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조성룡 기자] 로베르트 프로시네치키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크로아티아의 감독 로베르트 프로시네치키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스포츠니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가능한 최고의 결과를 달성하도록 돕고 싶고 기술과 전술 측면을 향상시키고 싶다"라면서 "만일 내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끈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크로아티아의 레전드 출신 감독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대표팀이 3위를 차지할 당시 핵심 선수였다. 선수 시절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다. 당시 별명이 '동유럽의 마술사'이자 '발칸의 황금총'이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또다른 전설인 루카 모드리치가 롤모델로 꼽았던 인물이 바로 프로시네치키 감독이다.

지도자 생활 동안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코치를 지낸 이후 세르비아의 레드스타 베오그라드 감독을 맡아 흔들리는 팀을 2년 연속 2위로 이끌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젠과 보스니아에서 국가대표팀 감독 생활도 했다. 2018년 전주에서 보스니아가 대한민국을 3-1로 잡았을 당시 감독이 프로시네치키였다. 보스니아 감독 시절 수원삼성에서 뛰는 사리치를 중용하기도 했다.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크로아티아와 동유럽에서 인정받는 지도자지만 특이하게도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은 꾸준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에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보스니아 감독 시절에도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 대해 "위협적인 선수가 많고 강한 팀인 만큼 더 완성된 팀이 될 것"이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로시네치키는 왜 대한민국 감독직에 관심을 보이는가
<스포츠니어스>는 프로시네치키 감독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간단하게 "매우 흥미로운 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매우 조직력이 잘 맞는 좋은 팀이고 좋은 선수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충분히 진출할 자격이 있는 좋은 축구를 선보였다"라면서 "16강전에서는 브라질이 더 나은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런 브라질에 맞서서 자신들이 충분히 좋은 팀이고 그 어느 팀도 대한민국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2022 월드컵은 대한민국이 더 큰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회였다"라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재능과 프로 의식,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세계적인 수준으로 경쟁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훈련 프로세스와 전술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해외 언론에서는 프로시네치키 감독이 베트남 박항서 감독의 차기 후보로 꼽히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게 된다면 너무나도 큰 영광이라는 것이다"라면서 "베트남 대표팀 후보라는 것은 언론 보도로 접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에서는 내게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프로시네치키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에 어떤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을까? 일단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현대 축구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이 과정에는 젊은 선수들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추가적으로 선발하고 꾸준히 관리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고국 크로아티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크로아티아는 2018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달성했고 2022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는 등 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는 "나의 선수 시절을 되돌아 본다면 크로아티아의 축구 학교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곳은 상당한 수준의 훈련을 받은 젊은 선수들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곳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 Wikipedia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이렇게 젊고 어린 선수들을 길러내기 위해 힘쓴 결과 지난 30년 동안 크로아티아 축구와 선수들은 결실을 맺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성공을 거뒀고 각 해외 클럽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라면서 "나 또한 덕분에 세계 축구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감독들과 함께 뛰는 영광을 누렸다. 나는 내가 얻은 모든 지식을 구현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4년 간의 성과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에서의 계획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가능한 최고의 결과를 달성하는 것"과 함께 "새롭게 등장할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기술적, 전술적 측면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꾸준한 훈련과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 것과 동시에 매 경기 선수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개인과 팀의 심리적인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사단'으로 코칭스태프를 데려와 성공시킨 이후 차기 감독 또한 '사단'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묻자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웃으면서 "나는 이미 감독 경험이 많다. 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대한민국 감독이 된 것은 아니다. 내 의견만 피력하는 것은 아직 의미 없다. 항상 느끼지만 함께 일하는 클럽 또는 협회와 서로 소통해 입장과 상황을 교환하고 조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독이 든 성배? 대한민국 감독직은 정말 위대한 일"
사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유럽 등지에서 평가가 좋은 유럽 감독이 굳이 아시아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유쾌하게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직업은 일종의 도전이면서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일을 하면서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스스로 세우기 시작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견뎌내야 한다. 선수들이 정말로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 나는 때로는 방패가 될 것이고 때로는 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축구 커리어 동안 아시아 무대 경험이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 인지도 또한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계속해서 아시아 축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요즘같이 기술이 발전했을 때 아시아 축구와 대한민국 대표팀을 지켜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당신도 궁금한 게 있으면 빠르게 배울 수 있지 않는가"라고 농담을 던졌다.

만일 그가 실제로 대한민국 감독직을 맡게 된다면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낸 직후라 많은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벤투 감독이 월드컵 16강이라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은 확실하다"라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은 세계 어느 팀과도 잘 싸울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끈기와 정신력, 능력과 지식을 활용한다면 더 높은 곳을 향해 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프로시네치키의 자신감
그렇다면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이 질문을 던지자 그는 "내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미소를 짓더니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언제나 내 일에 전념해왔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선수단 내부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이 믿고 따르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선수들 개개인과 마음을 열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라면서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에서 뛰면서 직접 얻었던 교훈이다. 항상 감독을 하면서 이러한 철학을 선수단에 적용시키도록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시네치키 감독이 제시하는 감독의 모습은 "팀워크의 전달자이자 대표팀 안팎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다. 사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여론에도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자리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쉬운 곳도 없고 쉬운 일도 없는 법이다"라면서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땅에서는 수많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크로아티아 지도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프로시네치키 감독은 대한민국이라는 팀을 맡을 수 있을까? 크로아티아 현지 상황에 해박한 강성주 해설위원은 "프로시네치키 감독의 경우 현지에서는 크로아티아 대표팀 감독인 즐라트코 달리치만큼 평가가 좋다"라면서 "크로아티아 또한 투지와 헌신을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대표팀과 궁합이 좋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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