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팬들의 행렬 ⓒ 스포츠니어스
수원 팬들의 행렬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안산=조성룡 기자] '익버지'도 감동 받았다.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안산그리너스와 수원삼성의 경기 전 수원삼성의 원정팬들이 장관을 만들었다. 경기 시작 약 두 시간 반 전부터 수원삼성 팬들은 상대 경기장인 와~스타디움에 집결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장 입장은 킥오프 130분 전인 오후 2시 20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삼성의 방문을 대비해 안산 구단은 원정석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원정석 전용 매점도 급하게 설치했다. 일단 경기 당일까지 안산 구단은 5,000석의 원정석을 확보했다. 안산 구단 관계자는 "경기 당일 예매 현황을 봐서 매진될 경우 좀 더 원정석을 풀 예정이다. 500석씩 추가해 총 6,000석까지는 예정돼 있다"라고 전했다.

수원삼성 팬들의 열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경기장 앞에 길게 줄 선 모습은 그동안 안산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가장 맨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김성준(15세) 군과 친구들은 "오전 9시 쯤에 여기 도착해 짐을 놔두고 밥을 먹고 왔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친구들은 "얘 때문에 고생했다"라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최근 안산 대표이사로 새로 부임한 안익수 前FC서울 감독도 수원삼성 팬들의 열정에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안 대표이사는 구단에 부임한 이후 좀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의견을 경청하니 시즌권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해 가격을 조정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수원삼성 팬들의 대기 줄 ⓒ 스포츠니어스
수원삼성 팬들의 대기 줄 ⓒ 스포츠니어스

안 대표이사는 유리창을 통해 입장하는 수원삼성 팬들을 보면서 "저 안에 정말 좋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으신 것 같다"라고 감탄하면서 "사실 수원삼성 팬들께서 염기훈 감독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상관 없이 팬들의 목소리로 함께 다시 K리그1으로 돌아가자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이사는 "사실 감독들에게는 알라딘의 호리병이 있지는 않다. 갑자기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라면서 "하지만 경기장에서 저렇게 많은 팬들의 성원이 있다면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낼 수 밖에 없다. 팬들의 목소리가 알라딘의 호리병까지는 아니지만 무언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던 와중 수원삼성 관계자들이 안산와~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그러자 안 대표이사는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면서 "응원 조금만 해달라. 안산 좀 응원해주면 안 되겠느냐"라는 농담을 던졌다. 안 대표이사는 수원삼성의 이 응원 열기가 부러우면서도 흐뭇한 모습이었다.

안 대표이사는 "저런 모습을 보면 수원삼성이 K리그1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라면서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슈퍼매치가 생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저 팬들 소싯적에 많이 울게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그는 민망한 듯 껄껄 웃으면서 "사실 내가 수원삼성에 진 적은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