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타루와 반포레 고후 유타카 ⓒ 울산HD 제공
울산 아타루와 반포레 고후 유타카 ⓒ 울산HD 제공

[스포츠니어스 | 일본 도쿄=조성룡 기자] 마지막까지 양 팀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1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2023-24(이하 ACL) 16강 2차전 반포레 고후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울산은 전반전 김지현의 선제골과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1, 2차전 합계 5-1로 승리한 울산은 ACL 8강에 진출해 전북현대를 만날 예정이다.

정말 치열했던 90분이었다. 카드도 나왔고 숨 쉴 틈 없이 공격하고 막았다. 두 팀 모두 ACL 8강에 진출하기 위한 열망이 강했다. 관중석의 열기도 뜨거웠다. 홈 경기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쿄까지 온 반포레 고후 서포터스는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울산 원정팬들도 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다.

하지만 마지막은 정말로 훈훈했다. 경기 종료 직전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다. 후반 94분 반포레 고후 카즈시 미츠하라와 울산 김영권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충돌해 쓰러졌다. 이후 두 사람은 일어나 서로의 등과 머리를 두드리며 사과하고 격려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단순히 여기서 끝났다면 그저 미담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울산과 반포레 고후 선수들은 그라운드 밖에서 더욱 훈훈했다. 먼저 믹스드존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울산 아타루와 반포레 고후의 외국인 유타카가 반갑게 서로 인사했다. 그러더니 유니폼을 교환하고 '인증샷'까지 찍었다.

청소된 도쿄국립경기장 원정 라커룸 ⓒ 울산HD 제공
청소된 도쿄국립경기장 원정 라커룸 ⓒ 울산HD 제공

울산은 마지막으로 도쿄국립경기장을 떠나기 전 원정 라커룸을 깔끔하게 청소했다. 팀의 고참인 김기희가 빗자루를 잡고 바닥을 쓸었고 황석호와 고승범, 장시영 등 선후배 가리지 않고 청소에 참여했다. 그리고 라커룸에 '반포레 고후의 위대한 여정에 상대로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다시 만나 멋진 경기를 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적고 나왔다.

물론 전반전 일찍 교체된 김기희가 빗자루를 잡았다는 것은 걱정일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김기희의 부상은 큰 것이 아니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전반전 초반 컨디션이 급격히 좋지 않아 스스로 교체를 요청한 것"이라면서 "큰 부상은 아니다. 본인이 여기서 더 무리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일화가 있다. 울산 선수단이 떠난 이후 반포레 고후 팀 매니저가 급하게 울산 구단 관계자를 찾았다. 알고보니 반포레 고후의 수비수 유타 이마즈가 간곡하게 부탁한 것이었다. 고후 관계자는 "이걸 꼭 전해달라"며 울산 구단 관계자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반포레 고후 유타 이마즈는 원정 온 울산의 이케다 세이고 코치와 아타루에게 선물을 준비한 상황이었다. 나름대로 지역 특산물인 '모찌'를 챙겨왔다. 시간이 맞지 않아 직접 전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울산 구단 관계자가 무사히 인수인계 받아 곧 두 사람에게 '모찌'는 전달될 예정이다. 울산 선수단이 떠나도 도쿄국립경기장은 훈훈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