에서 후반 31분 홍창범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안양은 벽산플레이어스를 꺾고 올라온 김포FC와 오는 17일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맞붙는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리영직은 이날 선발로 안양 데뷔전을 치렀다. 리영직은 북한 국가대표팀 출신으로 지난 2013년 도쿠시마보르티스를 시작으로 V바렌나가사키와 도쿄베르디 등 일본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북한 대표팀 소속으로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FC안양으로 이적하며 첫 K리그 무대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리영직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넘나들며 풀타임 활약했다.

먼저 리영직은 "한국 생활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 원래 외출을 잘 안 한다"면서 "대표팀에서도 해외에 간 경험이 있어서 어디를 가든 적응할 수 있다. 쉴 때도 가족들이나 일본에 있는 동료들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안양이라는 도시도 참 활발하고 살기 좋은 것 같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리영직은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국가대표로 온 뒤 10년 만에 한국에 왔다. 이번에는 잠깐 머물다 가는 것을 넘어 한국 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리영직도 "이렇게 안양에 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면서 "나도 10년이 지나서 한국에 온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걸 즐기기 위해서 왔다. 불안감도 없고 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북한 국적으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으나 리영직은 '조선적' 선수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일본으로 갔다가 이후 6.25 전쟁으로 인해 터를 찾지 못하고 계속 일본에서 살아온 이들과 그들의 자손을 뜻한다. 리영직 이전에도 안영학과 정대세, 안병준 등이 북한 국가대표 출신으로 K리그에 입성하기도 했다. 

이들 이야기에 리영직은 반가운 듯 웃었다. 그는 "(안)병준이에게 한국 생활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면서 "우리는 조금 특별한 사람 아닌가. 힘든 점도 있겠지만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병준이도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주겠다고 했다. 2월 중순에도 부산에서 한 번 만났다. 많이 노력하라고 하더라"라고 소개했다.

그의 한국 생활을 위해 안양 선수단도 열심히 돕고 있다. 유병훈 감독도 경기 전 리영직과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영직은 "일본 J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있다. 각 리그의 차이에 대해 말해주고 있어서 적응하기 쉽다"면서 "내가 좋은 모습을 보이기보다 팀 승리를 위해 뛰겠다.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사실 리영직은 안양으로 오는 데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다. 이적시장 초반 안양 입성이 유력했으나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백동규가 수원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리영직에게 다시 한번 제안이 들어간 것이다. 리영직도 "정말 놀랐다. 해외 이적이기 때문에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도 이적에 있어서 많은 경험을 했다. 가족들도 한국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고 이제 내 몸을 바칠 각오로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