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이준희 은퇴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산 이준희 은퇴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안산=조성룡 기자] 안산그리너스 이준희가 은퇴 소감을 밝혔다.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안산그리너스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안산 이준희가 은퇴식을 가졌다. 2011년 대구FC를 통해 프로에 발 들인 이준희는 약 13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K리그1에서는 49경기 2도움을 기록했고 K리그2에서는 170경기 출전 7골 11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그라운드에서 이준희의 은퇴식이 열렸다. 구단에서는 이준희의 영상을 전광판으로 상영했고 이후 이준희의 고별 인사가 이어졌다. 이준희는 "안산에서 은퇴해 행복하다"라면서 갑자기 "수원삼성 팬들을 여기서 봬 영광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응원가를 부르던 수원삼성 팬들은 응원을 멈추고 박수를 쏟아냈다.

은퇴식 이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안산 이준희는 한 가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선수를 하면서 <스포츠니어스> 라이브 인터뷰에 한 번 나와보고 싶었다"라면서 "선수 생활 하면서 내가 인기 있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출연을 못해보고 은퇴하는 게 아쉽기는 하다"라고 웃었다.

사실 이준희의 은퇴는 좀 갑작스러웠다. 이유가 있었다. 이준희는 "전지훈련까지는 참석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부상을 당했다"라면서 "원래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MRI를 찍어보니 뼈에 붙은 연골까지 다 사라졌다고 하더라. 그 결과 10개월 정도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그는 "그런 판정을 받고 이러면 팀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구단과 상의를 했고 은퇴를 결정했다"라면서 "은퇴하기로 결심하니 그냥 후련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솔직히 나 같은 선수가 서른 일곱까지 축구를 할 줄은 전혀 몰랐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준희는 "안산에서 은퇴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라면서 "프로 1년차에는 경기도 전혀 뛰지 못했다. 그 때가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멘털 벌크업'이 정말 많이 됐다"라면서 "나는 인도네시아까지 가서 선수 생활을 했고 무릎 부상도 잦았다. 그런데도 안산은 날 품어줬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안산은 내 무릎 부상을 고쳐줬고 이렇게 계속 기용도 해 주셨다"라면서 "내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힘도 주셨다. 그렇게 선수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이름난 선수도 아닌 내게 은퇴식까지 열어주셨다. 안산에 감사한 마음 밖에 없을 뿐"이라고 밝혔다.

안산 구단도 은퇴식을 특별히 신경썼다. 이준희는 "빠르게 홈 개막전에 은퇴식을 하자"라고 했지만 안산 구단은 "3월 17일이 딱 좋겠다"라며 수원삼성전을 지정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떠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준희는 "사람 많을 때 이렇게 해 운이 좋다"면서도 "축구를 좀 더 잘 했으면 박수도 좀 많이 받았을텐데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라고 웃었다.

이준희의 다음 행선지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힌트는 있다. 이준희는 "작년 부상으로 뛰지 못했을 때 구단의 도움으로 대한축구협회 주관 전력 분석 교육을 들었다"라면서 "세계 축구의 분석 시스템 흐름과 변화 등을 배웠다. 이걸 배워서 사업을 할지 아니면 현장에 적용해서 도전할지 고민 중이다. 좋은 선택을 하겠다. 최근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조만간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K리그에서는 '은퇴식'을 치를 수 있는 선수는 정말 한정적이다. 비록 이준희는 스스로 '인기 없는 선수'라고 했지만 그의 선수 생활은 해피엔딩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준희는 "나 혼자서는 뿌듯하고 행복한데 가족들에게는 좀 미안하다"라면서 "좀 더 유명한 선수가 됐다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