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홍명보 감독과 산동 바코 ⓒ 울산HD 제공
울산 홍명보 감독과 산동 바코 ⓒ 울산HD 제공

[스포츠니어스 | 일본 도쿄=조성룡 기자] 일본에서 모두가 함께 웃고 돌아갈 예정이다.

21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2023-24(이하 ACL) 16강 2차전 반포레 고후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울산은 전반전 김지현의 선제골과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1, 2차전 합계 5-1로 승리한 울산은 ACL 8강에 진출해 전북현대를 만날 예정이다.

사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엠바고'로 비밀에 부쳐졌던 게 하나 있다. 울산 구단은 18일 일본에 입국했다. 평소 ACL 원정보다 하루 일찍 도착했다. 좀 더 빠르게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경기 이틀 전인 19일 울산 선수단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손님이 방문했다. 바로 바코였다.

사실 바코도 일본에 있었다. 바코는 2023시즌이 종료된 이후 중국 산동 타이샨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산동 타이샨은 ACL 16강 원정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일본에 와 있는 상황이었다. 산동의 상대는 가와사키 프론탈레였다. 가와사키는 도쿄에 인접한 도시다.

그래서 산동 구단은 ACL 원정 숙소를 도쿄에 잡았다. 공교롭게도 울산과 산동의 선수단 숙소는 차로 10분 가량 걸릴 정도로 굉장히 가까운 곳이었다. 그래서 도쿄에 온 바코는 시간을 내 울산 선수단을 방문한 것이었다. 과거 바코를 아꼈던 홍 감독도 "야 이 XX"라는 농담을 던지면서 바코를 격하게 환영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바코가 이날 선수단 숙소에 방문해 '감독님께 무조건 인사를 드리고 가겠다'라면서 기다리기도 했다"라면서 "홍명보 감독님도 바코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만큼 정말 좋아했다. 외국인 선수가 팀을 떠나도 이렇게 시간을 내 찾아오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바코의 방문 소식을 바로 알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울산과 산동 모두 ACL 16강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은 잘 풀렸다. 먼저 경기를 한 바코의 소속팀 산동이 '극장'을 연출해 가와사키를 꺾고 8강에 올랐던 것이었다.

산동이 8강을 확정한 날은 울산의 경기 전날이었다. 극적인 승부로 8강에 진출한 날 밤 바코는 울산 구단 관계자들에게 신이 나 연락하기도 했다. 특히 바코는 당시 경기에서 맹활약해 8강 진출의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내일 우리도 바코처럼 신이 났으면 좋겠다"라고 미소지었다.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울산은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도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이틀 전 만난 울산과 바코는 모두 웃으면서 한국과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팀은 갈라졌지만 여전히 인연은 '현재진행형'이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