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장에는 충남아산 팬들의 항의성 걸개가 걸렸다. ⓒ스포츠니어스
이날 경기장에는 충남아산 팬들의 항의성 걸개가 걸렸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충남아산 홈 개막전은 혼란스러웠다. 

충남아산과 부천FC는 9일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4 하나은행 K리그2 2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부천 루페타의 골에 충남아산은 주닝요가 환상적인 드리블에 의한 동점골로 응수했다. 개막전에서 나란히 패한 두 팀은 이날 경기에서도 승점 1점만을 보태야 했다. 두 팀은 다음 라운드에서 시즌 첫 승에 다시 도전한다. 이날 충남아산은 후반 부천 최병찬이 퇴장 당하면서 수적 우속 속에 경기를 치렀지만 승리 사냥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 네 시간 전부터 경기장이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 해 두 차례 초대가수 공연으로 홈 경기에서 흥행에 성공한 충남아산FC는 이날 경기 시작 전에도 초대가수를 앞세워 관중몰이에 나섰다. 지난 시즌 이준일 대표이사가 새롭게 부임한 뒤 시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이날은 장윤정을 비롯해 다양한 가수들이 경기 전부터 공연을 선보였다. 킥오프는 오후 4시 반이었지만 한참 전부터 경기장에 관중이 몰렸다. 

이런 가운데 해프닝도 벌어졌다. 충남아산 선수단은 직접 경기장으로 모여 홈 경기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선수들이 활용하는 주차장이 따로 있다. 취재진과 구단 직원 등도 함께 이용하는 주차장이다. 그런데 이날 선수단은 이곳에 각자 주차를 할 수 없었다. 행사를 앞두고 행사 관계자와 지역 정치인 등 VIP만 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 출장하는 선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수단은 주차장이 없어 당황했다. 

당초 구단에서는 선수단을 위한 별도 주차 공간을 마련했지만 안전요원이 이 공간 역시 일찌감치 몰려든 관중에게 내주면서 선수단의 주차 공간이 사라졌다. 갓길에 주차를 했다가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다시 차를 빼러 나온 선수도 있었다. 이 순간에도 VIP에게만 개방하기로 한 주차 공간은 텅 비어있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도 갓길에만 주차할 수 있었다. 경기장 주변에 대혼잡이 이어졌다. 경기장에는 경기 세 시간 전부터 쩌렁쩌렁 앰프를 통해 초대가수를 구성진 트로트자락이 흘러나왔다. 

경기장 앞 매표소 일대에는 다가올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대거 몰려와 유세 활동을 시작했다. 어느 당 할 것 없었다. 당을 상징하는 점퍼에 자신의 이름까지 새긴 후보들이 몰려오는 관중에 인사를 건넸다. 선거 운동원들은 옆에서 같은 색 옷을 맞춰 입고 명함을 돌렸다. 선거 캠프에서 나온 직원들은 이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각 구단에 일찌감치 유세와 관련한 공문을 내렸다”면서 “경기장 내부는 물론이고 매표소를 비롯해 관중의 동선이 이어지는 외부까지도 선거 운동을 금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순신종합운동장 앞에서는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 유세가 이어졌다. ⓒ스포츠니어스
이순신종합운동장 앞에서는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 유세가 이어졌다. ⓒ스포츠니어스

이순신종합운동장은 무법지대에 가까웠다. 온갖 정치인이 몰려와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심지어 부천FC 서포터스가 입장하는 원정석 입구에도 선거 운동원이 등장했다.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민트색 등 정당을 상징하는 옷을 입은 이들은 관중이 몰려들수록 더 유세에 열을 올렸다. 상황을 파악한 충남아산 구단 관계자가 현장으로 나가 제지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각 당 후보와 운동원들은 일렬로 서서 관중을 맞았다. 어린 팬들의 영상 인터뷰를 통해 이를 유세 활동에 활용하려는 후보도 있었다. 

팬들의 불만도 컸다. 이날 경기에서 충남아산은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충남아산은 홈 유니폼이 파란색이고 원정 유니폼은 흰색이다. 충남아산은 창단 이후 줄곧 파란색과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서드 유니폼인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팬들은 이 빨간색 유니폼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정 정당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경기에 맞춰 구단에서는 빨간색 깃발을 관중석에 돌렸다. 팬들과 구단 사이에서는 ‘정치색’과 관련한 불신이 생겨났다. 

특히나 이날은 구단주인 박경귀 아산시장과 명예 구단주인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경기장을 찾았다. 이들은 경기 전 귀빈실에서 환담을 나눴고 이 모습을 아산시와 충남도 관계자가 직접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박경귀 시장과 김태흠 도시사는 빨간색 충남아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경기 시작 20분 전 이 둘은 이준일 대표이사와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해 마이크를 잡았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김태흠, 박경귀 OUT’ ‘정치에 자신 없으면 때려쳐’ 등 성남 팬심을 그대로 담은 팬들의 메시지가 내걸렸다. 

충남아산 서포터스는 야유와 걸개로 항의의 듯을 내비쳤다. 그 바로 옆에서는 앰프를 동원한 치어리더의 응원이 이어졌다. 충남아산을 상징하는 치어리더 ‘비타민걸스’도 이날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충남아산은 ‘당분간’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빨간색 유니폼을 지속적으로 착용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 후에도 논란이 있었다. 트로트 공연이 다시 이어지면서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음악에 기자회견장에서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 될 상황이 펼쳐졌고 결국 이영민 감독은 질문도 받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끝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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