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정호연 ⓒ 광주FC 제공
광주FC 정호연 ⓒ 광주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포항=명재영 기자] 광주에는 매 순간이 배움이다.

광주FC가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의 경기를 펼쳤다. 광주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포항 정재희에게 실점하면서 0-1 패배를 당했다.

A매치 휴식기 돌입 전 3연승을 노렸던 광주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패배 자체보다 더 쓰린 것은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주는 이날 포항의 전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포항이 더 나은 경기를 했다는 것은 단순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포항이 유효 슈팅 4개를 포함해 총 8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광주는 4개의 슈팅이 전부였다. 유효 슈팅은 단 1개였다.

광주 중원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정호연은 이날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준비한 것이 있었는데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면서 "그 부분이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의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과 같은 말이다. 정호연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상대가 일단 킥을 보낸 후 세컨드 볼 싸움이나 뒤에 떨어지는 것을 노릴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준비했었는데 안일한 모습이 나온 것 같다. 이길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더욱 아쉽다"고 밝혔다.

일단 팀이 패배했기에 아쉬운 상황이지만 정호연은 더 큰 도전을 바로 앞두고 있다.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의 금메달 획득 이후 나날이 성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 정호연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이 배우고 오겠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이정효 감독의 레이더에 걸렸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배운다는 말보다는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직접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 내용을 선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했는데 반응이 더 놀라웠다. 정호연은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함과 본인의 생각을 장문의 메시지로 전했다. 이 감독은 정호연의 답장에 대해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했다.

정호연은 "워딩이 세거나 거친 내용으로 답장을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감독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조금 거창하게 길게 쓴 것 같다. 선수로서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다.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의 말처럼 국가대표팀 발탁은 축하할 일이지만 출전은 또 다른 도전의 영역이다. 정호연은 "앞으로도 계속 국가대표팀에 가려면 결국 경기에 나가야 한다"면서 "발탁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가진 것들을 증명하는 시간을 보내고 오겠다"고 밝다.

한편 광주 선수단은 이날 경기 후 한참 동안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다. 보통 원정팀이 홈팀보다 먼저 퇴근하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광주의 퇴근이 더 늦었다.

정호연은 "다음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을 하기에는 우리가 부끄러운 경기를 했다"면서 "선수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감독이 와서 경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우리 감독님은 정말 매 경기 사력을 다해서 준비하신다. 선수들끼리 이런 부분을 더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