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최태욱 코치 “2019년 브라질전, 나에겐 신선한 충격”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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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는 0-0 무승부에 그쳤지만 월드컵에서도 우리가 상대를 이렇게 압도할 수 있다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박수를 받았고 포르투갈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기적적인 역전승과 함께 희박했던 확률을 뚫고 16강을 달성했다. 브라질과의 16강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자세로 후회없는 한판을 치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박수를 받으며 고국으로 돌아왔다.

2022 카타르월드컵은 이제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고 벤투 감독과 코치진들 역시 포르투갈로 떠났다. 우리에게 감동을 안겼던 카타르월드컵은 이제 역사에 남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벤투호가 남긴 발자취를 인터뷰와 기사로 남겨 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벤투호의 4년을 함께 한 최태욱 코치가 <스포츠니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최태욱 코치는 한국계 캐나다 국적의 마이클 김(한국명 김영민) 코치와 함께 벤투 사단에 합류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제 벤투 사단이 모두 한국을 떠난 가운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최태욱 코치가 지난 4년 동안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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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월드컵에 몸바친 최태욱, 짧지만 달콤한 휴식
4년 동안 쉴 새 없이 월드컵만을 향해 달려온 최태욱 코치는 이제야 쉴 수 있게 됐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대표팀 선수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영빈관에서 만찬을 즐기기도 했고 이후에도 기념 행사 등에 참석하며 쉴 틈이 없었다. 최태욱 코치는 “카타르에서 돌아온 뒤 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들이 많았다”면서 “여러 행사를 소화해야 했다. 힘든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딸한테 독감을 옮아서 최근에는 한 닷새 정도 아파하다가 이제 막 살아났다. 협회에도 인사를 하러 다녀왔고 이제 계약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제 막 감기에서 회복해 쉬고 있다”고 웃었다.

벤투 감독 퇴임과 함께 최태욱 코치와 마이클 김 코치의 임기도 동시에 종료돼야 하지만 협회에서는 이 둘의 협회 근무를 12월 31일까지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월드컵 16강전이 12월 6일에 펼쳐졌고 이후 여러 마무리 업무가 남아 있어 12월 급여까지는 인정해 준다는 방침이다. 최태욱 코치는 이날 자신의 친누나가 운영하는 인천의 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지인들과 조촐한 식사 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 최태욱 코치는 동네 선후배 등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랜 만에 회포를 풀기로 했다.

최태욱 코치는 월드컵에 다녀온 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는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에 믿음과 신뢰가 있었다. 이 축구로 성적까지 잡으면서 16강까지 올라가게 됐다. 계획과 비전이 있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될 수 있었다”면서 “밖에서는 ‘저 축구로 월드컵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이 많았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우리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4년 동안 이 축구를 준비해 왔고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에게 신뢰를 보냈다. 우리도 선수들을 믿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월드컵을 되돌아봤다. 그에게 있어 카타르월드컵은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엄청난 경험이 될 게 분명했다.

브라질 상대로 수비 축구 포기한 벤투호의 도전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최태욱 코치는 유독 인상 깊었던 한 경기를 꼽았다. 그는 “벤투 감독님을 믿고 따르게 된 결정적인 경기가 한 번 있었다”면서 “3전 전인 2019년 UAE에서 우리와 브라질이 친선전을 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홈도 아니고 중립 지역에서 하는 경기라 긴장도 했다. 우리는 당연히 수비수를 다섯 명 두고 수비를 하다가 역습을 통한 축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경기 전에 워밍업을 준비하면서 마이클 김 코치하고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오늘은 수비적으로 하겠지?’라는 이야기를 했다. 서로 수비적인 축구가 당연하다고 공감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최태욱 코치는 “그런데 벤투 감독은 이날 그런 수비적인 축구를 하지 않았다. 상대가 브라질인데도 평소와 똑같은 경기를 했다”면서 “지금껏 우리가 브라질하고 경기를 꽤 많이 했다. 김도훈 감독이 결승골을 넣어서 브라질을 잡았던 기억도 있고 2002년 월드컵 이후에도 한 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적도 있다. 그런데 내가 여태까지 봐온 브라질전 중에 2019년 당시 브라질전이 내용은 가장 좋았다. 그날 우리가 0-3으로 지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진 거지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슈팅 숫자도 비슷했고 점유율도 대등했다. 브라질을 상대로 중립 지역에서 그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경기 이후 벤투 감독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세계 최강 팀과의 경기에서 수비 위주의 전술을 버리고 정상적인 경기를 한다는 건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최태욱 코치는 “솔직히 벤투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 축구를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라면서 “이런 축구 철학이 대한민국 축구를 많이 바꿔놓게 됐다. 예전에는 강팀이 공격을 시작할 때 대부분 상대팀은 압박하지 않고 내려서는 게 당연했다.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도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압박을 덜하면서 자연스럽게 라인을 내리고 역습 형태를 취한다. 상대가 강한데도 전방에서부터 압박하고 골키퍼부터 패스 축구를 할 수 있는 팀은 없다고 본다. 이걸 벤투 감독님이 4년 동안 만들어 놓았다는 점은 대단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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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이 손흥민과 황희찬에게 한 주문은?
벤투 감독의 철학은 카타르월드컵 16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은 이날도 선수비 후역습이 아닌 상대와의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비록 브라질에 1-4로 대패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 유효 슈팅을 날리며 당당히 싸웠다. 이번 월드컵에서 벤투호는 기존 한국 축구와는 아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안겼다.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노력이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부상을 당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황의조도 슬럼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의미가 깊었다. 손흥민은 안와골절로 마스크를 쓴 채 경기에 나섰고 황희찬은 근육을 다쳐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야 등장할 수 있었다.

최태욱 코치도 벤투 감독과 함께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한 고민이 컸었다고 고백했다. 최태욱 코치는 “솔직히 부상 중인 황희찬을 예비 선수인 오현규와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희찬이가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었고 경기 이틀 전에 회복하다가 또 다쳤기 때문이다. 희찬이가 경기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감독님은 그래도 우리보다 경험이 많으셨고 유럽에서도 좋은 관계 속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고 계셨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희찬이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하셨다. ‘쏘니’에게도 ‘나는 네가 교체 사인을 보내기 전까지는 너를 뺄 생각이 없으니 편하게 경기하라’면서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부상으로 걱정이 많은 ‘쏘니’에게도 이 말은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태욱 코치는 “벤투 감독님은 ‘쏘니’하고도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계셨고 그런 경험을 통해 어떻게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알고 계셨다”면서 “감독님을 통해 지금껏 고생한 주축 선수들을 어떻게 대우해야하는지도 배웠다.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절대적으로 선수의 편에 서셨다. 한 경기 성과를 내겠다고 무리해서 선수를 경기에 내보내면 그 선수를 오랜 시간 잃을 수도 있다. 희찬이도 가나전을 앞두고 감독님께 ‘내가 무리해서라도 뛰겠다. 다쳐도 괜찮다’라고 했지만 감독님은 ‘안 된다. 한 경기만 더 쉬어라. 만약에 네가 오늘 또 다치면 포르투갈전은 없다’라고 하시더라. 최대한 회복해서 포르투갈전에 몸 상태를 맞추자고 했다. 희찬이는 정말 뛰고 싶어했는데 참고 기다리라고 하셨고 결국 그게 우리 대표팀에도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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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코치가 전하는 벤투호 훈련 철학은?
그는 “벤투 감독님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면서 “일하는 방식이 정말 체계적이다. 코치들이 다 맡은 바 임무가 있다. 정해진 자기 일만 딱 하면 된다. 그런 체계적인 방식이 마음이 들었다. 선수들과 감독님이 경기 중에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많이 배웠다. 외부에서는 플랜B가 없다는 지적도 많이 했지만 전술적으로도 우리는 많이 준비돼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여러 대안을 세워놓았다. ‘쏘니’가 안으로 들어가서 플레이하는 4-4-2 다이아몬드 형태의 미드필드 전략도 썼었고 나름대로 다양한 전략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선수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구성하는지도 우리가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태욱 코치는 이번 벤투 사단에서 유일한 한국 국적 지도자였다. 캐나다 국적의 마이클 김 코치가 유창한 영어로 소통을 맡았고 최태욱 코치는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지내며 가교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벤투 감독을 충실히 보좌했다. 최태욱 코치는 “대표팀은 보통 A매치 기간에 소집되면 두 경기를 한다. 이 두 경기를 위한 멤버 구성을 해야하는데 대표팀 소집 선수들의 명단을 내가 감독님이 보시기 좋게 PPT로 만들어서 작업을 해놓는다. 그리고 대표팀 소집 직전에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총 몇 분의 경기를 소화했는지 파악해 미리 체크하고 보고한다. 출장 시간과 얼마나 뛰었는지 정보를 드린다”고 말했다. 대표팀 소집부터 최태욱 코치는 꼼꼼하게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태욱 코치는 “소집 훈련을 할 때 보면 11대 11로 훈련을 하는 동안 남는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을 데리고 내가 따로 슈팅 훈련이라거나 필요한 훈련을 개인적으로 진행한다”면서 “한 번씩은 11대 11 훈련을 하는데 선수가 부족할 경우 내가 들어간다. 조커를 넣어서 훈련을 할 수도 있는데 감독님은 동등하게 11대 11을 맞춰야 훈련이 된다고 생각하신다. 그러면 내가 들어가서 또 열심히 뛴다. 선수단 전체의 슈팅 훈련 때면 감독님께서 나한테 매니저 역할을 맡기신다. 하고 싶은 슈팅 훈련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신다. 내가 많은 일을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 코치들 중에는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적었다”고 웃었다.

최태욱 코치가 전하는 ‘빌드업 축구’와 이강인 논란
그러면서 그는 “마이클 김 코치는 더 많은 일을 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전술훈련을 할 때 마이클 김 코치가 감독님의 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다 구사하는 마이클 김 코치가 선수들에게 빠르게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A매치 대표팀에 소집되면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2~3일밖에 없다.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한데 전술 훈련은 항상 해야한다. 그러면 마이클 코치가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선수들에게 다 통역한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면 훈련했던 내용을 다 메모해서 정리한다. 대한축구협회에 훈련 기록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코치가 정말 많은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벤투호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비판의 중심에 섰었다. ‘빌드업 축구’와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끝없이 이어졌다. 여기에 최태욱 코치는 ‘빌드업 축구’에 대한 벤투 감독과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최태욱 코치는 “‘빌드업 축구’로 벤투 감독의 축구를 한 마디로 정리하는 분들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면서 “쉽게 말하면 ‘뻥 축구’를 하지 말자는 거다. 벤투 감독님은 후방에서부터 풀어 나올 수 있고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압박을 당하면 무의미하게 걷어내는 걸 싫어하신다. 현대 축구 흐름 자체가 골키퍼에서부터 이렇게 짧은 축구로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태욱 코치는 “대부분의 팀들이 골키퍼부터 짧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 가는데 이걸 다 ‘빌드업 축구’라고 할 수는 없다”라면서 “우리도 골키퍼부터 경기를 풀어나가길 원했고 미드필더가 공을 잡았을 때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수적인 우위를 만들거나 일대일 상황에서 능력 있는 선수들이 돌파 후에 기회를 만들자고 했다. 그 기회에서 슈팅까지 시도하지 못하면 다시 공을 소유해서 기회를 노리는 그런 방식의 축구를 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대표팀은 그 동안 세계 무대에서 써왔던 선수비 후역습 방식을 버리고 패스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는 놀라운 모습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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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 경기력 잊을 수 없어요”
벤투호는 ‘빌드업 축구’ 논란과 함께 늘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이강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이 비난을 잠재웠다. 최태욱 코치는 “지난 9월 대표팀 소집 때 (이)강인이가 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선수를 5명밖에 교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결국 강인이가 마지막에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라운드에 투입되지 못했다”면서 “강인이의 능력은 벤투 감독님이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강인이보다 미드필드에서 더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었다. 팬들은 강인이가 경기에 나오기를 원했고 감독님도 그걸 알고는 계셨다. 그런데 감독님은 관중이 원하는 것보다 내부적인 걸 더 신경쓰셨다”고 전했다.

최태욱 코치는 “강인이가 일본에서 평가전에 나섰을 때 피지컬과 전환 속도 등이 부족했었다”면서 “그런데 그런 부족함을 강인이가 잘 알고 있었고 성장시켜서 돌아왔다. 스스로 이겨냈고 강인이가 실력으로 월드컵에서 증명해 냈다. 이전의 강인이였다면 월드컵에 못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았는데 강인이가 그걸 스스로 뛰어넘은 거다. 감독님도 강인이가 스스로 깨어 나오길 기다리셨고 그게 월드컵에서 탁 터졌다. 또한 (조)규성이는 활동량이 있고 키가 큰데 스피드까지 좋다. 침투 능력을 갖췄고 최근에는 결정력도 굉장히 좋아졌다. 그런데 규성이한테도 월드컵 전에 한 가지를 주문했다. ‘볼 소유만 더 잘해줬으면 한다. 공이 발에 들어왔을 때 연결해주고 쉽게 뺏기지만 않으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그게 이번 월드컵에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가 벤치에서 지켜본 카타르월드컵은 어땠을까. 최태욱 코치는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경기력을 잊지 못한다. 그는 “16강이 우리의 1차적인 목표였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했을 때 우리가 준비한 경기력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었다”면서 “그런데 우루과이전에서 골만 없었지 우리가 원하는 걸 그대로 해냈다. 월드컵에서 이렇게 상대의 주도권을 빼앗고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는 이전부터 있었는데 그게 딱 경기장에서 나오니까 너무나도 뿌듯했다. 그 경기 이후 우리가 16강에 가지 못해도 벤투 감독님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다. 나도 벤투 감독을 모시는 코치로서 이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던 경기였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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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 저는 확률 높아 보이던데요”
그러면서 최태욱 코치는 “가나전에서 승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졌다. 그래도 경기력이 나쁘지는 않았다”면서 “포르투갈전은 벤투호에 포르투갈 스태프가 많아서 어느 정도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이 어떻게 한국전을 대비할지 파악하고 있었다. 9%밖에 안 되는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뚫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3차전을 앞두고 우리가 16강에 갈 확률이 80%는 된다고 생각했다. 코칭스태프 모두가 우루과이하고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포르투갈이 딱 2-0을 만드는 순간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게 더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기기만 하면 우루과이가 가나를 잡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포르투갈을 제압하고 16강에 올랐다. 우루과이와 가나가 같은 시각 맞붙은 경기에서 기가 막히게 경우의 수에 들어맞는 결과를 내면서 운까지 따랐다. 최태욱 코치는 “포르투갈전이 열린 순간 벤치에서는 실시간으로 우루과이와 가나전을 계속 확인했다”면서 “전반전에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앞선 상황을 전해 듣고 우리가 이제 후반전에 한 골만 넣으면 16강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신 우루과이가 한 골만 더 넣지 말아달라고 기도했다. 하프타임 때 우리 선수들도 이 상황을 다 알고 후반전에 돌입했다”고 긴박했던 포르투갈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포르투갈전을 2-1로 이긴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추가시간이 길어서 함께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그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는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면서 “전경기에서 퇴장 당한 감독님만 관중석에 계셨고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그라운드 한 가운데 모여서 초조하게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렸다. 우리가 가진 핸드폰 화면이 다른 기기들에 비해 몇 초 늦게 나왔다. (송)민규가 중계를 해주면서 상황 설명을 잘 해주더라. ‘마지막에 프리킥이 나왔는데 위험하다. 이거 어떻게 하느냐’고 긴장된 말투로 상황을 설명했다. 마지막에 관중의 환호 소리를 듣고 먼저 알았다”고 감격에 겨웠던 16강 진출 당시를 떠올렸다.

벤치 달궜던 2002년, 그에겐 큰 경험이었다
최태욱 코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멤버지만 당시에는 큰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줄곧 벤치에서 동료들의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그는 3,4위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12분을 뛰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업적으로 남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그는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최태욱 코치는 오히려 2002년 당시의 경험이 지도자로서는 큰 도움이 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2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을 보듬어주는 일은 최태욱 코치의 몫이었다. 누구보다도 월드컵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의 심정을 잘 아는 최태욱 코치가 대회 내내 신경을 쓴 것도 이 부분이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4강에 이룬 멤버가 됐다는 게 좋긴 했는데 나는 그 당시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면서 “선수로서 목표한 것도 있었고 팀을 위해 활약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 마지막 터키전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기회가 없었고 대회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팀에 속해 그 분위기를 느끼긴 했지만 진짜 제대로 월드컵을 즐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2002년 때 경기에 나서지 못해 힘들어 한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해 나와 똑같은 고충을 겪는 선수들이 있었다. 같은 스트레스를 겪어본 입장에서 그 선수들을 더 위로해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태욱 코치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게 내가 ‘중요한 월드컵이 끝나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은 다 똑같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멤버로 역사에 남는다. 경기에 많이 나서고 나서지 못하고가 중요하지 않다. 나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몇 분 뛰지 못했지만 2002년 멤버로 다들 기억한다. 선수는 많이 뛰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똑같은 영광을 누리는 멤버다. 나는 아직까지도 2002년 때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고 제대로 그 대회를 즐기지 못한 게 너무 후회가 된다. 너희들은 그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이번 월드컵을 더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조현우와 송범근, 윤종규, 김태환, 송민규는 단 1분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감독님과의 작별, 선수들이 가장 아쉬워했어요”
벤투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협회와 작별했다. 지난 9월 재계약 논의가 있었지만 이견이 엇갈리며 재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 최태욱 코치는 “감독님이 떠난다는 사실은 이미 9월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어떤 이유로 대표팀을 떠나는지도 알았다. 선수들한테도 그 무렵 이 사실을 전달했다.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나 사우나를 할 때 나와 마이클 김 코치에게 ‘우리 감독님 정말 떠나요? 붙잡아도 안 돼요?’라고 묻더라. 그만큼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선수들이 우리한테 ‘감독님이 나가시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더 좋은 감독을 모시고 와야지’라고 했다. 협회가 그렇게 해주셨으면 한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태욱 코치는 말을 이었다. 그는 “벤투 감독님이 따로 선수들을 모아 미팅을 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거취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셨다”면서 “‘너희들을 존중한다. 대회가 끝나면 내가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보다 너희들이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리 이야기를 하고 떠나는 게 너희들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혹시라도 협회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나를 붙잡으려고 해도 내가 흔들리지 않고 떠나기 위해서는 미리 너희들에게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선수들이 굉장히 아쉬워했다. 벤투 감독님에 대해서는 선수단 전체의 신뢰가 강했다. 이렇게 팀이 하나가 되니까 마지막에는 운도 좀 따르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멋진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뒤 개인 트레이너 논란으로 뒤늦은 파문이 일었다. 박수를 받고 돌아왔지만 이후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최태욱 코치는 이 이야기가 나오자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대표팀이 원하는 내용과 결과까지 어느 정도 달성하고 돌아왔는데 그런 문제가 터져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프다”면서 “좋게 마무리 됐으면 했는데 아쉽다.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 고생 많았고 회장님도 벤투 감독을 힘들 때 믿어줬다. 그 4년의 결실을 맺은 거다. 좋은 대회를 치르고 좋은 결과를 내고 왔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있다. 내가 이 일에 대해 정확히 하나하나 말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이 사실 관계가 정확히 진단돼 협회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협회가 발전해야 대표팀도 발전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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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와 벤투 감독님께 배운 축구, 이 경험 활용해야죠”
벤투 감독과 대한민국의 인연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4년 간 벤투 감독과 함께 해 온 최태욱 코치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그에게는 벤투 감독과 함께 한 4년이 어떤 의미였을까. 최태욱 코치는 “벤투 감독님과 함께 온 사단이 4명이 더 있었다. 감독님을 포함해 5명이 한국으로 왔고 여기에 나와 마이클 김 코치까지 7명이 4년 동안 똘똘 뭉쳤었다”면서 “협회에서 보낸 얼굴도 전혀 모르는 우리 둘을 감독님이 믿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사단이 있는데 거기에 새로운 인물 두 명이 함께 들어와서 속내를 터놓고 함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긴 했지만 감독님께서는 우리 한국인 코치들까지 끝까지 믿어주시고 책임져 주셨다”고 행복했던 4년을 돌아봤다.

최태욱 코치는 “벤투 사단 5명과 우리 두 명은 말은 잘 안 통하지만 4년 동안 한 가족처럼 지냈다”면서 “사실 깊이 말하기는 어렵지만 도중에 사정이 있어서 나와 마이클 김 코치가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긴 적도 있다. 그런데 벤투 감독님이 우리를 끝까지 이끌고 가셨다. ‘이 두 명의 코치는 내가 만난 코치 중에 최고다’라면서 우리를 감싸주셨다. 고마운 게 너무 많은 분이다”라고 말했다. 최태욱 코치와 마이클 김 코치는 지난 13일 벤투 감독과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필리페 코엘류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르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등이 출국하는 공항까지 나와 뜨겁게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벤투호의 4년은 마무리 됐다.

이제 최태욱 코치도 지도자로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최태욱 코치는 “아직 계획된 일정은 없다. 좋은 기회가 되면 감독으로서 도전해 보고 싶다”면서 “선수 시절이던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히딩크 감독님께 배웠고 코치로서는 이번에 벤투 감독님한테 많이 배웠다. 이런 장점들을 잘 활용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프로 무대에서 감독으로서 일하고 싶고 20년 뒤에는 다시 한 번 월드컵 무대에 가보고 싶다.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서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보고 싶은 게 꿈이다. 지난 4년 동안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해외파 선수들은 장거리 비행으로 힘들었고 국내파 선수들은 휴식기를 포기했다. 이 어려운 여건을 많은 분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 덕분에 행복했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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