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조성룡 기자] 태국의 2부리그지만 쏠쏠한 재미가 있다.

15일 태국 치앙마이 시립 경기장에서 열린 M-150 챔피언십(태국 2부리그) 치앙마이FC와 우타이 타이니의 경기에서 양 팀은 한 골씩 주고받으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김보용은 선제골을 넣은 이후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임창균은 후반 막판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태국 1부리그도 잘 보기 어려운 한국에서 태국 2부리그는 더 알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막상 이곳을 찾으면 제법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기자기함이 강점이다. 치앙마이 시립 경기장의 수용인원은 약 2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곳은 트랙이 있는 종합 경기장이지만 시야에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다.

물가가 저렴한 태국이라 경기장 입장료 또한 부담이 없다. 치앙마이FC에서 제법 좋은 좌석인 W석은 100바트(한화 약 3,800원)다. 특히 치앙마이FC의 홈 구장은 치앙마이 구도심인 올드 타운에서 매우 가깝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접근성마저 상당히 좋다. 치앙마이에 온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치앙마이는 빠른 인터넷 환경과 습하지 않은 기후 덕분에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치앙마이FC도 마찬가지다. 이날 경기장에도 치앙마이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들이 상당수 보였다. 다만 분위기는 다르다. 외국인들은 응원을 하기보다 주로 앉아서 관전한다. 그렇다고 조용한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마어마한 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외국인들이다.

이날 경기는 10위 치앙마이와 7위 우타이의 맞대결이다.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했다. 승점 6점짜리 경기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투박함에 격렬함까지 더했다. 관중들 또한 상대 선수가 누워있기라도 하면 욕설과 야유가 날아들었다. 수천 명 밖에 되지 않는 규모지만 꽤 살벌하다.

게다가 많은 것이 열악하다. 100바트나(?) 주고 앉는 좌석은 고정돼 있지 않아 흔들리기 일쑤고 잔디 상태도 좋지 않았다. 심지어 치앙마이의 홈 응원석은 좌석이 아니라 그냥 스탠드다. 심지어 기자회견장도 인상적(?)이다. 기자들을 위한 테이블은 전혀 없다. 감독이 앉을 테이블과 카메라 하나가 덩그러니 세팅돼 있다. 이날 경기를 찾은 취재진은 <스포츠니어스> 기자 두 명이 전부였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예전 한국 '프로축구' 시절이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전광판도 팀 이름과 스코어, 시간만 알려주는 '구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뜨겁다. 그라운드 멀리 간이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진 원정석에서도 절박한 응원 소리가 울려 퍼진다.

90분 동안 살벌했던 경기가 끝나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광경이 펼쳐졌다. 상대 팀에 야유를 보내던 양 팀 서포터스가 이제는 상대 팀 이름을 외치며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다. 우타이는 "치앙마이"를 외쳤고 치앙마이는 "우타이"를 외쳤다. 양 팀 선수들도 상대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할 정도였다.

경기의 마지막은 노래를 부르며 끝난다. 양 팀 선수들은 각자 팬들 앞에 도열해 어깨동무를 하고 팬들의 노래에 호응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며 흩어졌다. 90분 동안은 누구보다 뜨겁지만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태국 축구의 특징이었다. 참 매력 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